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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수의 사람 人] 배구를 위한 사업, 배구를 통한 봉사,,,조광복 대학배구연맹 부회장

2023-02-23 11:50

조광복 대학배구 수석 부회장.
조광복 대학배구 수석 부회장.
1990년대 초, 잘 나가던 사업이 멈춰섰다. 위기가 찾아온 것이었다. 회사 어음 처리가 되지 않고, 채권자가 돈 달라며 몰러왔다. 갑작스럽게 맞은 부도 사태에 모든 것이 속수무책처럼 보였다. 하지만 그동안 쌓아놓았던 신용만큼은 흔들리지 않았다. 거래처 관계자들이나 지인들은 숨을 죽이고 있던 그를 적극적으로 격려하며 지원을 아낌없이 보냈다. 어렵게 위기를 극복하자 기회가 곧 찾아왔다.

조광복(65) 몬도플랙스 한국지사장은 사업이 어려움에 빠져들 때마다 부도 위기에 처했던 그 때를 생각한다. 그러면 얼굴에 생기가 돌고 없던 힘도 생긴다. 한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이겨냈는데라며 새롭게 마음을 잡고 다시 일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사업을 만만하게 봤다. 혈기 방장하던 20대 청년 시절에 이미 사업 기반을 잡아 강남 고급 아파트를 장만할 정도로 돈을 벌기도 했다. 가슴에는 어떤 사업을 하든 불같이 일으킬 수 있을 것 같았다. 1980년대 대기업 무역부에서 일하다 수출입 업무에 어느 정도 눈에 트이면서 여러 사업을 하기 시작했다. “ 당시는 모든 하면 잘 될 것 같았다. 돈 버는 것이 그렇게 쉽게 될 줄 미처 몰랐다. 하지만 한 번 부도 위기를 겪고 난 뒤 사업의 세계가 얼마나 변화에 약한 지를 실감했다”며 그는 말한다.

지금은 수십년간 해온 경기용 바닥재 사업으로 안정된 기반을 닦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경기용 바닥재 사업에 뛰어든 것은 1980년대 중반 무렵이었다. 당시 국제배구연맹이 공인한 프랑스 회사 젤프로(GERFLOR) 타라플렉스(TARAFLEX) 국내 판매권 계약을 갖게되면서였다. 1986년 서울아시안게임과 1988년 서울올림픽을 유치하면서 국내 배구 코트는 타라플렉스에 대한 수요가 크게 증가했다. 그전까지 목재 바닥코트를 사용했던 전국 공공 체육관과 각급 중고등학교 체육관은 타라플렉스로 경기장을 바꿨다. 서울아시안게임과 서울올림픽 주경기장 배구 코트 바닥은 그가 판매하는 타라플렉스 바닥재를 깔았다. 하지만 서울올림픽이 끝난 뒤 다른 경쟁업체들이 뛰어들면서 경기장 바닥재 영업 환경이 점차 나빠지기 시작했다.

한 차례 부도 위기를 잘 넘기고 그는 타라플렉스와의 계약을 포기하고 이탈리아 몬도플렉스(MONDOFLEX)와 국내 영업계약을 맺었다. 지난 20여년간 그는 몬도플렉스의 한국 총판으로 활동하고 있다. 아직까지 국제배구연맹은 타라플렉스를 국제공인 코트바닥재로 정하고 있지만 국내 프로경기, 아마경기는 물론 일반 체육관도 대부분 바닥재로 몬도플렉스 제품을 사용하고 있다. 그의 오랫동안 쌓은 영업력의 결과이다. 몬도플렉스 제품은 배구장 뿐 아니라 육상경기장, 족구 경기장에도 설치돼 있다. 국가대표 훈련장인 진천 선수촌 육상 트랙에는 몬도 트랙이 깔려 있다. 몬도 트랙은 이탈리아 몬도사가 개발한 것으로 국제육상연맹(IAAF)가 공인하는 각종 국제대회 경기용으로 운영되고 있다. 올림픽과 육상 세계선수권대회를 비롯한 국제대회에 몬도 트랙을 반드시 설치해야 한다고 IAAF는 규정하고 있다. IAAF는 몬도트랙이 설치돼 있지 않으면 국제대회를 승인하지 않는다. 2009년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도 몬도 트랙 중 최고 사양인 ‘슈퍼 플렉스 슈퍼 X’가 설치됐다.지난 2021년에는 대한민국족구협회와 후원사 계약을 체결한 뒤 주요 족구 경기에 몬드 바닥재를 제공하고 있다. 핸드볼 경기장에도 몬도플렉스 바닥재가 여러 곳 설치돼 있다.

