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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돌아보는 2021 KBO 리그]⑧이정후-강백호, KBO 리그의 최고타자는?

2021-12-09 10:18

될 성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알아본다고 한다. 이정후(키움)와 강백호(kt)가 바로 이런 케이스다. 이들은 KBO 리그에 입성한 새내기때부터 1군 붙박이 자리를 차지했고 불과 5년도 채 되지 않아 KBO 리그를 대표하는 타자로 우뚝 섰다.
12월 4일 4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희망더하기 자선야구대회에서 3회초 1사 종범신팀 이정후가 그라운드 홈런을 날린 뒤 양신팀 포수 강백호를 약을 올리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사진 연합뉴스]
12월 4일 4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희망더하기 자선야구대회에서 3회초 1사 종범신팀 이정후가 그라운드 홈런을 날린 뒤 양신팀 포수 강백호를 약을 올리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사진 연합뉴스]
이들은 고교시절부터 이미 많은 야구팬들로부터 주목을 받았다. 프로 스카우트들 사이에서 개인 문서를 작성해 놓고 있을 정도였다. 기대에 어긋나지 않게 한해 차이로 프로에 들어오면서 서로 비슷한 길을 걸었다.

2017년 넥센(현 키움)의 1차 지명을 받고 KBO 리그에 발을 들여 놓은 이정후는 그야말로 찬란한 스무살을 보냈다. 역대 신인 최초 전경기 출장(144경기)에 고졸 신인 최초 3할타율(0.324), 역대 신인최다안타(179안타)에 신인최다득점(111점)까지 세웠다.

당연히 평생에 단 한번밖에 없는 신인왕도 거머 쥐었다. 그 신인왕에도 화려한 수식어가 붙었다. 2007년 임태훈(두산)에 이어 10년만에 나온 프로 1년차 및 고졸 1년차 신인왕이며 2001년 김태균(한화) 이후 16년만에 나온 고졸 1년차 타자 신인왕이란 영광스런 수식어였다.

이정후[사진 키움 히어로즈]
이정후[사진 키움 히어로즈]
그로부터 1년 뒤인 2018년 강백호가 kt의 2차 1라운드 지명을 받고 프로에 발을 디뎠다. 강백호는 3월 24일 개막전 프로 데뷔 첫 타석에서 2017시즌 KIA의 우승주역이자 20승 투수인 에이스 헥터 노에시를 상대로 홈런을 때려내며 강렬한 인상을 심어 주었다. 고졸 신인 최초 개막전 첫 타석 홈런이자 최연소 개막전 1호 홈런이었다.

여기에 강백호는 이해 9월 15일 삼성전서 22호 홈런으로 고졸신인 최다홈런 신기록(종전 1994년 LG 김재현)을 넘어섰고 9월 20일 롯데전서 고졸 신인 최초 3연타석 홈런으로 6타점을 쓸어 담으며 고졸신인 한 경기 최다타점을 세웠다.

10월 9일 한화전에서는 27홈런을 넘어 좌타자 신인최다홈런 신기록(종전 1991년 쌍방울 김기태)도 새로 썼다. 그리고 역시 신인왕이 됐다. 이정후에 이어 2년 연속 고졸 신인 수상이다.

이렇게 첫 해를 화려하게 장식한 이들은 5년차, 4년차를 맞으면서 키움과 kt의 중심타자를 넘어 KBO 리그를 대표하는 타자로 우뚝섰다. 그리고 타자로서는 더할 나위없는 정상의 자리에서 격돌을 벌였다.

강백호의 대표적 안타 세러머니인 활 쏘기 모습[사진 kt 위즈]
강백호의 대표적 안타 세러머니인 활 쏘기 모습[사진 kt 위즈]
올시즌 초반 이정후가 잠시 슬럼프에 빠지기는 했지만 금방 페이스를 되찾았고 강백호는 처음부터 불방망이를 휘둘렀다.

특히 5월 한달동안 이정후와 강백호의 타격 페이스는 그야말로 믿기 어려웠다. 나란히 22경기에 나서 이정후가 타율 0.451(82타수 37안타) 1홈런 27타점 OPS 1.220을 기록했고 강백호는 타율 0.418(79타수 33안타) 4홈런 23타점 OPS 1.172였다. 22세 이하 타자 2명이 월간타율 4할을 동시에 넘긴 것은 역대 최초라고 KBO의 공식 통계업체(스포츠투아이)가 밝힐 정도였다.

