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강전에서 김보미를 2-0, 4강전에서 막강 스롱 피아비를 3-1, 결승에 관록의 윤경남을 4-1로 제압할 때의 공격적인 모습은 이전과는 사뭇 달랐다.
김예은은 팀리그 웰뱅피닉스의 일원이다. 팀에는 4대천왕 쿠드롱이 있고 서현민과 위마즈가 있다.
스물 두 살 명랑한 김예은은 삼촌 같고 아버지 같은 이들로 부터 ‘실전 훈련’을 받았다.
일주일에 한 번 연습할 때도 코치를 받는다. 하지만 연습 때의 열 번 지도보다 경기 중 '원 팁'이 훨씬 강력하다.
승패와 연결되고 파트너 십이 걸려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머리에도, 몸에도 쏙쏙 들어오고 자기 것이 된다.
무협지에서 주인공이 결정적인 순간 전설적인 고수로부터 한 수를 지도 받고 지고 있던 싸움을 역전시키는 것과 비슷하다.
실전에서 받은 강력한 비법. 김예은이 썩 달라 보이는 이유이고 실력이 일취월장한 비결이다.
팀리그 4세트는 혼합복식이다. 남녀 한 팀으로 한 선수가 계속 치는 남자복식과 달리 번갈아 친다. 내가 못 치면 맥이 끊기고 그러면 상대가 아무리 잘 쳐도 이기기 힘들다.
15점 중 여자 선수가 7점 이상을 치면 거의 이긴다. 남자 선수가 9점을 치고 여자가 6점을 쳐도 승산이 높다.
김예은은 전기엔 주로 서현민과 짝을 이루었다. 여섯 번 정도 나서서 절반은 이기고 절반은 졌다.
후반은 쿠드롱과 함께 혼복 경기를 했다. 쿠드롱은 승리를 이끄는 선봉장. 상대적으로 승산이 낮은 혼복보다는 단식이 주 전공이고 남자 복식이 부전공이었다.
하지만 혼복 비율을 높였고 파트너는 거의 김예은이었다. 쿠드롱-김예은은 8 차례 정도 출전했다. 차유람은 위마즈와 많이 나섰다.
쿠드롱의 결정적인 즉석 지도 속에서 김예은은 자기 몫을 하면서 5승 정도를 합작했다.
쿠드롱은 경기 중 김예은이 ‘어떻게 칠까’ 고민하는 듯 하면 바로 현장 지도에 나섰다. 한마디 툭 던지고 마는 것이 아니다. 어디를 어떻게 얼마나 빨리 치는 것 까지 꽤나 자상하게 일러 준다.
그럴 때 김예은이 고개를 갸웃거리는 경우는 거의 없다.
쿠드롱을 100% 신뢰하기 하기 때문이다. 당연히 학습 효과 가 클 수 밖에 없다. 실제로 그렇게 했을 때 성공하니 자연스럽게 익히고 외우게 된다.
팀 동료지만 사부나 다름없는 쿠드롱. PBA 8강전을 치뤘고 4강전을 앞두고 있음에도 김예은- 윤경남의 경기장을 찾았다.
김예은이 샷을 날릴 때 마다 움찔움찔 하더니 김예은이 결정적인 순간 뱅크 샷을 성공시키자 벌떡 일어나기도 했다.
쿠드롱도 김예은의 스트록에서 가끔 자신의 모습을 보기도 한다.
“평소 훈련 때도 많이 알려준다. 내 스타일에 혼란이 있었다. 방향을 잘 못 잡고 있을 때 그가 길을 알려주었다. 공격적인 플레이를 할 수 있었다. 평소 두께를 얇게 쓰는 편인데 좋지 않은 습관들을 편하게 버릴 수 있었다. 쿠드롱에게 배운 공이 많이 나왔다. 내가 아니라 쿠드롱이 친다고 생각하면 마음이 편안했다.”
김예은은 어릴 적 ‘천재 당구 소녀'라는 ’소리를 들었다. 그것으로 TV 예능 프로그램에도 출연했다. ‘당구를 치기 싫어하는 소녀 당구 천재’ 가 컨셉이었다.
당구 치기가 싫었던 게으른 천재는 그래도 당구를 계속 쳤고 프로 무대에 뛰어 들었다. 그리고 지난 해 21세 어린 나이에 SK렌터카 LPBA 챔피언십에서 8강에서 윤경남, 그리고 4강에서 난공불락의 김가영, 결승에서 박지현을 꺾고 우승 했다.
이번 대회에선 김보미, 스롱 피아비를 꺾고 결승에 올랐다.
그러나 어느 순간 천재는 성장을 멈추었다. 안 하는 것도 아니고 못 하는 것도 아닌데 돌아보면 늘 제자리 걸음이었다.
PBA 팀리그가 출범했다. 그곳에 쿠드롱이 있었고 서현민이 있었다. 그들은 김예은에게 새 세상을 보여주었다.
한 두 마디 였지만 천재성을 깨우기에 충분했다. 당구를 보는 눈이 달라졌다. 한 순간에 찾아 든 깨달음, 개안이었다.
MZ 세대 김예은의 두 번째 우승. 훌륭한 스승을 만난 운과 열심히 연마한 훈련의 산물이었다.
[이신재 마니아타임즈 기자/20manc@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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