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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서리 스트라이크의 함정' LG 홍창기에게 불친절한 ABS 시대

2025-04-28 17:35

LG 홍창기
LG 홍창기
[진병두 마니아타임즈 기자] LG 트윈스의 홍창기(32)는 KBO 리그에서 독보적인 출루 능력을 지닌 선수로 평가받는다. 화려한 장타력은 아니지만, 타고난 선구안과 3할 이상의 안정적인 타격 능력을 바탕으로 출루율 부문에서는 그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경지에 올라있다.

홍창기의 출루 능력은 수치로도 확인된다. 그는 2020년 주전으로 자리 잡은 이후 매년 놀라운 출루율을 기록해왔다. 2020년 0.411을 시작으로 2021년에는 0.456, 2023년 0.444, 2024년 0.447의 출루율을 보여주며 리그 최고의 '출루 머신'이란 별명을 얻었다. KBO 리그 통산 3000타석 이상을 소화한 선수 중 홍창기의 통산 출루율 0.428보다 높은 기록을 세운 선수는 단 한 명도 없다.

이러한 실력을 갖춘 홍창기는 2024년 도입된 자동 볼 판정 시스템(ABS)의 가장 큰 수혜자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인간이 아닌 기계가 정확하게 스트라이크존을 판정하는 만큼, 뛰어난 선구안을 가진 홍창기가 더 많은 볼넷을 얻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컸다.

그러나 현실은 예상과 다르게 흘러가고 있다. 오히려 ABS 도입 이후 홍창기는 예상치 못한 혼란을 겪고 있다. 지난해에는 초반 적응 기간을 거쳐 5월부터 점차 볼넷 수를 늘려가며 예년의 출루율을 회복했지만, 올해는 존이 하향 조정되면서 또다시 적응이 필요한 상황이다. 신장이 큰 홍창기에게 이러한 변화는 그다지 유리하게 작용하지 않고 있다.

LG 홍창기
LG 홍창기
현재 홍창기의 성적은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4월 27일 기준으로 26경기 114타석에서 타율 0.225, 출루율 0.357에 머물고 있다. 여전히 타율과 출루율의 차이는 크지만, 타율과 출루율 모두 그의 커리어 평균을 밑돌고 있다. 가장 두드러진 문제는 삼진 비율의 급증이다. 헛스윙 비율은 예년과 비슷하지만, 루킹 스트라이크가 크게 늘어났다. 볼넷 비율은 큰 변화가 없는 반면, 삼진 비율은 2023년 12.9%, 2024년 14.6%에서 올해 23.7%로 급증했다.


이전 심판들의 스트라이크존은 사각형의 모서리 부분이 다소 완화된 형태였다. 이는 '타자가 칠 수 있는 공'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ABS는 그런 인간적인 고려 없이 오직 설정된 존에 따라서만 판정한다. 특히 스트라이크존 모서리의 공들은 타자들이 안타는커녕 방망이에 맞추기도 쉽지 않은 공들이지만, ABS는 이를 무조건 스트라이크로 판정한다. 많은 타자들이 곤혹스러워하는 부분이다.

ABS에 대해 타자들은 표면적으로는 불만을 표시하지 않지만, 내부적으로는 상당한 불만이 존재한다. 홍창기로서는 시즌 초반이 다소 허무하게 흘러가고 있지만, ABS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고 시즌 중에 존이 바뀔 가능성도 희박하다. 또한 투수들이 계속해서 모서리의 이점을 누릴 수도 없을 것이다.

144경기라는 긴 정규시즌은 결국 평균의 법칙을 따르게 된다. ABS로 인한 유불리도, 시즌 성적도 결국은 평균으로 회귀할 것이다. 희망적인 신호도 있다.

홍창기는 27일 광주 KIA전에서 안타는 없었지만 볼넷 2개를 골라내며 4월 2일 이후 처음으로 한 경기 2볼넷 이상을 기록했다. 이처럼 작은 실마리를 찾아간다면, 성적 반등은 생각보다 빠르게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다.

[진병두 마니아타임즈 기자/maniarepor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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