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들이 따르고자 하는 건 포켓볼에 이어 3쿠션 정상까지 오른 현재 위치 만은 아니다. 포켓볼 챔피언이 되기 위해 홀홀단신 대만, 미국으로 나선 도전 길 등 간단치 않은 당구 여정까지다.
김가영은 2019년 12월 SK렌터카 LPBA챔피언십 정상에 올랐다. 3쿠션 전향 후 여섯 번째 대회였다.
5전6기, 꽤 준수한 적응이었다. 포켓볼과 3쿠션은 ‘다르지만 다르지 않고 같은 것 같지만 같지 않아’ 생각보다 섞이기가 쉽지 않다.
당시 김가영은 16강 서바이벌전에서 강지은을 2위로 밀어냈고 4강전에서 김예은을 2-0으로 누른 뒤 결승에서 류지원을 3-1로 꺾었다.
포켓볼에 이어 3쿠션에도 김가영 시대가 오는 듯 했다. 하지만 2년여가 흐른 지금까지 우승은 그 한 번 뿐이었다. 늘 정상권에서 맴돌았지만 그 날 이후 결정타를 쏘지 못했다.
결승전은 몇 번 치루었다. 올 시즌 개막 대회인 블루원을 비롯 지난 해 농협카드, SK월드챔피언십 등에서 우승 문턱까지 갔다. 그러나 그 때마다 이미래, 김세연, 스롱 피아비 등 새롭게 결승에 올라 온 후배들에게 당했다.
그들 모두 다른 대회에서 8강이나 4강전 등에선 이겼던 후배들. 하지만 결승에선 한 번도 넘지 못했다. 여제라는 수식어가 무색할 정도가 되었다.
김가영은 단지 경력 뿐 아니라 실력도 최고 경지. 강상구씨 등 해설자들이 입을 모아 그의 실력에 탄사를 보낸다. 특히 나날이 진화, 이젠 어려운 공도 길을 만들어 해결하는 창의적인 샷까지 갖추었다.
그런데도 아주 쉬운 공을 놓쳐 게임을 망치는 경우가 있다. SK 월드챔피언십에서도 그런 한 큐 때문에 우승을 넘겼는데 그 때는 운이 작용하기도 했다.
어려운 공은 잘 치고 쉬운 공은 더러 놓치는 것이 약점 아닌 약점. 집중하면 금방 바로 잡을 수 있으니 약점까지는 아니다.
그러나 휴온스 대회 우승을 놓쳤던 조재호도 그 점을 후회했다. “쉬운 길도, 돌 다리도 두들기며 가야 했다.”
늘 후배들과 부딪쳐야 하는 김가영. 심적으로 약해지고 승부에 너무 집착하는 모습이 부담스러울 수 있다.
하지만 50세를 넘긴 4대천왕 쿠드롱도 승부에 임하면 철저했다. 절친인 레펜스와의 경기에서도 머뭇거림이 없었고 강동궁과의 크라운대회 4강전, 젊은 사파타와의 결승전에서도 집중하고 또 집중했다.
김가영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기량이 아니라 자세. 쿠드롱의 ‘경기에만 몰두하는’ 집중력과 조재호의 ‘두들기며 건너는’ 조심성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2년여전 비슷한 시기에 우승했던 강지은, 김예은도 돌고 돌아 두 번째 우승을 차지했다.
순서 상 차례이기도 하지만 ‘이번에도’ 넘을 수 있는 벽을 넘지 못하고 중도에 주저앉으면 한동안 후유증에 시달릴 수 있다. ‘이번에는’ 우승을 노려야 할 때다.
[이신재 마니아타임즈 기자/20manc@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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