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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베이징동계올림픽 특집]5.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킬 라이벌전들

2022-01-29 13:29

라이벌이 없는 스포츠는 싱겁기가 그지없다. 이제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말도 많고 탈도 많은 베이징동계올림픽도 예외는 아니다.

미중의 갈등에다 코로나19가 여전히 전세계적으로 기승을 부리고 있는 상황이지만 겨울스포츠 각 종목들의 세계적 스타들이 함께 모이고 곳곳에서 세기의 라이벌들이 경쟁을 벌인다는 점에서 베이징동계올림픽에 대한 시선은 여전히 뜨겁기만 하다.

발리예바(왼쪽)와 유영[연합뉴스]
발리예바(왼쪽)와 유영[연합뉴스]
■'천재소녀' 발리예바에 도전하는 유영은?

동계올림픽에서 가장 뜨거운 주목을 받는 종목은 여자 싱글 피겨스케이팅이다.

아직도 기억에 생생한 2010년 밴쿠버올림픽에서의 김연아와 일본의 아사다 마오의 맞대결이 바로 대표적이다. 물론 이전에도 1988년 캘커리동계올림픽의 카타르나 비트(당시 동독)와 '흑진주' 데비 토마스(미국), 1992년 알베르빌올림픽의 일본계 미국인인 크리스티 야마구치와 일본인 이토 미도리의 맞대결이 세기의 관심을 끌었고 그리고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에서는 같은 스승밑에서 훈련을 한 러시아의 예브게니아 매드베데아와 알리나 자기토바의 피할 수 없는 경쟁이 있었다.

하지만 이번 베이징동계올림픽도 다소 예외가 될 수 있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바로 '러시아의 피겨 스케이팅이 완성한 최고 걸작'이라는 찬사를 받고 있는 '피겨 천재 소녀'이자 '기록 제조기' 카밀라 발리예바(15) 때문이다.

2020년 주니어선수권에서 우승한 뒤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시니어 무대에 데뷔한 발리예바는 ISU(국제빙상경기연맹) 챌린저대회를 비롯해 두개의 그랑프리, 유럽선수권 등 출전한 모든 대회에서 금메달을 휩쓸었다. 특히 발리예바는 지난해 10월과 11월에 열린 두 차례 그랑프리대회에서 자신이 세운 세계기록을 갈아 치우는 등 프리(185.29점)와 총점(272.71점)에서 역대 여자 싱글 최고 점수를 보유하고 있다.

이런 발리예바의 도전자로는 같은 러시아의 안나 쉐르바코바(17)와 알렉산드라 트루소바(17)가 꼽힌다. 그리고 '피겨 여제' 김연아 이후 처음으로 세계랭킹 3위에 올라있는 한국의 유영(18·수리고)과 김예림(19·단국대 진학예정)도 다크호스다. 유영은 우리나라 여자 피겨스케이팅의 간판이고 김예림은 최근 4대륙선수권대회에서 동메달을 따냈다.

올림픽이라는 큰 무대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질 지 모른다. 러시아 선수들이 기술적으로 앞선 것은 사실이지만 유영과 김예림이 경기 당일 컨디션 조절을 잘 한다면 메달 소식을 기대해도 좋다.

최민정(왼쪽)과 슐팅[연합뉴스]
최민정(왼쪽)과 슐팅[연합뉴스]
■'쇼트트랙 한국'이 넘어야 할 '세계 1위' 수잔 슐팅
동계올림픽에서 한국의 메달밭은 쇼트트랙이다. 1992년 알베르빌동계올림픽에서 쇼트트랙이 정식종목으로 채택된 이후 한국이 베이징동계올림픽에서 역대 최소인 금메달 1~2개로 15위에 오르는 것을 목표로 삼은 것도 전통적인 금메달 밭인 쇼트트랙에서 고전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는 바로 여자 쇼트트랙 세계 랭킹 1위인 네덜란드의 수잔 슐팅(25)이 버틴 탓이다. 슐팅은 바로 2018평창동계올림픽 쇼트트랙 1000m에서 한국의 최민정과 심석희가 충돌로 이탈 하면서 금메달을 획득한 바로 그 선수다.

