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1~2022시즌 개막이 100일 앞으로 다가왔는데도 농구전용 구장 신축 문제를 놓고 대구시와 한국가스공사가 티격태격하면서 연고지가 확정되지 않고 있다.
한국가스공사가 전재랜드를 인수했다는 소식을 접한 대구 지역 농구팬들과 정치인, 언론 매체들은 쌍수를 들고 환영했다.
그들에게는 10년 전 대구 오리온이 ‘야반도주’하듯 경기도 고양으로 연고지를 옮긴 아픈 기억이 있기 때문이다.
오리온이 당시 정말로 ‘야반도주’했는지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다. 오리온도 할 말은 있겠지만, 그런 비난을 받을 만한 정황은 있어 보인다.
이런 이유로, 일각에서는 고양 오리온이 대구에서 경기할 때 ‘각오’해야 할 것이라는 험한 말이 나오고 있기도 하다.
전용구장 신축과 관련, 대구시는 당초 한국가스공사에서 농구단 창단과 전용구장 신축을 동시 진행하기로 약속한 만큼 연고지 협약 시 관련 내용이 반드시 들어가야
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당장은 아니더라도 신축을 담보할 수 있는 내용이 협약서에 포함돼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가스공사 측 입장은 다르다. 구장 신축에 비용이 들어가면 가스값이 올라가게 돼 이런 부담을 시민들에게 안게 할 수 없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따라서, 우선은 기존의 대구실내체육관을 고쳐 전용구장으로 사용하면서 추후 사업성이 확보될 때 신축을 논의하자고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처럼 양 측이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선수들이 전자랜드 연고지인 인천에서 훈련하는 기이한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일부 선수들은 대구에 전세 또는 월세를 얻었는데, 정작 대구에서 훈련하지 못하고 인천의 한 호텔에서 체육관을 오가며 훈련하는 웃지 못할 장면이 연출되고 있다.
이 틈을 타 인천시는 각종 혜택을 주겠다며 한국가스공사 연고지를 인천에 그대로 두게 하기 위한 물밑 작업을 한창 벌이고 있다.
한국가스공사로서는 진퇴양난이다.
인천에 남아 있자니 대구 농구팬들의 가슴에 또 대못을 박는 꼴이 될 것 같고, 그렇다고 대구로 가자니 시가 미적거리고 있으니 답답할 따름이다.
대구시는 대구시대로 ‘보험’이 필요하다며 버티고 있다.
결론은 간단하다.
실무진 간 협의가 잘 진행되지 않으면, 대구시장과 한국가스 사장이 만나 담판을 지어야 한다.
시간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거기에서도 결론이 나지 않을 경우, 한국가스공사는 플랜B를 가동해야 한다.
연고지 문제 때문에 애꿎은 사람들이 이래저래 피해를 보고 있다는 사실을 대구시와 한국가스공사는 직시해야 한다.
한편, 연고지도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전자랜드 인수 팀을 덜커덩 발표해버린 KBL도 이 같은 혼란 사태를 불러 일으키는 데 큰 몫을 했다.
중재를 하려면, 끝까지 책임을 지고 깔끔하게 마무리를 했어야 했다.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총재 윤번제’가 낳은 ‘웃픈’ 프로 구단 연고지 해프닝이다.
[장성훈 선임기자/seanmania2020@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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