
바둑에서도 다른 스포츠 종목처럼 ‘에이징 커브(Aging Curve)’라는 말이 있다. 프로야구를 중심으로 익숙해진 이 말은 이제 농구와 축구 등을 거쳐 바둑에서도 자연스럽게 사용되고 있다.
에이징 커브는 영어권 스포츠·통계 분야에서 쓰이던 표현에서 비롯됐다. 나이가 들면서 변화하는 것이라는 의미인 ‘Aging’과 그 변화를 그래프로 나타낸 곡선이라는 의미인 ‘Curve’가 합쳐진 말이다. 특히 야구에서 선수의 나이와 경기력(타율, 출루율, 장타율, WAR 등)의 관계를 그래프로 나타내면서 이 말이 널리 사용됐다.
스포츠에서 나이에 따라 선수의 경기력이 어떻게 변하는지를 연구하는 것은 20세기부터 있었다. “젊을 때 성장하고 어느 시점에 정점을 찍은 뒤 하락한다”는 개념 자체는 세이버메트릭스 연구가 빌 제임스가 처음 만든 것은 아니다.
다만 현대 야구 통계에서 이 현상을 선수의 나이와 성적의 관계를 곡선으로 모델링하는 ‘aging curve’로 체계화한 데에는 빌 제임스의 역할이 컸다. 한 자료도 빌 제임스가 1980년대 MLB에서 이 개념을 체계화했다고 설명한다. 이후 야구 통계가 발전하면서 선수의 연령을 X축, 성적이나 생산성을 Y축에 놓고 연령별 평균적인 성적 변화를 그래프로 표현하는 방법이 일반화됐다.
바둑은 다른 스포츠와 달리 어린 나이에 시작해 10대에 프로가 되는 경우가 많다. 어릴 때부터 바둑을 시작한 기사는 10대 후반이면 이미 10년 이상 바둑을 공부한 경우도 있다. 따라서 20대 초반의 정상급 기사는 단순히 ‘젊은 선수’가 아니라 어린 시절부터 바둑에 집중해온 숙련된 전문가이다. 이 때문에 바둑에서 20대는 스포츠로 치면 신인에 가까운 나이가 아니라 이미 전성기에 들어선 나이라고 할 수 있다.
바둑은 축구나 농구처럼 체력이 직접적인 경기력의 상당 부분을 결정하는 종목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바둑이 나이에 영향을 받지 않는 것도 아니다. 바둑에서는 계산·집중·처리 속도와 경험·직관·판단력이 서로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는 시기가 존재한다. 그래서 어느 순간까지는 경험이 계속 쌓이면서 경기력이 유지되지만, 일정 연령을 넘어가면 계산력과 집중력 등의 감소를 경험이 완전히 보완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기자 /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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