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지만 국내 태권도에서 보기 드물게 태권도를 문화적인 측면에서 연구한 박사논문이 발표돼 화제를 모으고 있다. 이화여대 국제대학원 한국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마친 신유리(42)씨가 발표한 ‘서울· 평창 올림픽 개회식으로 본 한국문화 변화 연구 : 태권도시범을 중심으로’가 그것이다.
신씨는 이례적으로 태권도를 문화와 접목시켜 박사논문을 완성했다. 논문은 1988년 서울 하계올림픽과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개회식에서 실시된 태권도 시범을 통해 문화 변화상을 연구했다.
신씨는 “세계화된 종목인 태권도에 대한 연구를 문화영역으로 넓혀 해석하려고 했다”며 “그동안 태권도와 문화를 연결시킨 논문이 많지 않았는데 앞으로 좀 더 활발한 연구가 이루어지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가 태권도를 연구 주제로 삼은 것은 고 김운용 세계태권도연맹 총재의 전담 비서로 7년간 근무한게 계기가 됐다. 30대 때 태권도를 뒤늦게 시작해 2단 단증까지 딴 그는 김 총재의 비서를 하면서 여러 태권도인들과 만나며 태권도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갖게됐다고 한다.
논문은 지난 30년간 급격히 변화한 한국 사회의 모습이 태권도를 통해 한국 문화에 어떻게 반영됐는지를 분석하기 위해 올림픽 개회식과 문화 관계, 올림픽과 태권도 관계, 태권도 개념과 범주, 역사, 특성에 관한 문헌을 고찰하고 태권도 시범 공식기록 및 동영상, 기사와 연구 논문, 전문가 인터뷰 등을 통해 내용을 보완했다.
두 올림픽 사이에서 태권도와 관련해 한국문화의 외적인 측면으로 크게 두 가지 변화가 있었다. 먼저 스포츠의 경기화, 세계화라는 태권도 외부 요인과 태권도의 올림픽 종목 채택이라는 내적 요인이 만나 태권도가 세계 스포츠계에서의 위상이 급격하게 높아진 것이었다. 또 대중문화의 다국화와 급성장이라는 외부 요인과 태권도의 다변화라는 내부 요인이 만나 국내 태권도가 질적, 양적으로 성장했다는 점이다. 이는 한국에서 지난 30년간 민주화로 인한 대중화, 다양화, 상업화, 국제화 등으로 인한 타문화 유입과 융합이라는 큰 변화를 반영할 결과이다.
태권도시범은 이런 사회 문화적 배경을 등에 업고 서울올림픽에서는 힘 중시 성향이 두드러지게 나타났으며 평창올림픽서는 흥 중시 성향이 부각됐다. 물론 평창올림픽에서 힘 중시 성향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하지만 흥이 더해지면서 힘과 흥의 특징이 모두 나타났다는 사실이다.
신씨는 “한국 문화 특성의 하나로 여겨지는 힘과 흥이 태권도 시범에서 모두 나타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며 “태권도 시범을 통해 문화의 겉 모습이 변한다고 해도 그 이면에는 면면히 이어지는 한국적인 속성이 남아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앞으로 태권도이외에 올림픽 개회식에 나왔던 여러 문화프로그램들 역시 한국문화 특성을 보여준다는 측면에서 후속 연구가 이어졌으면 한다는 바램을 나타냈다. 이화여대 사회학과, 이화여대 대학원 문화정보학을 전공한 그는 박사학위를 취득한 뒤 앞으로 대학 강단에서 후학들을 지도할 예정이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편집국장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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