슐팅과 최민정은 베이징동계올림픽에서 사정이 정반대로 바뀌었다. 평창올림픽에서는 최민정에 슐팅이 도전했다면 이번 베이징올림픽에서는 최민정이 슐팅에게 도전하는 처지가 됐다. 그리고 지나온 길도 거의 비슷하다.

최민정은 평창올림픽에 앞서 세계선수권을 세차례가 제패(2015년~2016년, 2018년)하고 올림픽에 나가 전관왕을 노렸으나 500m 결승에서는 밀기 반칙으로, 1000m에서는 충돌로 메달을 놓쳤다. 그리고 1500m와 여자 3000m 계주에서 2개의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 반대로 슐팅은 평창올림픽 1000m에서 우승한 뒤 기량이 급성장해 2019년과 2021년 세계선수권에서 연거푸 우승했고 지난해 지난해 11월 헝가리 데브레첸에서 열린 월드컵 3차 대회에서 개인전 세 종목과 여자 3000m 계주까지 4관왕을 달성하는 등 1∼4차 월드컵에서 금메달만 총 9개를 거머 쥐었다. 그리고 현재 세계 랭킹 1위다.

따라서 한국이 이번 올림픽에서 최소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슐팅을 눌러야 한다. 그래서 최민정(24·성남시청)의 어깨가 더 무겁다.

최민정은 최근 혹독한 시련을 겪었다. 지난해 10월 심석희의 평창올림픽 고의 충돌 의혹이 제기됐고 ISU 1차 월드컵대회(2021년 10월 베이징)에서는 두차례 충돌과 무릎과 발목부상으로 2차 대회에는 출전하지도 못했다.

하지만 희망을 보았다. 부상을 딛고 일어선 최민정은 월드컵 3차 대회 1000m에서 슐팅에 이어 2위를 차지했고 4차대회 1000m에서는 킴 부탱(캐나다)과 슐팅을 제치고 금메달을 거머 쥐었다.

베이징올림픽에서 최민정과 슐팅, 누가 여자 쇼트트랙 여왕 자리에 앉게 될지 곧 가려진다.

'배추 보이' 이상호[연합뉴스]
'배추 보이' 이상호[연합뉴스]
■스노보드의 이상호와 그 도전자들
‘배추보이’ 이상호(27·하이원)는 한국 스키의 역사이자 레전드다.

2017년 3월 국제스키연맹(FIS) 월드컵서 은메달로 한국인 1호 월드컵 메달리스트이자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스노보드 남자 평행대회전에서 은메달을 따낸 한국 스키·스노보드 사상 첫 올림픽 메달리스트이며 2021~2022시즌엔 FIS 월드컵 한국인 금메달 1호 기록까지 보탰다.

강원도 정선군 출신으로 사북읍 고랭지 배추밭을 개량한 썰매장에서 스노보드를 타기 시작해 '배추보이'라는 별명을 가진 이상호의 경쟁자는 독일의 슈테판 바우마이스터와 러시아의 드미트리 로지노프다. 여기에 슬로베니아의 잔 코시르도 있다.

이상호는 이번 시즌 스노보드 8차례 월드컵에서 금메달 1개, 은메달 2개, 동메달 1개를 따며 종합 360점을 얻어 랭킹 1위에 등극했다. 2위인 바우마이스터(290점)와 로지노프(277점)에 크게 앞서 있다.

코시르는 국제스키연맹(FIS) 월드컵에서 네 차례 우승했고, 2014년 소치올림픽 스노보드 알파인 남자 평행회전 은메달과 평행대회전 동메달, 2018년 평창에서는 평행대회전 동메달을 획득했다. 바로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스노보드 알파인 남자 평행대회전 준결승에서 이상호와 맞대결해 0.01초 차로 패한 선수다. 다만 일찌감치 베이징에 도착했으나 코로나19 확진을 받아 훈련도 하지 못한 채 자가격리 중이어서 출전 여부는 불투명하다.

문제는 이상호의 주종목인 스노보드 알파인 평행대회전이 다른 설상 종목과 달리 기록만으로 겨루는 경기가 아니라는 점이다.


