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용어로 대부분의 종목에서 가장 많이 공통적으로 사용하는 단어는 파울(Foul)이다. 파울이라는 말은 원래 안 좋다는 의미이다. 인터넷 용어사전 위키너리에 따르면 파울은 고대 게르만어 ‘Fulaz’가 어원이다. 고대 영어 ‘’Ful’을 거쳐 중세 영어부터 현재와 같은 단어로 정착했다. (본 코너 435회 ‘파울(Foul)과 바이얼레이션(Violation)은 어떻게 다른가’ 참조)
파울은 미국 야구에서 먼저 사용했다. 1845년 야구 창시자 알렉산더 카트라이트(1820-1892)가 뉴욕에서 세계 최초의 야구팀인 닉커보커스를 창단하고 니커보커 규칙을 만들 때부터 등장했다. 파울이라는 말은 타자가 친 공이 경기장 내외야를 벗어나는 것을 의미했다.
1891년 제임스 네이스미스(1861-1939)가 YMCA Springfield College에서 농구를 창안했을 때 야구의 파울이라는 개념을 도입했다. 13조 룰을 만들면서 규칙을 위반하거나 스포츠맨십을 지키지 않는 행위를 파울로 규정했다. 농구보다 4년뒤인1895년 네이스미스와 같이 YMCA Springfield College에서 활동하던 윌리엄 모건(1870-1942)은 야구, 농구, 테니스, 배드민턴 등을 참고해 배구를 발명했다. (본 코너 454회 ‘ 왜 ‘Volleyball’을 '배구(排球)라고 말할까“ 참조) 모건은 네트를 사이에 두고 볼을 공중에서 주고 받는 배구 종목에 적용할 최초 10개 규칙을 만들었다. 규칙을 위반할 때 파울이라는 용어를 사용했다. 파울 가운데 테크니컬(Technical) 파울은 스포츠맨십에 어긋나는 행동을 할 때 선언한다. 농구와 같이 심판 판정에 대해 정도를 넘어선 항의를 하거나 일부러 경기를 지연하고 상대방의 부상을 유발하는 플레이 등을 할 때 주심은 테크니컬 파울을 선언한다. 배구서는 첫 번째 경고인 옐로우 카드를 주고 두 번째부터는 파울로 인정해 상대방에게 점수를 준다.
배구에서는 파울과 같은 의미로 폴트(Fault)라는 명칭을 별도로 쓴다. 전체적인 의미는 비슷하다. 규칙을 위반할 때 쓰는 말이다. 하지만 내용적으로 파울과 폴트는 조금 차이가 있다. 서브와 관련해 볼이 제대로 넘어가지 못한 상황을 폴트라고 정의한다. 테니스에서 공이 잘못 넘어가는 것을 폴트라고 먼저 불렀는데 배구가 이를 차용해 쓴 것이다.
국제배구연맹(FIVB) 규칙에 따르면 ‘폴트는 규칙에 반해 플레이하는 것을 의미한다. 주심은 규칙에 따라 폴트를 판단하고 제재를 결정한다’고 돼 있다. 연속적으로 2번이나 그 이상 폴트를 범하면 첫 폴트를 적용하며, 두 번 이상 동시에 폴트가 발생하는 것을 더블(Double) 폴트라고 말한다. 폴트가 선언되면 상대팀에게 1점을 내주며 다시 랠리가 이어진다. 서브할 때 라인을 밟으면 풋(Foot) 폴트라고 말하며 선수들이 서브 로테이션을 위반하거나 포지션을 위반하면 포지션(Position) 폴트라고 말한다.
원래 결함이나 결점을 의미하는 폴트라는 말은 라틴어 ‘Fallere’에서 유래해 중세영어 ‘Faute’를 거쳐 변용됐다. 어떤 상황이나 사람을 비판하거나 비난할 때 잘못을 지적하는 말로 사용한다. 스포츠에서 폴트라는 말은 테니스에서 먼저 썼다. 테니스에서 서브가 잘못돼 공이 라인을 벗어나거나 네트에 걸리면 폴트가 선언된다. 야구에서 파울이나 아웃과 같은 의미로 폴트라는 말을 사용했다.
하지만 현재 배구에서 폴트는 테니스와는 다른 의미로 쓰인다. 규칙을 위반하는 파울과 같은 의미로 사용되기는 하지만 테니스 폴트보다는 좀더 넓은 의미로 활용되고 있다. 배구에서 파울과 폴트 개념을 잘 이해하고 경기를 보면 경기를 재미있고 즐겁게 볼 수 있다. 배구만의 종목의 특성과 함께 다른 종목과의 공통점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편집국장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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