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태화의 사람 '人']아티스틱스위밍의 김연아를 꿈꾸는 허윤서(하)](https://cgeimage.commutil.kr/phpwas/restmb_allidxmake.php?pp=002&idx=3&simg=202201180655230766818e70538d22112161531.jpg&nmt=19)
허윤서가 한계단 더 발전할 수 있었던 계기는 초등학교 5학년과 6학년 때인 2016년과 2017년 2년 연속 미국 텍사스 댈라스에서 열린 미국주니어올림픽 예선대회 참가였다. YC클럽에서 윤서를 가르치는 권미라 코치가 윤서의 잠재력을 높이 평가해 국제대회 참가를 권유한 덕분이었다. 이 대회는 다양한 종목에서 나이별로 치러지는 대회지만 참가자만도 종목별로 3~400명에 이를 정도로 수준이 높은 대회다.
이에 허윤서는 미국에서 클럽팀을 운영하고 있던 국가대표 출신 심수희 코치팀의 일원으로 대회에 참가했고 여기에서 남부예선 1위, 본선에선 규정과 기술 두 종목에서 모두 2위에 올라 국제무대에서도 충분히 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바로 이 자신감이 2019년 첫 국가대표 선발과 FINA 창설대회서 5위에 오르는 데 밑거름이 됐음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허윤서가 첫 태극마크를 단 것은 2018년 12월 28~29일 진천선수촌에서 열린 아티스틱스위밍 국가대표 선발전이었다. 대학생 3명, 고등학교 5명, 중학생 7명 등 모두 15명 가운데 최종 11명을 가리는 선발전이지만 참가 선수 가운데 가장 나이가 어렸던 허윤서가 선배들과 똑같은 조건에서 동등하게 겨뤄 795.6144점을 얻어 당당 2위를 차지하며 첫 태극마크를 달았던 것.
국가대표가 될 수 있는 최소연령인 만 15살의 비록 어린 나이로 태극마크를 달았지만 초등학교 시절부터 천재적인 자질을 발휘하며 각종 대회를 석권한 점을 감안하면 결코 깜짝 발탁은 아니었다. 하나라도 더 배우고 싶어 하는 열의에다 빠른 습득력, 다양한 예술 섭렵을 통한 섬세한 표현, 무엇보다 3~4시간의 고된 훈련을 오히려 즐거워하며 아티스틱스위밍에 푹 빠져 지낸 덕분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그리고 허윤서는 2022년 국가대표에 다시 선발됐다. 그것도 대한수영연맹이 국제 경쟁력이 약하다는 이유로 팀 경기는 아예 포기하고 듀엣에만 출전시키겠다며 대표선수 11명을 단 3명으로 줄인 가운데 역시 2위로 당당히 태극마크를 단 것이다.
![[정태화의 사람 '人']아티스틱스위밍의 김연아를 꿈꾸는 허윤서(하)](https://cgeimage.commutil.kr/phpwas/restmb_allidxmake.php?pp=002&idx=3&simg=202201180656300587418e70538d22112161531.jpg&nmt=19)
여기에 발을 좌우 최대로 벌이는 스플릿이나 물속에서 다리가 나와 빙글빙글 도는 스핀, 또 물속에서 두 다리가 곧게 뻗어 있는 버티컬 등 완벽한 신체 대칭에서 오는 균형감각도 일품이고 연기를 하면서도 40초 이상 잠영을 무리 없이 견딜 수 있는 폐활량도 최고 수준이다. 다만 아직 나이가 어린 탓에 표현력에서 강약 조절이 다소 미흡하다는 평가를 받지만 이 부분은 조금씩 경험으로 극복해야 할 문제다.
국가대표로 진천선수촌에 입촌하기 전까지 최근 3년 동안 허윤서를 지도한 박현하 코치는 “윤서는 아직 나이가 어리기 때문에 시니어 선수에 견주어 근력이 약해 체력을 우선으로 키워야 한다”며 “유연성이나 안정성이 대폭 개선돼 국가대표 경험이 많은 언니들과 호흡을 잘 맞추어 카자흐스탄 선수들만 넘어선다면 오는 항저우아시안게임에서 메달도 가능한 잠재력을 갖추었다”고 평가했다.