예선에서는 기록으로 상위 16강을 가린 뒤엔 1대1 경기의 토너먼트 방식으로 메달 주인공을 결정한다. 예선 성적에 따라 유리한 코스를 선택할 수 있으며 1대1로 맞대결 형식의 레이스(평행·parallel)를 펼치다 보니 코스 상태와 상대 전적 등 예상치 않은 변수가 나올 수가 있어 방심은 마지막까지 금물이다.

2020년 어깨 수술을 딛고 재기에 성공하고 올림픽 은메달, 월드컵 종합랭킹 1위 등 오랜 경험과 풍부한 커리어를 쌓았고 최근에는 추세에 맞춰 185㎝였던 보드 길이를 189㎝로 늘려 바꿔 타고도 성공적으로 적응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상호가 베이징에서 도전자들을 물리치고 금빛 역주로 다시 한국 스노보드 역사에 빛나는 한 획을 남길 수 있을지 기대된다.

■설원의 아이콘은? 그밖의 라이벌전들
동계올림픽은 전통적으로 여자 피겨와 남자 아이스하키가 최인기종목으로 꼽힌다. 하지만 남자 아이스하키는 미국의 NHL(북미아이스하키리그)이 평창에 이어 베이징까지 불참을 선언한 상태다. 따라서 이번 베이징올림픽에서는 남자아이스하키 대신 여자 아이스하키가 미국과 캐나다의 라이벌전으로 손꼽힌다.

1998년 나가노 올림픽에서 여자 아이스하키가 처음으로 정식종목으로 채택된 이후 2018년 평창올림픽까지 6번의 올림픽에서 캐나다가 4차례, 미국이 2차례 금메달을 가져갔다. 나가노에서는 미국이 초대 챔피언에 올랐으나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올림픽부터 2014년 소치 올림픽까지 캐나다가 4연패를 했고 2018년 평창 올림픽에서는 미국이 승부치기끝에 캐나다를 눌러 무려 20년만에 금메달을 되찾았다.

즉 미국과 캐나다의 아이스하키는 남녀를 불문하고 '넘사벽'이나 마찬가지다. 이번 베이징올림픽은 참가국이 8개에서 10개국으로 늘어났지만 여전히 미국과 캐나다의 리턴매치로 금메달이 가려질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아이스하키와 함께 또 다른 관심은 설원의 아이콘이 누가 되느냐도 최대 관심사 가운데 하나다.
구아이링[연합뉴스]
구아이링[연합뉴스]
서로 경쟁하는 종목이 달라 메달을 다투는 사이는 아니지만 미국에서 중국으로 귀화한 여자 스노보드의 구아이링과 미국의 클로이 킴이다. 구아이링은 프리스타일 스키 하프파이프고 클로이 킴은 스노보드 하프파이트다.

구아이링은 '스키 천재' '눈부신 외모' '현란한 기술' 등 화려한 수식어가 따라 붙는다. 2003년 9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미국인 아버지와 중국인 어머니 밑에서 자랐다. 영어 이름은 에일린 구(Eileen Gu).

그녀는 이미 3살때 스키 코치였던 어머니를 따라 간 학교에서 처음 스키를 접한 뒤 탁월한 재능으로 천재성을 보였고 9살에 미국 프리스타일 스키 주니어 대회에서 당당히 금메달을 차지했으며 2019년 15살의 나이로 크고 작은 프리스타일 스키 대회에서 50개가 넘는 메달을 휩쓸었다. 그리고 "중국에 금메달을 안겨주고 싶다"며 이해 6월 중국으로 귀화해 세계 프리스타일 스키 선수로 국제무대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유감없이 뽐냈다.

특히 2021년 세계 최고의 액션 스포츠 경기인 엑스게임(X Games)에서 사상 최초로 금메달 2개와 동메달 1개를 동시에 석권한데 이어 한달 뒤 열린 세계선수권대회에서도 오른손 골절과 엄지 인대 파열을 극복하고 2관왕을 차지하며 중국 스키의 새 역사를 썼다.

