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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슬로우, 슬로우 앤 퀵. 기량과 머리로 이룬 최민정의 올림픽 2연패

2022-02-17 01:18

16일 베이징 겨울 올림픽 여자 쇼트트랙 1500m 결승.
가장 신경 쓰이는 건 아무래도 코리아의 최민정이었다.

올림픽 2연패에 성공, 태극기를 흔들며 환하게 웃고 있는 최민정.
올림픽 2연패에 성공, 태극기를 흔들며 환하게 웃고 있는 최민정.
500m 금메달리스트 이탈리아 폰타노, 1000m 금메달리스트 네덜란드 스휠팅은 그래도 최민정의 '슬로우 스타트' 전략을 알기에 서둘지 않는 듯 했다.

최민정은 준준결승에서도, 준결승에서도 막판 레이스를 펼쳤다. 8바퀴를 남긴 상태에서 간을 보다가 마지막 3바퀴에서 승부를 걸었다.

준준결승에선 왔다 갔다하며 조금씩 호흡 조절을 했다.


그러나 올림픽 기록을 깬 준결승에선 뒤에서 숨 죽이고 있다가 단숨에 추월극을 펼쳤다.

6위로 달리고 있다가 4바퀴를 남기고 스피드를 올린 후 3바퀴를 남긴 시점에서 아웃 코스를 공략, 앞에서 엎치락 뒤치락 하던 5명의 선수 모두를 한꺼번에 제껴버렸다.

처음부터 최민정의 뒤에서 달리던 중국의 한위퉁이 2위로 골인, 선두권에서 15 바퀴를 돌았던 5명을 허무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결승전에 나서는 최민정의 생각은 달랐다.

준준결승 등에선 사실 특별한 경쟁자가 없었다. 꼴찌든 중간이든 언제든지 따라잡을 수 있는 선수들이었다.

당연히 무리 할 필요가 없었으나 결승은 그렇지 않았다.

최소한 3~4명이 박빙의 승부를 펼칠 실력자들이어서 자칫 어물거리다가 길이 막혀 치고 나가지 못할 수도 있었다.

세계 랭킹 1위 이유빈이 막판 중국의 한위퉁을 제치며 치고 나가는 스휠팅과 폰타나를 따라잡지 못하고 6위에 머문 것도 결국 뒤엉킨 레이스 벽을 뚫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최민정은 처음부터 레이스를 주도하기로 했다. 빠르게 스타트 했다. 폰타나는 뒤쪽에 있었지만 스휠팅은 경쟁 모드였다. 중국의 한위퉁과 함께 따라붙었다.

11바퀴를 남기고 한위퉁이 스피드를 올리며 치고 나섰다. 스휠팅도 질세라 속도를 냈다. 두어 바퀴를 둘이서만 앞서 달렸다.

최민정은 3위에서 지켜보고 있었다. 오버 페이스임을 알고 있었기에 서둘지 않았다. 무리가 따라오지 않자 한위퉁과 스휠팅이 스피드를 줄였다.

그 순간 최민정이 스피드를 올렸다. 달리던 속도에 힘을 더해 아웃 코스에서 인 코스로 급하게 들어오며 선두로 나섰다. 8바퀴가 남았다. .

레이스가 본격화 되었다. 3바퀴를 남기고 폰타노도 가세했다. 최민정, 스휠팅, 폰타노의 3두 체제였다.

최민정의 레이스는 안정적이었다. 확실하게 한 발 앞서 있었다. 폰타노는 간발의 차이로 3위였지만 곧 치고 오를 기세였다. 스휠팅은 중반 무리한 레이스로 뒤처질 기미였다.

최민정은 결코 첫 자리를 내주지 않았다. 얼핏 엇비슷한 것 같고 아슬아슬해 보였지만 최민정은 이미 모든 계산을 끝내고 자신의 레이스를 하고 있었다.

마지막 코너를 돌아 직선 주로에 들면서 폰타노가 스휠팅을 제꼈다. 그러나 최민정은 어림없었다. 최후의 순간, 한끝발 차이로 동메달로 밀린 스휠팅은 그래서 눈물을 흘렸다.

뛰어난 기량과 슬로우 앤 퀵의 맞춤 전략으로 평창에 이어 또 금메달을 획득, 올림픽 2연패에 성공한 최민정.

그는 그래서 함박 웃음을 터뜨렸다.

[이신재 마니아타임즈 기자/20manc@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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