조광복 대학배구 부회장(앞줄 오른쪽에서 3번째)이 2020 도쿄올림픽 여자배구 지역예선전에서 본선 티켓을 획득한 여자대표 선수단과 기념포즈를 취했다.
조광복 대학배구 부회장(앞줄 오른쪽에서 3번째)이 2020 도쿄올림픽 여자배구 지역예선전에서 본선 티켓을 획득한 여자대표 선수단과 기념포즈를 취했다.


배구, 사업과 봉사의 길


그는 오랜동안 배구에서 바닥재 사업을 해왔다. 배구에서 사업을 하면서 학교 관계자, 배구 관계자, 공공기관 직원 등 다양한 사람들을 만났다. 사업적으로 도움을 받으면서도 봉사를 해왔다. 약 28년간 한국대학배구연맹에 몸담으며 배구 발전에 기여를 했다. 총무이사로 시작해 현재는 연맹 수석 부회장을 맡아 전반적인 살림살이를 담당하고 있다. 리그와 1,2차 대회 운영은 물론 타이틀 스폰서 유치, 방송사와의 중계권 계약 등 그의 손길이 미치지 않는 곳이 없을 정도이다. 오랜 기간 대학배구와 발맞춰 걸어온 만큼 애정도 깊다. 특히 어린 선수들을 향한 마음은 더욱 애틋하다.

그는 선수 출신은 아니다. 화교 학교를 졸업하고, 중앙대을 졸업할 때까지 배구와는 별 인연이 없었다. 하지만 사업을 통해 배구인들을 알게되면서 누구보다도 배구에 관한 열정을 갖게됐다. 비록 경기인은 아니지만 수십년간 배구관계 일을 해왔기 때문에 스스로 ‘배구인’이라고 칭한다.

조 부회장이 가장 관심을 쏟는 일은 선수들의 진로를 활짝 열어주는 것이다. 현재 프로팀에 지명받는 선수는 50%가 안된다. 그는 프로팀에 지명받지 못했거나 입단 가능성이 낮은 이들에게 여러 직업군을 제시해 선택의 폭을 넓혀주려 한다. 과거에는 실업팀 입단, 아마추어팀 지도자 등 길이 한정적이었다. 하지만 전력분석관, 심판 등 새로운 방향이 길을 트게 만들었다. 배구 선수들이 스포츠미디어에 진출할 수 있도록 스포츠 미디어교육을 주선해줬던 적도 있었다. 조 부회장은 “선수 모두 프로 무대에 설 수는 없다. 선수 출신의 이점을 활용해 다양한 기량을 기회를 만들어주고자 했다”고 밝혔다.

여자대학부 선수들의 진로도 열어줬다. 여대부는 고교 졸업 후 프로 및 실업팀에 자리가 없는 선수들이 뛰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단국대, 목포과학대, 서울여대, 우석대, 호남대까지 다섯 개 팀이 여대부팀으로 활동중인데, 졸업 선수들의 취업 기회를 만드는데 연맹이 주력해야 한다는게 그의 말이다.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른다- 배구 장학금

그는 오래전부터 소리 소문없이 익명의 장학금을 배구 선수 육성을 위해 기부하고 있다. 중고등학생과 대학생 등을 상대로 해서다. 중고연맹과 대학연맹 등을 통해 선발해 일정 금액을 월별로 지원한다. 대개 선수들은 학교로부터 장학금 혜택을 받기 때문에 순수한 생활비나 활동비 명목으로 쓰기 위한 것이다. 독실한 크리스찬인 그는 남들에게 자신의 기부 활동을 자랑하고 싶지 않아 익명으로 하고 있다. 자신이 마음으로 행하는 것을 굳이 다른 이들이 알게하고 싶지 않은 것이다. 배구와 함께 하는 순간이 좋았으며 자신에게도 행복감을 주었기 때문에 장학금 기부로 선한 영향력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한다.

그는 “선수들이 열심히 노력해 프로에 진출하면 다시 좋은 후배를 위해 착한 기부를 하도록 하기 위해 소정액을 장학금 형식으로 지원하는 것”이라며 “기회가 주어진다면 앞으로 장학금 대상을 더 확대하고 싶다”고 밝혔다.

가족을 위해서라면

그는 부인과의 사이에 30대 후반의 아들 하나를 두고 있다. 아들은 국내 대학을 중퇴한 뒤 일본 유학을 거쳐 미국에서 살고 있다. 방송 관계 일을 하는 아들과는 자주 연락을 하는 편은 아니지만 수시로 미국으로 찾아가 사는 모습을 보는 것을 낙으로 삼는다. 방랑가적인 기질을 지닌 아들은 부모 도움을 별반 받지 않고 해외에서 독립적인 삶을 살아가간다고 한다.

그의 소셜미디어(SNS) 겉 화면은 ‘잘 머코 잘 살자’는 글이 포스팅으로 올라 있다. 자신을 위한 말이면서 자신을 향한 말이기도 하다. 그는 사랑받는 남편, 따뜻한 아빠임에 틀림없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편집국장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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