이후 도쿄올림픽 브레이크를 앞둔 7월말까지 강백호는 이정후를 압도하는 양상을 보였다. 강백호는 4할대 타율을 오르내리면서 타격과 최다안타 등에서 다관왕이 유력시됐고 이정후도 여전히 좋은 타격 감각으로 타율을 0.345로 유지했으나 강백호에 견주면 빛이 바랠수밖에 없었다.

후반기에 접어들면서 이들의 양상은 달라졌다.

이정후가 도쿄올림픽이 끝난 뒤 재개된 정규리그에서 4경기에만 출전한 뒤 8월 17일 오른쪽 옆구리 통증으로 1군에서 제외된 뒤 근막통증 진단을 받아 20경기 공백을 겪는 사이 프로야구가 출범한 1982년 백인천(당시 MBC) 이후 첫 4할대 타율도 가능해 보였던 강백호는 9월들어 24경기 84타수 21안타(타율 0.250) 1홈런 14타점으로 성적이 곤두박질치면서 시즌 타율도 0.354까지 떨어지고 말았다.

첫 타격 1위로 시상대에 선 이정후[사진 연합뉴스]
첫 타격 1위로 시상대에 선 이정후[사진 연합뉴스]
이후 부상에서 회복된 이정후는 10월 한때 5경기 18타수 무안타에 빠지기도 했지만 타율 0.360으로 사상 첫 타격왕에 오르며 출루율 3위(0.438) 장타율 4위(0.522)를 기록했고 강백호는 타격 3위(0.347) 타점 3위(102점), 출루율 2위(0.450), 장타율 5위(0.521)로 무관에 머물러 아쉬움을 곱씹어야 했다.

하지만 강백호는 정규리그 우승을 다투는 삼성과의 타이브레이커에서 천금의 결승타를 쳐내며 팀을 정규리그 우승으로 이끌었고 처음으로 나선 한국시리즈에서도 1차전 쐐기타를 비롯해 2차전 결승득점을 올리면서 통합우승을 이루는 밑거름이 됐다.

강백호 타격 모습[사진 kt 위즈]
강백호 타격 모습[사진 kt 위즈]
지금까지 KBO 리그에서 이들의 성적을 보면 이정후가 강백호에 앞선다. 강백호가 이정후의 뒤를 따르는 듯한 인상을 준다. 강백호가 데뷔해 함께 한 지난 4년 동안 타율만을 두고 볼때 이정후는 단 한차례도 강백호에 역전을 허락하지 않았다. 올해 유일하게 강백호가 앞설 수 있는 기회를 잡았지만 결국은 또 뒤지고 말았다.

아쉬움도 있다. 이정후와 강백호는 올시즌에 나란히 커리어하이를 기록했지만 홈런이 확연히 줄어들었고 다른 어느 선수들도 마찬가지이기는 하지만 잘 할때와 못할때의 차이가 너무 컸다.

이정후는 올해 지난해에 7개 뒤진 2루타(42개)에 1개 많은 3루타(6개)를 날렸지만 홈런은 지난해 15개에 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7개에 그쳤다. 5경기 무안타에 그친 적도 있다.

강백호도 지난해 23개의 홈런이 올해는 16개로 줄어들면서 장타율이 0.521에 그치면서 지난해에 견주어 2푼이상 떨어졌고 후반기들어 안타 생산력이 확 줄어들었다. 심지어 이정후보다 9개나 더 많은 홈런을 날리고도 장타율에서는 오히려 이정후에 1리가 뒤진 것도 아쉬웠다.

하지만 강백호는 아직 이정후가 갖지 못한 정규리즈 우승과 한국시리즈 우승 타이틀을 얻었다. 좀 더 시쳇말로 하면 이정우가 명예를 얻었다면 강백호는 명예와 실리를 함께 챙겼다고도 할 수 있다.

누가 뭐라고 해도 이제 이정후와 강백호는 KBO 리그를 대표한다. 대표를 넘어 최고를 향한 싸움은 당분간 이어질 것 같다.

[정태화 마니아타임즈 기자/cth082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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