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9.01(월)

스포츠

[스포츠박사 기자의 스포츠용어 산책 1530] 스포츠클라이밍에서 왜 ‘스피드(Speed)’라고 말할까

2025-08-31 06:30

 올림픽 스포츠클라이밍 경기장 모형
올림픽 스포츠클라이밍 경기장 모형
스포츠클라이밍에서 ‘스피드(Speed)’는 말 그대로 속도를 경쟁하는 종목이다. 마치 육상 100m 달리기처럼 “누가 가장 빠르게 표준화된 코스를 오르느냐”를 겨루는 것이다. 다른 두 종목(리드, 볼더링)과는 완전히 성격이 다른 경기이다. (본 코너 1528회 ‘스포츠클라이밍에서 왜 ‘리드(Lead)’라고 말할까‘, 1529회 ’스포츠클라이밍에서 왜 ‘볼더링((Bouldering)’이라 말할까‘ 참조)

영어용어사전에 따르면 영어 ‘speed’는 ‘성공하다, 번성하다’는 뜻을 가진 고대 독일어 영어 ‘spodiz’가 어원이다. 이 말이 고대 영어 ‘sped’로 넘어와 중세 영어 ‘spede’에서 ‘빠르다’는 의미로 확장됐다. 현대 영어에선 주로 ‘속도, 신속함’이라는 뜻으로 사용한다.

스포츠용어로는 주로 속도를 나타내는 의미로 쓰였다. 미국 폴 딕슨 야구용어사전에 의하면 ‘speed’는 1887년 개인이나 팀이 베이스를 달리는 능력, 신속히 볼을 잡는 능력, 패스트볼을 던지는 능력이라는 의미로 처음 사용했다. 1918년부터는 패스트볼(fastball)을 ‘스피드볼(speedball)’이라고도 불렀다. 투구 속도를 재는 기계를 ‘스피드건(speed gun)’이라고 말한다.

국제스포츠클라이밍연맹(IFSC)는 2007년 1월 27일 창립과 함께 ‘Speed(스피드) Climbing’을 정식 종목 명칭으로 사용하기 시작했다. IFSC 정관과 소개 문서에 IFSC의 공식 종목이 'Lead·Boulder·Speed'로 명시돼 있고, 같은 해에 표준화된 스피드 코스(15m 동일 루트)를 도입하며 ‘Speed’라는 명칭과 포맷이 확정적으로 굳어졌다.


그 이전 스피드 자체는 IFSC 이전 UIAA/ICCC 체제에서 이미 종목으로 운영됐고(월드컵에 스피드가 1998년부터 포함), IFSC가 2007년에 종목과 명칭을 승계했다고 볼 수 있다. IFSC가 스피드라는 말을 채택한 것은 단순히 빠름이라는 뜻을 넘어, ‘정해진 규격 벽을 얼마나 신속하고 정확하게 오르는가’를 표현하는 핵심 개념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어원적으로는 원래 ‘성취(achievement)’라는 의미가 있었는데, 신속한 등반으로 나타내는 경기적 성공으로 연결된 것이라 볼 수 있는 것이다.

스포츠클라이밍 스피드 종목은 표준 벽, 동일한 코스에서 열린다. 높이 15m, 기울기 95°(약간 앞으로 기울어진) 벽에서 경기를 하며, 전 세계 어디서든 동일한 인공홀드 배열과 위치가 설치되어 있다. 따라서 선수들이 동일 조건에서 기록 비교 가능하다. 스타트 패드에 발을 올려두고 신호음과 함께 출발하며, 벽 위 꼭대기에 있는 ‘터치 패드(빅 버튼)’를 누르면 기록이 멈춘다. 소수점 세 자리까지(0.001초 단위)까지 기록을 측정한다.

예선은 각 선수 두 번씩 시도하며 더 빠른 기록으로 순위를 결정한 뒤 16강 이후는 토너먼트 배틀로 이뤄진다. 두 선수가 나란히 벽을 오르며 먼저 버튼을 누르는 선수가 승리한다. 현재 세계기록을 살펴보면 남자는 인도네시아 베디르만이 4.90초, 여자는 폴란드 알렉산드라 미로슬라프가 6.24초로 각각 최고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스포츠클라이밍이 정식종목으로 처음 채택된 2020 도쿄 올림픽에선 리드+볼더링+스피드 합산 종목으로 채택됐지만 스피드가 낯설어 비판이 많았다. 2024 파리 올림픽에선 리드·볼더링은 ‘콤바인’, 스피드는 독립 종목으로 분리해 공정성을 강화했다. (본 코너 1524회 ‘스포츠클라이밍은 어떻게 올림픽 종목이 됐나’ 참조)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기자 / kimbundang@maniareport.com]
<저작권자 © 마니아타임즈,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쇼!이슈

마니아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