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5일 경기에서 한화 이글스 페라자가 홈런을 친 후 배트로 지면을 강하게 내리치는 세리머니를 선보여 논란의 중심에 섰다. 지난 4월 3일 수원 KT 위즈파크에서 열린 경기에서는 삼성 라이온즈의 내야수 김영웅이 득점 기회에서 헛스윙 삼진을 당한 뒤, 극심한 타격 부진에 대한 답답함을 이기지 못하고 배트를 바닥에 내리치며 분노를 표출했다. 당시 팀의 사령탑인 박진만 감독은 "상대 팀이 아닌 자기 자신에게 내는 화"라며 이를 젊은 선수의 패기로 해석했고, 베테랑 강민호 역시 경기 후 주먹을 맞대며 격려했으나 팬들의 시선은 곱지 않았다.
단순히 개인의 승부욕이나 아쉬움의 표현으로 치부하기에는 그 위험 수위가 이미 선을 넘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지난해 9월에는 키움 히어로즈의 송성문이 중요한 찬스에서 삼진으로 물러난 뒤 화를 참지 못하고 방망이를 땅에 내리쳐 부러뜨린 사건이 있었다. 이때 분이 풀리지 않아 던진 부러진 배트 파편이 다음 타석을 준비하던 동료 임지열 쪽으로 날아가 자칫 큰 사고로 이어질 뻔한 아찔한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다.
야구 배트는 단단한 나무로 만들어져 있어, 정상적인 경기 상황이 아닌 화풀이용으로 휘두르거나 던지는 순간 언제든 사람을 해칠 수 있는 치명적인 흉기로 돌변한다. 부러진 파편이나 튕겨 나간 배트가 동료 선수, 심판, 혹은 볼보이나 배트보이를 타격할 경우 치명적인 부상으로 이어질 수 있음에도 현재 KBO 리그는 과격한 장비 파손 행위에 대해 명확하고 강력한 즉각 퇴장 규정이 부족한 실정이다.
더 큰 문제는 프로야구를 보며 자라는 어린이와 청소년들에게 미치는 악영향이다. "배트는 오직 공을 치는 도구"라는 스포츠의 기본 명제를 망각한 채, 스타 선수들이 답답하고 화가 난다는 이유로 물건을 때려 부수는 모습을 여과 없이 노출하는 것은 "분노를 과격하게 표출해도 된다"는 잘못된 메시지를 심어줄 수 있다. 실제로 프로 선수들의 이러한 행동을 보고 자란 리틀야구나 엘리트 학생 야구 선수들이 이를 '멋진 승부욕'으로 오인하고 모방할 가능성 역시 매우 높다. 학교 스포츠 현장이라면 즉각 징계 대상이 될 행동이 프로라는 무대에서 '패기'로 포장되는 온정주의는 지양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는 이유다.
다치는 선수가 나온 뒤에 규칙을 정하면 소용이 없다. KBO는 투수의 투구가 타자의 머리를 향했을 때 적용되는 '헤드샷 퇴장'처럼, 배트를 고의로 강하게 내리치거나 던져 타인에게 위협을 가하는 행위에 대해서도 즉각 퇴장 및 사후 징계를 내릴 수 있는 엄격한 규정 신설이 시급하다.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야구, 승부욕보다 '안전'과 '스포츠맨십'이 먼저라는 가치를 보여주기 위한 KBO의 단호한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강해영 마니아타임즈 기자/hae2023@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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