구아이링이 베이지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면 중국이 1980년 레이크플래시드 올림픽에 처음으로 참가한 이후 2006년 토리노 올림픽의 한사오펑의 남자 스키 에어리얼 금메달에 이어 스키종목에서 두번째이자 여자선수로는 첫번째다. 구아이링은 프리스타일 하프파이프∙슬로프스타일∙빅에어 세 종목에 출전한다, 과연 몇개의 금메달을 따낼 수 있을지가 관심거리다.

클로이 킴[연합뉴스]
클로이 킴[연합뉴스]
클로이 킴은 부모가 모두 한국사람이다. '김선'이라는 한국 이름도 있다. 그녀는 2018년 평창 올림픽에서 스노보드 하프파이프 결선에서 17살이란 어린 나이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스노보드 사상 최연소 금메달리스트가 된 그녀는 미국에서 단숨에 스타반열에 올랐지만 17살의 어린 나이가 감당하기에는 주위의 시선이 너무나 벅찼다.

우울증에 시달렸고 아시아계로 인종차별에 대한 어려움도 겪었다. 평창 올림픽이 끝난 뒤 부모님 집에서 금메달을 쓰레기통에 버렸다고 고백할 정도로 큰 부담감을 가졌다. 그리고 2019년 프린스턴 대학에 진학하면서 잠시 선수생활을 중단하기도 했었다.

심리치료를 받고 마음의 안정을 찾은 클로이 킴은 2021년 1월 FIS 월드컵에 복귀전부터 우승을 차지하며 '천재 스노보더'로서 여전한 실력을 과시했고 지난 1월 16일 스위스 락스에서 열린 2021-2022 스노보드 월드컵 하프파이프 결승에서도 1위를 차지해 베이징 올림픽 2연패 달성이 유력시된다.

17살의 천재가 온갖 어려움을 겪고 21살이 되어 돌아 온 올림픽 무대에서도 유감없이 천재 스노보더의 모습을 보여줄 지 세계가 지켜보고 있다.

지난해 10월 오스트리아에서 열린 여자 스키 월드컵 슈퍼대회전에서 우승한 사프린(가운데)와 2위 라라 구트베라미(왼쪽)와 3위 블호바[연합뉴스]
지난해 10월 오스트리아에서 열린 여자 스키 월드컵 슈퍼대회전에서 우승한 사프린(가운데)와 2위 라라 구트베라미(왼쪽)와 3위 블호바[연합뉴스]
이밖에 알파인 스키의 27살 동갑내기 경쟁자 미국의 미카엘라 시프린과 슬로바키아의 페트라 블호바로 빼놓을 수 없는 라이벌이다.

시프린은 현역 선수로 FIS 월드컵 최다 우승(73승)을 갖고 있으며 2021-2022시즌 여자 알파인 월드컵 종합 1위다. 역대 월드컵 최다 우승에 빛나는 '스키 전설' 린지 본(미국)의 82승에 이어 역대 2위 기록을 갖고 있다. 당연히 외국 주요 언론들이 베이징 올림픽에서 주목해야 할 선수 1순위로 꼽힌다.

특히 시프린은 2014 소치 올림픽 회전, 2018년 평창 올림픽 대회전에서 금메달을 따내 이번 베이징 올림픽까지 개인 통산 3회 연속 올림픽 금메달에 도전한다.

이러한 시프린에 강력한 도전자가 바로 블호바다. 시프린과 블호바는 최근 41차례 월드컵 회전 경기에서 38승을 나눠 가질 정도로 우열을 가리기 힘들다.

최근 성적은 오히려 블호바가 낫다. 2019-2020시즌에는 시프린이 월드컵 6승, 블호바가 5승이었으나 2020-2021시즌은 시프린 3승, 블호바 6승으로 전세가 바뀌었고 2021-2022시즌은 시프린 4승, 블호바 5승이다. 올시즌 월드컵 회전의 종합우승은 남은 두 차례 결과에 관계없이 이미 블호바가 확정됐다.

문제는 월드컵보다 더 큰 경기인 올림픽이란 점이다. 시프린은 이미 두 차례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경험이 있지만 블호바는 2014년 소치 19위, 2018년 평창 13위로 아직 메달이 없다는 점이다.

과연 누가 승리의 월계관을 쓰게 될까?

[정태화 마니아타임즈 기자/cth082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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