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류지현 감독이 이끈 대표팀이 17년 만에 이룬 8강 진출은 분명한 성과다. 2013년, 2017년, 2023년 3회 연속 조별리그 탈락과 2024년 프리미어12 조별 탈락 등 국제무대 장기 부진을 끊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없지 않다.
KBO는 류지현 감독에게 "요청의 99%를 지원했다"고 할 만큼 전폭적인 뒷받침을 아끼지 않았고 저마이 존스(디트로이트), 셰이 위트컴(휴스턴), 데인 더닝(시애틀) 등 MLB 한국계 선수 3명을 처음으로 동시 발탁하는 실험도 단행했다.
그러나 8강 진출까지의 과정을 뜯어보면 박수를 아낄 수밖에 없다. 조별리그에서 일본과 대만에 연속 패배했고 대만전에서는 패배 직후 탈락 직전까지 내몰렸다. 호주가 대만을 3-0으로 격파해주지 않았다면 올해도 조별 탈락의 수순이었다. 결과적으로 호주·대만과 2승 2패 동률 끝에 최소 실점률로 아슬아슬하게 올라선 8강이었다.

무엇보다 도미니카공화국전은 뼈아팠다. 후안 소토(뉴욕 메츠), 블라디미르 게레로 주니어(토론토) 등 초호화 라인업을 상대로 했다지만 투타 모두 속수무책으로 무너지며 콜드게임 완패는 한국 야구의 국제 경쟁력 격차를 적나라하게 노출했다. 김하성·송성문의 부상 공백과 장거리 이동에 따른 체력 소모를 감안하더라도 결과는 너무 허무했다.
희망의 불씨도 있었다. 김도영, 안현민 등 2003년생 타자들이 가능성을 내비쳤고 일본과 미국까지 원정 응원에 나선 팬들의 뜨거운 열기는 여전했다. 하지만 안우진·문동주 등 '영건' 투수진의 부상 이탈이 전력에 공백을 남겼고 이는 향후 국제 대회를 위해 반드시 해결해야 할 숙제로 남았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과 2009년 WBC 준우승이 지금의 KBO리그 2년 연속 관중 1000만 시대를 열었듯 국제 무대 성적과 국내 흥행은 맞물려 있다.
올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을 시작으로 2027년 프리미어12, 2028년 LA올림픽으로 이어지는 국제 대회 일정을 앞두고 한국 야구는 '8강'에 안도할 시간이 없다.
[진병두 마니아타임즈 기자/maniarepor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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