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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돌아 보는 2021 KBO 리그]⑬6년만의 환호-그리고 탄식, 이제는 이마저도~~

2021-12-21 09:24

경기를 지켜보고 있는 허삼영 감독[사진 삼성 라이온즈]
경기를 지켜보고 있는 허삼영 감독[사진 삼성 라이온즈]
삼성 허삼영 감독은 무명선수 출신에 지도자 경력 없이 감독이 된 특이한 이력을 갖고 있다.

1991년 대구상고(현 상원고)를 졸업하고 삼성에 입단한 허삼영은 1995년 허리부상을 이유로 만 23살로 현역에서 은퇴할 때까지 단 4경기밖에 나서지 못했다. 2⅓이닝만 던져 평균자책점 15.43이다. 당연히 승리도 없었다.

그리고 곧바로 삼성의 프론터로 입사해 줄곧 전력분석팀과 운영팀을 거쳤다. 이 동안 그는 역시 단 한번도 코치라는 이름을 달고 선수들을 직접 지도한 적도 없었다.

이런 그가 2019년 시즌이 마감된 뒤 삼성의 제15대 감독으로 선임됐다. 계약기간 3년에 계약금 3억원, 연봉 2억원으로 총액 9억원이다.

전력분석팀장 겸 운영팀장에서 단숨에 전 선수단을 지휘하는 감독으로 승격된 이 때는 삼성으로서는 최악의 시기였다.

2010년부터 2015년까지 통합우승 4회를 비롯해 6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이라는 삼성 왕국 시대를 지나 최신식 구장인 라이온즈파크로 홈구장을 옮긴 2016년부터 삼성은 깊은 어둠의 터널을 헤매고 있었다. 2016년과 2017년 연속 9위, 2018년 6위에 이어 2019년까지 8위였다.

이 때문에 '라팍의 저주'라는 무시무시한 별명이 붙을 정도로 삼성은 명가에 이름에 걸맞지 않은 성적으로 추락을 거듭하고 있었다.

허삼영 감독이 삼성의 지휘봉을 잡은 2년차인 2021시즌에 삼성은 정규리그 2위로 2015년 이후 6년만에 처음으로 포스트시즌에 진출해 라팍을 뜨겁게 달구었다.[사진 삼성 라이온즈]
허삼영 감독이 삼성의 지휘봉을 잡은 2년차인 2021시즌에 삼성은 정규리그 2위로 2015년 이후 6년만에 처음으로 포스트시즌에 진출해 라팍을 뜨겁게 달구었다.[사진 삼성 라이온즈]
허삼영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첫해인 2020년 시즌은 '혹시나가 역시나였다'. 투수 교체나 작전 구사에 구설수가 뒤따랐다. 당연히 성적도 8위에서 더 이상 올라가지 못했다.

그러나 2021년은 달랐다.

오재일을 4년 최대 50억원으로 FA로 영입하고 일본프로야구에서 뛴 경력이 있는 호세 피렐라를 총액 80만달러에 영입한 덕분이었을까?

삼성은 승승장구했다.

삼성의 영건 원태인은 프로입문 3년차에 당당히 토종 에이스로 자리를 굳혔다.[사진 삼성 라이온즈]
삼성의 영건 원태인은 프로입문 3년차에 당당히 토종 에이스로 자리를 굳혔다.[사진 삼성 라이온즈]
마운드와 타격이 완전히 달라졌다. 외국인투수 데이비드 뷰캐넌이 든든히 마운드를 지키는 동안 2007년에 입단해 14시즌 동안 단 한차례도 두자릿 승리를 올리지 못했던 좌완 백정현과 3년차 원태인이 나란히 14승 투수로 등극했다.

그리고 일본과 메이저리그를 거쳐 다시 삼성으로 복귀한 오승환은 불혹의 나이를 무색케하며 KBO 리그 통산 7번째이자 개인통산 4번째 40세이브를 넘어섰다.

타격에서는 사상 처음으로 20-20클럽에 가입한 구자욱이 유일한 3할대 타자였지만 리드오프 박해민과 안방마님 강민호를 비롯해 중심타선을 맡은 오재일과 피렐라가 큰 몫을 했다.

