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한중 여자 바둑 대결. 최정(오른쪽) 9단이 천태산배 10국에서 저우훙위 7단을 꺾고 우승을 확정했다.[한국기원 제공]](https://cgeimage.commutil.kr/phpwas/restmb_allidxmake.php?pp=002&idx=3&simg=202606030550030866005e8e941087123918838.jpg&nmt=19)
정석(定石)은 글자 그대로는 '정해진 돌'이라는 뜻이다. 바둑판의 특정한 형태에서 흑과 백이 가장 합리적으로 대응하는 표준적인 수순을 말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중국의 영향을 받아 조선시대부터 정석이라는 말을 사용했다. 인터넷 조선왕조실록에서 정석이라는 단어를 검색해보면 원문 15회 검색된다. 이 말을 바둑 용어로 본격적으로 사용하게 된 것은 19세기와 20세기초 일본 바둑의 영향을 받으면서 였을 것으로 추정된다.
바둑에서 정석은 '유일한 정답'이 아니라 '검증된 선택지'에 가깝다. 상황에 따라서는 정석을 벗어난 수가 더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 그래서 바둑계에는 "정석을 외우지 말고 정석의 뜻을 이해하라"는 말이 전해진다.
이런 의미를 생각하면 ‘수학의 정석’이라는 제목은 꽤 절묘하다. 이 책이 처음 출간된 것은 1960년대다. 당시 저자인 홍성대는 수학의 핵심 원리와 대표 문제를 체계적으로 정리한 참고서를 만들고자 했다. '정석'이라는 이름에는 수학 문제를 푸는 가장 기본적이고 검증된 길을 제시하겠다는 뜻이 담겨 있었을 것이다.
실제로 많은 학생들은 이 책을 통해 수학의 기본 개념과 풀이 방식을 익혔다. 그래서 한때 '정석을 몇 번 봤느냐'가 공부량을 가늠하는 기준처럼 여겨지기도 했다.
사실 바둑의 정석과 수학의 정석은 닮은 점이 있다. 둘 다 기본과 원리를 중시한다. 그러나 둘 다 맹목적인 암기를 목표로 하지는 않는다. 바둑에서 정석의 의미를 이해해야 새로운 상황에 대응할 수 있듯, 수학에서도 공식과 풀이 과정을 이해해야 처음 보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오늘날 '정석'이라는 말은 일상에서도 널리 쓰인다. 우리는 "정석대로 처리했다", "정석적인 방법이다", "교과서적인 대응이다"라고 말한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원래 의미가 다소 변했다. 많은 사람들이 정석을 '유일한 정답'으로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사실 정석의 본래 의미는 훨씬 유연하다. 정석은 절대적인 답이 아니라 수많은 경험과 시행착오가 축적된 결과물이다. 가장 안전하고 검증된 길이지만, 상황에 따라서는 새로운 길이 더 나을 수도 있다.
인공지능이 등장한 뒤 바둑계에서는 수백 년 동안 정석으로 여겨졌던 수순이 뒤집히는 일이 잇따랐다. 수학 교육도 마찬가지다. 과거에는 정답을 빠르게 찾는 것이 중요했다면 오늘날에는 문제 해결력과 창의적 사고가 더 강조된다. 시대가 바뀌면 정석도 달라질 수 있다는 이야기다.
정석은 정답이 아니다. 정답에 이르기 위한 가장 믿을 만한 출발점이다. 바둑판 위에서도, 교실의 수학 문제집 속에서도, 그리고 우리 삶에서도 정석의 가치는 여전히 거기에 있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기자 /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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