박현하 코치는 언니 박현선과 함께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 우리나라 최초로 아티스틱스위밍 예선을 통과해 12명이 겨루는 결선에 오른 레전드다.
![[정태화의 사람 '人']아티스틱스위밍의 김연아를 꿈꾸는 허윤서(하)](https://cgeimage.commutil.kr/phpwas/restmb_allidxmake.php?pp=002&idx=3&simg=202201180657070383618e70538d22112161531.jpg&nmt=19)
허윤서의 든든한 버팀목은 바로 부모님이다. 아버지 허성호 씨는 전문의로 바쁜 일정에도 불구하고 윤서의 경기가 열리는 곳이면 어디든지 꼭 한번은 들리는 ‘딸 바보’다.
그리고 어머니 차상희 씨는 국내는 물론이고 국제대회까지 언제나 윤서의 뒷바라지를 위해 항상 자석처럼 붙어 다닌다. 대회에 따라, 그리고 배경 음악에 따라 바뀌어야 하는 수영복에 반짝임을 위해 붙이는 스왈로브스키를 손수 달기도 한다. 꼭 수영복이 좋아야 좋은 점수를 받는 것은 아니지만 수영복과 음악이 매치가 될 때 더 높은 점수를 기대할 수 있어 게을리 할 수 없는 부분이다.
특히 윤서가 오후 4시에 학교를 마치면 곧바로 훈련장까지 데리고 가 훈련을 하는 3~4시간 동안 옆자리를 지킨다. 이 바람에 윤서는 언제나 저녁은 차 안에서 도시락으로 해결한다. 가리는 음식도 없지만 운동을 하는 덕분인지 또래 여학생들과는 달리 엄청 많이 먹어 어머니가 고기와 야채를 곁들여 매일 다른 메뉴로 두 배의 ‘사랑의 도시락’을 싸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는 것이다.
허윤서의 꿈은 아티스틱스위밍의 김연아가 되는 것이다. 김연아가 불모지이고 비인기종목이었던 피겨스케이팅을 각종 국제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고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내면서 최고 인기종목으로 키워냈듯이 허윤서도 올림픽을 비롯한 다양한 국제무대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어 아티스틱스위밍을 널리 알려 모든 팬들이 즐기고 사랑하는 인기종목으로 만드는 것이 바로 허윤서의 꿈이다.
그렇다고 김연아가 롤모델은 아니다. 허윤서의 롤모델은 크리스틴 라가르드 전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다. 프랑스인 라가르드 총재가 바로 10대 시절 프랑스 아티스틱스위밍 국가대표로 활동한 경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허윤서도 라가르드 총재처럼 아티스틱스위밍 국가대표 출신으로 IOC나 국제무대에서 한국을 대표하는 여성 지도자로 활동하는 꿈을 꾼다.
이를 위해 운동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지만 학업도 결코 소홀히 하지 않는다. 영어는 외국인과 능통하게 대화가 통할 정도로 능숙하게 구사하고 국어를 좋아하고 그림도 잘 그린다. 성적도 상위권이다. 하지만 묘하게 음악과 함께 하면서도 듣는 것은 좋아하는데 잘 부르지는 못한다.
의외로 성격도 느긋하고 행동이나 말도 조금 느리다. 하지만 물에서는 다른 사람이라고 할 정도로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변한다. 자신의 단점을 지적하면 어떤 방법이던지 이를 장점으로 바꾸는 집요함도 갖고 있다. 물에서 안 되면 밖에서 몇 시간씩 혼자 연습을 해 고친다.
![[정태화의 사람 '人']아티스틱스위밍의 김연아를 꿈꾸는 허윤서(하)](https://cgeimage.commutil.kr/phpwas/restmb_allidxmake.php?pp=002&idx=3&simg=202201180657520977118e70538d22112161531.jpg&nmt=19)
이제 허윤서의 상대는 국내선수가 아니다. 국제무대에서 세계의 내노라 하는 선수들과 어깨를 나란히 해야 한다. 이제 조금씩 그날이 다가오고 있다.
[정태화 마니아타임즈 기자/cth082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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