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정근은 8강전에서 강동궁을 3-1로 꺾고 4강에 올라 쿠드롱과 결승행 다툼을 벌였다. 하지만 처음부터 정답은 나와있었다.
쿠드롱은 전날 8강전에서 14 연타를 터뜨리면서 카시도코스타스를 총 7 이닝만에 3-0으로 보낸 터였다. 재야고수 박정근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예상대로 박정근은 10연타, 7연타의 쿠드롱에게 1, 2, 3 세트를 모두 내주며 완패 당하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3세트에서 1 이닝 6 연타, 2 이닝 4 연타로 쿠드롱을 10:5, 13:7로 강하게 압박, 한때나마 쿠드롱을 허둥지둥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그 힘으로 3, 5세트를 잡았다. 4세트에선 6연타, 4연타를 쏘며 15:10으로 역전승했다. 5세트는 2 이닝 부터 4연속 3-7-3-2점을 올리며 1이닝 4연타의 쿠드롱을 연속해서 눌렀다.
두 번 모두 쿠드롱이 못해서 이긴 것이 아니라 박정근이 잘해서 이긴 것이었다.
2-3이면 꽤 쓸만한 상황. 하지만 욕심 낼 처지는 아니었다. 쿠드롱은 6세트 3이닝에서 11연타를 쏘며 결승 티켓을 손에 넣었다.
쿠드롱이 두 세트를 내준 건 다음의 결승까지 포함해서 유일하다. 물론 128강전 등은 4세트고 8강전은 5세트여서 단순 비교할 순 없지만 4강전은 박정근의 힘을 느낄 수 있는 싸움이었다.
쿠드롱은 결승까지의 7경기 중 3경기를 3-0으로 끝냈다. 한 세트를 내준 건 32강전의 강민구, 16강전의 이상대, 결승의 레펜스 등이었다.
모두 결승 무대를 밟았거나 정상에 선 선수들. 4강이 생애 처음인 건 박정근 밖에 없었다.
박정근은 128강전에서 준우승 경력의 서삼일, 32강전에서 위마즈를 잡고 올라 온 박동준, 16강전에서 베트남의 프엉린 응우옌 그리고 8강전에서 강동궁을 의외로 쉽게 잠재웠다.
치킨집을 하면서 동 틀 때까지 훈련했다는 48세 박정근이다.
4강까지 올라 다음 여정은 조금 더 편해졌다. 적어도 첫 판은 하위 랭커와 싸운다.
PBA의 상금이 조금은 더 넉넉해지고 그의 주특기 뱅크 샷이 더 발전하면 다음엔 더 높은 곳에서 볼지도 모른다.
그건 PBA에 출전하는 모든 재야고수들의 꿈이기도 하다.
[이신재 마니아타임즈 기자/20manc@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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