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1년 세계랭킹 1위로 시드 배정을 받고 이집트 월드컵 32강에 바로 오른 그가 예선을 거친 김준태, 허정한과 F조에 편성되었을 때 느낌이 좋지 않았다.
산체스를 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고 그렇다면 김준태나 허정한 중 한 명은 희생양이 될 수 밖에 없었다.
산체스는 둘 모두를 베겔 월드컵에서 꺾었다. 김준태는 4강전에서 50:30, 허정한은 결승전에서 50:42로 눌렀다.
여기에 세계 12위 마틴 혼(독일)까지 끼어 둘은 죽음의 조에 뛰어든 셈이었다. 김준태와 허정한의 16강 동반 진출은 생각 할 수 없었다.
그러나 난공불락으로 여겼던 산체스는 결과적으로 김준태와 허정한을 16강에 올리는 은인이자 희생양이 되었다.
김준태는 1차전에서 허정한을 꺾고 한숨 돌렸다. 허정한은 2차전에서 마틴 혼에게마저 져 2연패했다. 16강행은 거의 물건너 갔다.
김준태는 2차전에서 산체스를 40:32로 잡았다. 2승으로 16강행을 사실상 결정했다. 이 승리가 허정한의 기적같은 회생 밑거름이었다.
2승의 김준태와 2패의 허정한. 하지만 3차전 결과로 둘은 함께 16강에 올랐다.
산체스가 김준태에 이어 허정한에게도 패한 덕분이었다.
산체스는 마틴 혼을 40:30으로 잡아 허정한과 비기거나 크게 지지 않으면 16강행이었다.
허정한은 이기기도 만만찮지만 이긴들 그닥 희망이 없었다. 김준태가 마틴 혼에게 지면 이겨도 탈락이었다.
김준태와 마틴 혼, 허정한과 산체스의 두 경기가 시작되었다.
김준태가 22이닝에서 마틴 혼을 40:32로 꺾었다.
허정한은 결과는 잊어버린 채 산체스와의 일전에 빠져들었다. 다행히 초반 치고 나갔다. 1이닝 4연타로 포문을 연 뒤 2이닝 2연타, 3이닝 3연타를 이었다.
산체스는 3이닝 5연타 후 좀처럼 치고 나오지 못했다. 허정한도 중압감에 시달렸으나 13이닝에서 11연타를 터뜨려 승기를 잡았다. 그리고 18이닝에서 6연타를 쏴 18이닝에서 경기를 마무리했다.
산체스의 에버리지가 뚝 떨어졌다. 18이닝 22점이었다.
허정한, 마틴 혼, 산체스가 똑같이 1승 2패를 기록했다. 김준태가 마틴 혼 까지 잡으며 3전승 하고 산체스가 마틴 혼을 눌러 1승 2패를 하고도 오를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한 덕분이었다.
3명의 에버리지 등을 따졌다. 허정한이 2위였다. 2패로 탈락하는 분위기였으나 마지막 1승이 16강행의 효자가 되었다.
산체스는 3위도 아니었다. 마틴 혼에 이어 4위였다.
어제의 베겔대회 우승 받침들이 오늘의 이집트 대회에선 다같이 들고 일어나 한방을 먹이며 그를 32강에 머물게 했다.
공은 둥글고 승부는 끝날 때 까지 끝난 게 아니다.
[이신재 마니아타임즈 기자/20manc@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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