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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박사 기자의 스포츠용어 산책 1655] 북한 농구에선 왜 '더블 드리블'을 '몰기 실수'라고 말할까

2026-01-05 04:47

 2018년 남북한 친선여자농구 경기 모습
2018년 남북한 친선여자농구 경기 모습
외래어 ‘더블 드리블’은 영어 ‘double dribble’을 음차한 말이다. 농구나 핸드볼 등에서 반칙으로 규정하는 행위로 한 번 드리블한 선수가 패스나 슛을 하지 않고 계속 드리블을 하는 일을 의미한다. 이 단어는 둘을 의미하는 ‘double’과 공을 몬다는 ‘dribble’의 합성어이다.

인터넷 용어사전 ’매리엄 웹스터‘에 따르면 더블 드리블은 선수가 두 손으로 동시에 공을 드리블하거나 한 손 또는 양손으로 공을 정지시킨 후 계속 드리블할 때 이루어지는 불법 행위이다. 더블드리블이라는 단어는 1949년부터 미국 농구에서 처음 등장했다고 한다. 당시는 NBA 전신인 BAA(Basketball Association of America)가 출범했던 해로 흥행을 위해 지역방어를 금지하면서 더블드리블에 대한 규제를 강화했던 것으로 보인다. (본 코너 430회 ’왜 더블 드리블(Double Dribble)이라 말할까‘ 참조)
원래 드리블은 손으로 공을 바닥에 튕기는 행위를 말한다. 드리블은 한 손으로 해도 되고 양손으로 할 수도 있다. 드리블은 슛이 불가능할 때나 속공 플레이를 시도하는 경우 또는 수비수를 제칠 때 많이 사용한다. (본 코너 402회 ‘왜 드리블(Dribble)이라고 말할까’ 참조) 하지만 여기에도 금기사항이 있다. 그 중 하나가 더블 드리블인 것이다.

우리나라 언론에선 1960년대부터 더블 드리블이라는 말을 사용했다. 네이버 뉴스 라이브러리에 따르면 조선일보 1985년 12월14일자 ‘85농구대잔치 경희(慶熙),"뒤집기"로 8강(强)도약’ 기사는 ‘동국은 또 5초를 남기고 경희의 골밑에서 손백규(孫白圭)가 인터셉트에 성공, 연장전으로 끌고가는듯 했으나 너무 허둥대다 어이없는 더블드리블을 저지르고 말았다’고 보도했다.

북한에선 더블 드리블을 ‘몰기 실수’라고 부른다. ‘몰기’는 공을 연속적으로 튀기며 앞으로 운반하는 행위인 드리블을 뜻한다. ‘실수’는 규정상 허용되지 않는 오류라는 의미이다. 따라서 몰기 실수는 한 번 공 몰기를 끝낸 뒤 다시 몰기를 한 행위를 가리키는 의미인 것이다.


북한에서 ‘이중 몰기’보다 몰기 실수라고 명명한 것은 북한 체육 언어의 기본 원칙을 드러낸다. 기술을 이름 붙이기보다 동작의 옳고 그름을 먼저 따진다. 더블 드리블은 새로운 기술이 아니라 규칙이 허용하지 않는 동작상의 오류라는 인식이 깔려 있는 것이다.

남쪽에서 더블 드리블은 순간적인 판단 착오나 기술 미숙으로 이해되지만, 북한의 ‘몰기 실수’는 기본 동작을 어긴 행위다. 이는 트래블링을 ‘걸음반칙’이라 부르고, 캐리를 ‘공 얹기 실수’라 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기술의 이름보다 규범의 언어가 앞선다. (본 코너 1654회 ‘북한 농구에선 왜 ‘트래블링’을 ‘걸음반칙’이라 말할까‘ 참조)

‘몰기 실수’라는 표현은 농구를 개인 기술의 경연이 아니라, 규칙 속에서 통제된 움직임의 집합으로 바라보는 시각을 반영한다. 공을 몰다 멈췄다면 다시 몰 수 없다는 단순한 규칙을, 복잡한 외래어 대신 직관적인 언어로 각인시키는 것이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기자 /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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