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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박사 기자의 스포츠용어 산책 989] 스포츠에서 ‘베스트 오브(best of)’는 어떤 의미를 갖는 것일까

2023-05-17 06:22

조코비치는 지난 1월 호주오픈 남자 단식 결승에서 스테파노스 치치파스(4위·그리스)를 2시간 56분 만에 3-0(6-3 7-6〈7-4〉 7-6〈7-5〉)물리치고 우승을 차지했다. 사진은 조코비치 결승 경기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조코비치는 지난 1월 호주오픈 남자 단식 결승에서 스테파노스 치치파스(4위·그리스)를 2시간 56분 만에 3-0(6-3 7-6〈7-4〉 7-6〈7-5〉)물리치고 우승을 차지했다. 사진은 조코비치 결승 경기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테니스 메이저 대회에서 보통 남자 단식 경기 시작에 앞서 주심이 영어로 “The best of five sets match. Mr.A to serve, Play!”라고 선언한다. 이 말은 총 5세트 중 3세트를 먼저 선취하면 매치 승패가 결정된다는 뜻이다. (본 코너 934회 ‘테니스에서 왜 ‘세트(set)’라고 말할까‘, 935회 '테니스에서 왜 ‘매치(match)’라고 말할까‘ 참조) 여자 단식의 경우는 규정에 의해 남자보다 2개 세트가 적기 때문에 “The best of three”라고 주심이 말한다. 여기서 ‘best’는 최상의 뜻이 아니라 최대 또는 최다의 뜻이라는 의미가 된다. 즉 과반을 넘었다는 뜻이다.

영어용어사전에 따르면 ‘best of’는 최상을 의미하는 부사 ‘best’와 어떤 사람이나 사물과 관련돼 ‘의’를 의미하는 전치사 ‘of’의 합성어구로 어떤 주제나 카테고리에서 가장 뛰어난 것을 선택할 때 쓰는 표현이다. ‘best’의 어원은 독일어 ‘best’이며, 고대 영어 ‘betst’를 거쳐 현대어로 바뀌었다. ‘of’도 독일어 ‘ab’가 어원이며, 고대 영어에서 차용해 쓰게됐다.

‘best of the year’은 해당 연도에 가장 우수한 작품이나 성과로 보여 선정된 작품이라는 뜻이다. ‘best of the time’는 특정 뷴야에서 역사적으로 가장 훌륭하다고 인정받는 작품이라는 의미이다. ‘best of awards’는 그래미 시상식 등에서 가장 우수한 작품들이라는 뜻이다.

스포츠 용어로 ‘best of’는 우리 말로 ‘-전(戰) -선승제(先勝制)’로 번역해 쓴다. 뒤에 붙는 숫자는 두 팀이 치러야 할 경기나 세트 수 등을 뜻한다. 예를들어 5전3선승제는 ‘best of five’, 7전4선승제는 ‘best of seven’이다. 3전2선승제는 ‘best of three’이다. 테니스, 탁구, 스쿼시 등 일부 종목의 경우 숫자 뒤에 ‘game’, ‘set’ 같은 표현을 쓴다.

우리나라에선 오래전부터 전통 민속놀이인 씨름에서 ‘삼판양승’, ‘오판삼승’이라는 말을 썼다. 조선일보 1934년 6월22일자 ‘기일절박(期日切迫)한‥‥‥‥◇ 전조선(全朝鮮)씨름대회(大會)’ 기사는 ‘【평양(平壤)】조선고유의국기(국기(國技))인 씨름을 좁더『스포츠』화하는 규약,강령하에서 년년히개최하여 성황을일우고 잇거니와 금년에도관서체육회에서 본사평양지국후원을어더오는이십오륙량일간 부내신양리 숭전체육관에서 매야 팔시삼섭분부터제사회전조선 씨름대회를 개최키로된바 발서백여명에 달하야사계의자웅을 결하게 되엿는데혜성과가티 나타난 신진선수숭인상업학교의 씨름부주장(주장(主將))리진걸(이진걸(李鎭杰))군이 로장들을대항하여 룡양호박의 장쾌한싸홈이 전개될것으로 긔대되여인긔는최고봉에달하여잇다 참가신청 긔일은 이십삼일오후륙시 까지로되여 잇슴으로력사는 다가티참가하여 자긔의기예를 뽑내여 볼것이요더욱이예선전에는 삼판양승,결승전에는 오판삼승으로서 승부를 가리게되엿슴으로 선수로서도 충분한기능을발휘 할수잇거니와 관중의흥미도 무던히만을터이라한다’고 전했다. 당시 씨름에서 예선전은 ‘삼파양승’, 결승전은 ‘오판삼승’으로 치렀다는 내용이었다. ‘5전3선승제’, ‘7전5선승제’와 같은 말은 1970년대부터 우리나라 언론에서 쓴 것으로 추정된다. 일본 야구 등에서 쓰는 말을 차용한 것으로 보인다. 조선일보 1977년 10월9일자 ‘육군(陸軍),후기(後期)리그 수위(首位)’ 기사는 ‘육군이 전기리그 우승팀 한국화장품과 을해 실업야구의 정상을 가름하는 5전3선승제 코리언시리즈의 패권을 다투게됐다. 8일 서울운동장에서 끝난후기 2차 결승리그 최종일경기에서 후기1차리그 수위팀 육군은 롯데의 맹추격을받아 4대4로 비겼으나 2승1무를 기록,수위를 차지함으로써 플레이오프전을 갖지 않고 자동 우승,19일부터 열리는 코리언시리즈에 나서게 됐다’고 보도했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편집국장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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