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5.17(토)

야구

'트리플 전략' 김경문의 마법, 한화를 리그 최강으로 변모시키다

2025-05-17 13:35

한화 김경문 감독
한화 김경문 감독
김경문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두 번째 시즌, 한화 이글스가 과거 그가 두산 베어스와 NC 다이노스에서 구현했던 성공 방정식을 더욱 발전된 형태로 재현하며 KBO 리그의 강자로 부상했다. 5월 17일 현재 한화는 27승 16패, 승률 0.628로 리그 2위를 질주하고 있다.

시즌 개막 전 많은 전문가들이 한화를 5강권 팀으로 예상했지만, 두 자릿수 연승과 6할대 승률로 선두권을 다툴 것이라고 예측한 이는 거의 없었다. 개막 전 한화는 투수력이 강력하지만 타격은 약세일 것으로 평가받았다.

과감한 주루 플레이를 앞세운 '발야구'는 김경문 감독의 독보적인 전략이다. 그는 두산과 NC 시절에도 이 전략으로 팀 성적을 실제 전력 이상으로 끌어올리며 프로야구의 패러다임을 바꿨다. 김 감독 부임 전 2003년 도루 7위였던 두산은 2006년부터 2008년까지 3년 연속 도루 1위 팀으로 탈바꿈했다. NC에서도 2013년 도루 3위로 시작해 2015년에는 도루 1위 팀을 만들었다. 강타자가 부족한 팀 구성의 한계를 적극적인 주루로 극복한 것이다.

지난해 한화는 도루성공 69회(리그 9위)에 실패 41회로 도루성공률 최하위(62.7%)에 그쳤고, 도루시도율도 5.5%로 8위에 불과했다. 시즌 중 부임한 김 감독으로서는 팀을 변화시킬 시간이 부족했다. 그러나 올해는 도루성공 40회(1위), 성공률 72.7%(5위), 도루시도율 11.2%(1위)를 기록하며 공격적인 주루 플레이를 선보이고 있다. 민첩한 문현빈(7도루), 이원석(6도루)은 물론, 힘으로 승부하는 타입의 노시환(7도루)까지 전 선수가 적극적으로 베이스를 훔치고 있다.

한화 선수들
한화 선수들
주목할 만한 점은 한화가 2018시즌에도 팀 도루 118개로 리그 1위를 차지하며 11년 만에 가을야구에 진출했던 전례가 있다는 것이다. 공격력의 약점을 '스피드'로 보완한 한화는 마운드에서도 젊고 재능 있는 투수들의 '강속구'라는 무기를 극대화하고 있다. 5월 12일 기준 한화 투수진의 포심 평균구속 148.8km/h는 2013년 구속 측정 이래 최고 기록이다.

올 시즌 10이닝 이상 소화한 투수 중 최고구속 랭킹 1~8위에 한화 소속이 5명이나 포진해 있다. 김서현(154.2km/h)과 코디 폰세(153.1km/h)가 1, 2위를 차지했고, 정우주(151.7km/h) 6위, 라이언 와이스(151.7km/h) 7위, 문동주(151.5km/h) 8위로 리그 최강 강속구 군단을 형성했다. 송민구 해설위원은 "한화는 리그에서 유일하게 9이닝당 9개 이상의 삼진(K/9 9.58개)을 잡아내면서도 가장 적은 76개의 볼넷만 허용했다"고 평가했다.

작년 시즌에도 팀의 강점이었던 불펜은 올해 한화의 가장 강력한 무기로 자리 잡았다. 김경문 감독과 양상문 투수코치가 잠재력 있는 투수들을 발굴하고 그들의 장점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불펜을 재구성한 결과다. 시즌 초반 주현상이 흔들릴 때 과감하게 김서현을 마무리로 기용한 결정도 성공적이었다. 김서현(12세이브)을 중심으로 한승혁(8홀드), 박상원(6홀드), 정우주(3홀드), 김범수, 김종수, 조동욱(각 2홀드)으로 이어지는 한화 불펜진은 김 감독의 두산 시절 'KILL 라인'이나 NC 시절 '단디 4'보다 양적, 질적으로 더 우수하다.

한화는 올 시즌 6회까지 앞선 경기에서 18승 무패, 7회까지 앞선 경기에서 21승 무패, 8회까지 앞선 경기에서 23승 무패를 기록 중이다. 6회까지 단 한 점이라도 앞서면 100% 승리로 이어지는 탄탄한 경기 운영을 보여주고 있다. 동점이나 소점차 상황에서도 추가 실점을 막아내며 역전승을 거두는 경우가 많아, 상대팀에게는 6회 이전에 득점해야 한다는 심리적 압박을 주고 있다. 이는 과거 오승환 전성기 시절 삼성 왕조에서나 볼 수 있었던 경기 패턴이다.

주목할 점은 과거 두산·NC 시절과 달리 다양한 투수를 폭넓게 기용하며 과부하를 최소화하는 운영 방식이다. 한화 불펜진의 2연투는 33차례, 3연투는 2차례로 다른 팀에 비해 적은 편이다. 불펜투수의 멀티이닝 등판도 18차례에 불과해 리그에서 가장 적다. 리그 최고 수준의 선발진(경기당 평균 5.69이닝, 1위)이 매 경기 6~7이닝을 책임지며 불펜 과사용을 원천적으로 방지하는 것도 성공 요인이다.

한화 문현빈
한화 문현빈
김경문 감독은 두산에서 '화수분야구'로 불리는 육성 시스템의 선수들을, NC에서는 창단팀 특전으로 영입한 특별지명 선수들을 성공적으로 활용했다. 한화에서도 암흑기 동안 신인드래프트 상위 지명권으로 선발한 유망주들이 올 시즌 잠재력을 폭발시키고 있다. 2020년 18연패 후 한화는 장기적 관점에서 리빌딩을 추진했다. 스카우트와 선수 육성에 투자하고, 데이터와 첨단장비를 도입했으며, 외국인 지도자를 영입해 선수 개발에 집중했다.

현재 한화의 상승세를 이끄는 주역들은 최근 3년간 스토브리그에서 고액 계약으로 영입한 선수들이 아니다. 팀 연봉총액의 절반을 차지하는 채은성, 심우준, 안치홍, 엄상백, 이태양 등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성적을 내고 있음에도 한화는 2위를 유지하고 있다.

한화 국내 야수 WAR 상위 10위 중 7명, 투수 WAR 상위 10위 중 8명이 한화가 드래프트에서 선발해 육성한 자체 생산 선수들이다. 팀 내 타율·출루율·장타율·도루 1위인 문현빈, 홈런·타점·득점 1위 노시환, 세이브 1위 김서현이 대표적이다. 20대 초중반의 젊은 자체 육성 선수들의 활약은 한화의 초반 돌풍이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이번 시즌은 물론 앞으로도 지속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장성훈 선임기자/seanmania2020@maniareport.com]
<저작권자 © 마니아타임즈,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쇼!이슈

마니아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