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런데 이 어설픈 양시론이 한국 프로야구(KBO) 올스타전에서도 등장했다. 축제라는 허울 좋은 명분 뒤에 숨어 "팬 서비스를 위한 장기자랑도 맞고, 진지한 경기도 맞다"며 타협하는 사이, 올스타전은 긴장감도 투지도 찾아볼 수 없는 '동네 야구 예능쇼'로 전락했다.
15일(한국시간) 미국 필라델피아 시티즌스 뱅크 파크에서 열린 2026 메이저리그(MLB) 올스타전을 보았는가? 그곳에는 '좋은 게 좋다' 식의 안일한 온정주의도, 어설픈 타협도 설 자리가 없었다. 오직 세계 최고 프로들의 서슬 퍼런 자존심과 야구라는 스포츠의 본질만이 그라운드 위에서 거칠게 살아 숨 쉬고 있었다.
MLB 올스타전 마운드에 선 투수들은 타자를 무조건 힘으로 찍어 누르겠다는 눈빛으로 시속 160km의 불꽃 같은 강속구를 아낌없이 뿌려댔다. 타자들 역시 이에 지지 않으려고 이를 악물고 배트를 돌린다. 이것이 진짜 '올스타'의 기개이자 품격이다.
일각에서 이들이 부상 위험을 핑계로 몸을 사리지만, 프로 선수에게 부상의 위험은 365일 언제나 존재한다. 올스타전이니까 다칠까 봐 슬슬 던지겠다는 태도는 영광스러운 투표를 통해 자신을 별들의 무대에 세워준 팬들에 대한 기만이자 직무유기다. 부상이 두려워 몸을 사릴 거라면, 애초에 그 위대한 올스타 자리를 반납하고 집에서 쉬는 것이 맞다.
팬들이 올스타전에서 가장 열광하고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순간은 유치한 가발을 쓰거나 유행하는 춤을 출 때가 아니다. 당대 최고의 천재들이 자신의 자존심을 걸고 펼치는 100%의 '진검승부'를 목격할 때다. 프로 선수에게는 자존심을 지키는 경기력 자체가 최고의 팬 서비스다.
KBO 올스타전은 이제 기로에 서 있다. 매년 반복되는 과도한 분장쇼와 댄스 퍼포먼스는 경기 흐름을 끊고 야구 자체의 긴장감을 반감시킨다는 지적을 피하지 못하고 있다. "축제니까 대충 즐기자", "다치지 않게 서로 살살 하자"며 긴장감을 놓아버리는 타협 문화는 야구의 가치를 스스로 떨어뜨릴 뿐이다.
진짜 올스타전의 축제는 선수들이 그라운드 위에서 100% 전력으로 영혼을 불태울 때 완성된다. 예능과 퍼포먼스는 경기 중 재미를 더하는 최소한의 '양념'일 뿐, 결코 본질인 '야구'와 '승부'를 흔들어서는 안 된다.
야구 선수는 야구로 자존심을 세운다. 어설픈 양시론적 타협이란 있을 수 없다. KBO는 별들의 무대가 가져야 할 진짜 격조와 프로의 품격이 무엇인지 올스타의 정의부터 처음부터 다시 정립해야 할 것이다.
[강해영 마니아타임즈 기자/hae2023@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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