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올림픽 남자 양궁 단체전에서 우승한 한국 대표팀이 은메달 대만, 동메달 일본 수상자들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도쿄=연합뉴스]](https://cgeimage.commutil.kr/phpwas/restmb_allidxmake.php?pp=002&idx=3&simg=20210729053554059525e8e9410871751248331.jpg&nmt=19)
한국선수단이 유치한 한·일전의 모습을 재현하는 것과 달리 선수들이 라이벌 일본 선수들을 대하는 모습은 많이 달라졌다. 남자 양궁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남자 선수들의 시상식 모습이 대표적이었다. 한국은 준결승에서 홈팀의 일본과 세트 스코어 2-2로 동점을 이룬 뒤 승부를 가리는 슛오프에서 양 팀은 28점으로 승부를 가리지 못했지만 ‘고교 궁사’ 김제덕이 중심부에 가장 가깝게 화살을 쏘아 결승행 티켓을 손에 넣었다. 김제덕의 10점이 중심에서 3.3cm, 가와타의 화살이 5.7cm 떨어져 2.4cm가 한일전 승부를 가른 덕에 결승에 오른 한국은 대만을 가볍게 꺾고 금메달을 차지했다. 한국 선수들은 시상식에서 은·동을 차지한 대만·일본 선수들을 금메달 시상대에 불러 올려 함께 셀카를 찍었다. 경기에선 서로 ‘적’이 돼 승부를 겨뤘지만 경기가 끝난 뒤 서로 화합하며 축하해주는 모습이었다. 이를 본 일본 사람들은 “너무나 멋있는 장면이다. 시상대 위에서 승자도 패자도 없다. 서로 구분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며 시상식 사진을 SNS로 퍼 날랐다.
일본의 뼈아픈 식민지배를 경험한 한국에서 오랫동안 한일전은 영광과 굴욕의 상징이었다. 이기면 영광의 상징이고, 지면 굴욕의 상징이었다. 가장 경쟁이 심한 종목이 축구, 야구이었고 손기정 선생의 1936년 베를린올림픽 마라톤 제패와 일장기 말소사건으로 마라톤에서도 한일 라이벌 의식이 팽패했다. 일본으로부터 배운 남녀배구와 유도 등에서도 한일 대결은 숙명적이었다. 국내 언론들은 한일전 승부 결과에 따라 영광이니 굴욕이라는 단어를 갖고 크게 보도하면서 국민 사기를 들었다 놓았다하는 모습을 되풀이 해왔다.
오늘날 한일전의 모습이 이렇게 된 것은 일본에게도 큰 책임이 있다. 일본은 손기정 선생을 ‘일본 금메달리스트’라고 표기하고, 일본 제국주의 군대 깃발인 욱일기를 대회장에서 사용하겠다고 고집하며 한국의 땅 독도를 올림픽조직위 홈페이지에 일본 영토로 넣어 표시하는 등 한국측에 자극해왔다. 이런 일본측의 ‘속 좁은’ 태도는 한국측을 자극시키는 원인이 됐다.
하지만 언제까지 일본을 상대로 유치한 자존심 싸움을 계속 해야만 하나. 한국은 이미 많은 영역에서 일본을 상대로 자존심을 회복했다. 삼성전자 스마트폰이 전 세계인의 필수 품목이 됐으며 ‘K 컬처’로 대표되는 한국 문화가 많은 세계인들로부터 사랑을 받는다. 올림픽에서 한국이 일본을 넘어서는 진정한 ‘극일(克日)’을 이루기 위해선 한일전의 승패에 연연하기보다는 경기에선 최선을 다하고 경기가 끝난 뒤에는 화합하는 스포츠 정신에 충실하면 될 것이다.
손벽도 맞부딪쳐야 소리가 나는 법이다. 올림픽은 전 세계인들이 평화와 우정을 나누는 축제의 장이다. 이제는 한국과 일본이 숙명의 라이벌이라는 경쟁의식을 버리고 스포츠를 통해 여정과 환호, 성공과 역경을 보여주는 스포츠 정신을 함께 하기를 바란다. 한국과 일본은 스포츠를 스포츠로 즐기는 세상을 함께 가야 한다. 남자 양궁 선수들이 시상식에서 일본 선수들과 화합의 모습을 보여준 것은 앞으로 한국과 일본 스포츠가 가야할 방향이다.
[올림픽 특집] 한일스포츠, 라이벌 대결과 克日
1. 한일스포츠의 탄생, 애국과 문명화
2. 일본에 질 수 없다...역대 올림픽서 나타난 반일 감정
3. 손기정과 일장기 말소사건
4. 남녀배구 한일전
5. 마라톤 한일전
6. 축구 한일전
7. 야구 한일전
8. 유도 한일전
9. 한일 스포츠속의 양국 지도자
10. 진정한 극일, 승패보단 스포츠 정신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편집국장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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