구자욱(22개) 강민호(18개) 피렐라(29개) 오재일(25개)로 4타자가 날린 홈런이 모두 94개로 팀 홈런 133개의 71%나 차지했다.


이 덕분에 삼성은 76승59패9무(승률 0.563)로 kt와 정규리그 공동 1위에 올랐다.

2021시즌 삼성 타자로는 유일하게 3할대를 기록한 구자욱은 처음으로 20-20클럽 가입과 함께 골든글러브까지 수상하는 기쁨을 누렸다.[사진 삼성 라이온즈]
2021시즌 삼성 타자로는 유일하게 3할대를 기록한 구자욱은 처음으로 20-20클럽 가입과 함께 골든글러브까지 수상하는 기쁨을 누렸다.[사진 삼성 라이온즈]
삼성의 환호는 이것으로 끝났다.

KBO 리그 40년 역사상 처음으로 열린 정규리그 1위를 가리기 위한 타이블레이커에서 kt에 0-1로 패한 뒤 와일드카드전부터 올라온 두산에게 마저 플레이오프전에서 4-6, 3-11로 연거푸 패하면서 2021시즌을 마감하고 말았다.

144경기를 이어오던 환호가 단 3경기만으로 탄식으로 바뀌었다. 당연히 비난의 목소리도 이곳저곳에서 들렸다.

그렇지만 허삼영 감독은 KBO 리그사에 새로운 기록을 만들었다.

허 감독은 올해 삼성 선수들의 전력을 극대화하는데 성공했고 그것이 5년 암흑기를 끝내는데 결정적인 힘이 됐다. 그리고 코치 경험이 전혀 없이 감독을 하더라도 충분히 성적을 올릴 수 있다는 전례도 만들어냈다.

허삼영 감독은 2022시즌이 계약만료다. 일부에서는 허 감독에게 조기 재계약의 선물을 줄 수도 있다는 예측을 하고 있다. 이미 NC가 2020년 우승을 한뒤 계약기간이 남은 이동욱 감독에게 조기 재계약을 했고 kt 이강철 감독도 지난해 2위를 하면서 조기 재계약을 한 전례도 있다.

기존 계약을 해지하고 더 좋은 조건으로 재계약을 하기 위해서는 더 나은 성적을 올릴 수 있다는 믿음을 주어야 한다. 하지만 허삼영 감독이 이끌어 가야 할 2022시즌의 삼성은 순탄치 않아 보인다.

전력 보강없이 오히려 손실이 돋보이기 때문이다.

확실한 리드오프이자 중원을 활개치던 FA 박해민이 4년 총액 60억원에 LG로 자리를 옮겼다. 삼성의 제시액과 무려 10억원 이상이 났다는 이야기가 들린다. 돈질에서 삼성이 LG에 진 꼴이다.

2007년 프로에 데뷔해 15시즌만인 2021시즌 처음으로 두자릿승수를 올리며 FA가 된 백정현은 4년 총액 38억원에 재계약을 맺었다.[사진 삼성 라이온즈]
2007년 프로에 데뷔해 15시즌만인 2021시즌 처음으로 두자릿승수를 올리며 FA가 된 백정현은 4년 총액 38억원에 재계약을 맺었다.[사진 삼성 라이온즈]
FA가 된 백정현은 4년 38억원(계약금 14억원 연봉 20억원 인센티브 4억원)에 붙잡는데 성공했다. 내년이면 만 35살이 되는 나이 때문으로 보이지만 다승(14승)과 승률(0.737) 공동 4위, 평균자책점 2위(2.63)라는 기록만을 두고 보면 백정현의 FA 금액은 헐값이다.

그리고 3번째 FA가 된 강민호와는 아직 계약을 하지 못하고 있다. 여전히 금액에서 상당한 이견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전격적으로 다른 팀과 계약을 맺을 가능성도 결코 배제할 수 없다.

이렇게 전력하향이 예상되는데도 불구하고 삼성은 외부수혈 없이 내부 자원으로 충원해 새 시즌을 맞겠다는 전략을 짠 것으로 보인다.

5년의 긴 어둠의 터널에서 간신히 빠져 나온 삼성이 또 다시 어둠속으로 들어가는 듯 한 2022시즌이다.

[정태화 마니아타임즈 기자/cth082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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