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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박사 기자의 스포츠용어 산책 1445] 북한에선 ‘카누’를 왜 ‘커누’라고 말할까

2025-06-01 06:54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카누 여자 용선 500m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남북 단일팀 선수들이 응원단에 손을 흔들며 출발선으로 가는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카누 여자 용선 500m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남북 단일팀 선수들이 응원단에 손을 흔들며 출발선으로 가는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남북 단일팀은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카누 여자 용선 500m에서 국제 종합 스포츠대회 사상 최초로 금메달 쾌거를 이뤄냈다. 스포츠에서 남북 단일팀이 결성된 것은 1991년 세계탁구선수권과 세계청소년축구대회, 올해 평창동계올림픽과 세계탁구선수권, 그리고 이번 아시안게임 등 총 다섯 차례가 있었다.

‘용선(龍船)’은 한자어로 ‘용 용(龍)’과 ‘배 선(船)’의 합성어이다. 영어로 ‘dragon boat’라고 말한다. '용선'은 대한체육회 및 대한카누연맹 등이 사용하는 공식 한국어 명칭이다. 중국에서는 '용주(龍舟; 龙舟)' 쪽이 더 널리 쓰인다. 이는 본래 한자 '배 주(舟)‘가 ’배 선(船)‘보다 작고 굽어있는 것(보트)을 지칭하기 때문이나, 현대 한국어에서는 그러한 의미가 거의 구별되지 않는다. (본 코너 1405회 ’조정에서 ‘배’를 왜 ‘보트’라고 말할까‘ 참조)

2018년 당시 아시안게임에 출전한 카누 남북 선수들은 서로 다른 용어를 사용했다. 북한 선수들은 카누를 ‘커누’라고 불렀으며, 박자를 맞춰주는 드러머를 ‘북잡이’, 배의 방향을 알려주는 스틸러를 ‘키잡이’라 말했다. (본 코너 1441회 '왜 카누라고 말할까' 참조)

북한이 스포츠 용어에서 우리와 다른 말을 쓰는 것은 이른바 문화어 규정에 따른 것이다. 문화어는 평양말을 중심으로 한 노동 계급의 이상과 생활 감정에 맞도록 규범화한 북한의 공용어이다. 우리의 표준어에 해당하는 말의 북한식 표현이다. 1966년 김일성의 담화 ‘조선어의 민족적 특성을 옳게 살려 나갈 데 대하여’에 의해 제정된 것으로, 기본적인 발상은 남한의 표준어로부터 독립된 공용어를 가져 ‘주체성을 구현하는 민족어를 육성’하려는 데 있었다.

남북한은 역대 스포츠 교류를 하면서 단일팀 명칭도 달리 사용했다. 1991년 지바 세계탁구선수권대회에 출전하는 연합팀 구성을 할 때, 팀명칭을 놓고 남북한은 각기 다른 명칭을 썼다. 남한은 단일팀, 북한은 유일팀으로 불렀던 것이다. 남한이 쓴 단일팀은 ‘단일(單一)’이라는 한자어와 영어 ‘팀(team)’의 합성어이다. 조선왕조실록을 검색해보면 ‘단일’이라는 말이 32회나 검색돼 오래전부터 써왔던 단어임을 알 수 있다. 북한이 쓴 ‘유일팀’은 ‘유일(唯一)’이라는 일본식 한자어와 영어 ‘팀’의 합성어이다. 유일은 오직 하나라는 의미로 ‘유일무이(唯一無二)’라고 말 할 때 쓰는 말이다. (본 코너 1003회 ‘남한은 ‘단일팀’, 북한은 ‘유일팀’이라고 각기 다른 말을 쓴 까닭‘ 참조)

북한은 문화어 규정에 의거해 커누는 러시아식 발음법에 따라 ‘커누’로 부르게 됐던 것이다. 북한 카누는 우리보다 역사가 길다. 우리나라가 1980년대 카누에 뛰어든 것에 반해 북한은 그보다 앞서 국제카누연맹에 가입했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기자 /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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