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롯데가 11일 허문회 감독을 30게임만에 전격 경질하고 래리 서튼 퓨처스팀(2군) 감독을 1군 감독으로 승격시켰다. 이에 따라 KBO 리그는 2020시즌부터 KIA 지휘봉을 쥔 맷 윌리엄스 감독, 그리고 리빌딩의 적임자로 영입한 한화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에 이어 외국인 감독 3인시대가 도래했다.
세 외국인 감독의 공통점은 이들이 맡고 있는 팀이 모두 하위권에 머물고 있다는 점이다.
11일 현재 KIA가 14승17패(승률 0.452)로 7위, 한화가 13승18패(승률 0.419)로 9위, 롯데가 12승19패(승률 0.387)로 꼴찌인 10위다.
하지만 선두 삼성과 꼴찌 롯데와는 6.5게임차에 불과하고 공동 2위 그룹과는 5게임차밖에 나지 않는다. 이제 전체 레이스의 20%를 갓 지난 점을 감안하면 큰 의미가 없는 게임차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정도다.
우선 팀 리빌딩을 위해 수베로 감독을 비롯해 수석, 투수, 타격코치를 모두 외국인 코치로 채운 한화는 일단 팀 컬러를 바꾸는데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3할 타자는 없지만 이제 갓 20살을 넘긴 2000년대 생들인 노시환, 정은원, 박정현, 유장혁 등이 바로 그들이다. 이들 덕분에 팀 타율 0.242로 최하위이면서도 평균득점은 4.61점으로 공동 2위인 LG의 4.29점에 앞선다. 올시즌 세차례 영패를 당하고 4연패를 한 적이 있기는 하지만 반대로 10득점 이상한 경기도 네 차례나 되고 3연승을 하기도 했다.
마운드에서도 강재민 배동현 김이환 등이 선발과 불펜에서 기대이상 활약을 보여주고 있다. 평균자책점 4.82로 6위다. 전체적인 게임 운영에서는 경험이 일천한 젊은 선수들이 많은 탓에 플레이에 거친 면이 가끔 나타나고 있지만 최소실책 공동 4위(24개)일 정도로 전체적으로 지난해와는 다른 모습을 보여 주고 있다.
이러한 한화에 견주어 KIA도 사실은 팀 리빌딩 중이나 마찬가지지만 아직까지는 뚜렷하게 보여주는 게 없다. 전체적으로 젊은 선수들이 발전이 더딘데다 장거리 타자들이 거의 보이지 않는 약점을 드러내고 있다. 여기에 베테랑으로 팀의 중심을 잡아 주어야 할 최형우와 나지완이 부상으로 빠져 있어 결정타다.
미국으로 진출한 양현종의 공백도 크다. 슈퍼루키인 이의리로서는 아직 버거울 수밖에 없다. 에이스 애런 브룩스도 지난해 후반기만큼의 위력은 보여주지 않고 있으며 다니엘 멩덴도 투구 이닝에 견주어 투구수가 너무 많다. 11일 LG전에서 5-1로 앞서 승리투수를 눈앞에 두고도 5회에 교체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115개나 되는 투구수가 발목을 잡은 탓이었다.
먼저 대량실점을 한 뒤 힘들게 동점이나 역전을 시키고도 이를 지키지 못한채 무기력하게 무너지기도 한다. 지난해 절반의 성공을 거두었다는 평가를 받은 윌리엄스 감독으로서는 KBO 리그 2년차를 맞아 가을야구에 진출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지만 결코 호락호락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11일 전격적으로 경질된 허문회 감독의 뒤를 이어 제20대 롯데 감독으로 취임한 서튼 감독이 선수들에게 배팅볼을 던져주고 있다.[연합뉴스]](https://cgeimage.commutil.kr/phpwas/restmb_allidxmake.php?pp=002&idx=3&simg=202105120931170492818e70538d222011644204.jpg&nmt=19)
롯데 구단은 서튼 감독으로 사령탑을 교체한 데 대해 "구단과 감독이 가고자 하는 방향성 차이가 지속된 데 따른 것"이라고 해명하고 있다. 꼴찌로 주저 앉은 성적 때문만은 아니라는 것이 구단의 설명이다.
이와 함께 신임 서튼 감독에 대해서는 "구단 운영 및 육성 철학에 대한 높은 이해도를 바탕으로 세밀한 경기 운영과 팀 체질 개선을 함께 추구해 나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즉 롯데의 미래를 위해 서튼 감독을 택했다는 뜻이다.
서튼 감독은 취임 기자회견에서 "과감하게 공격적으로 야구하는 것이 나만의 야구 철학"이라며 "이기는 것이 중요하고 목표로 삼겠지만 그와 동시에 성장하는 문화도 만들겠다"고 밝혔다.
제20대 롯데 감독으로 취임한 서튼 감독은 곧바로 11일 SSG와의 사직 홈경기부터 선수단을 지휘했다. 서튼 감독의 데뷔 무대는 역전패였다. 4-2로 앞선 8회에 마무리 김원중에게 2이닝을 맡기기 위해 등판시킨 것이 결정적인 패착이었다.
김원중은 2019년 9월부터 본격적으로 불펜으로 나서기 시작한 이후 2이닝을 던진 것은 단 2차례에 불과했다. 그리고 2이닝을 던진 지난해 9월 9일 NC전에서는 승리투수가 되기는 했지만 3실점을 했다. 이런 점을 도외시한 채 김원중에게 2이닝을 맡겼다면 스스로 아직은 준비되지 않은 감독임을 자인한 셈이나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다.
사상 초유의 KBO 리그 세 외국인 감독 시대.
이들이 그려낼 새 풍속도가 KBO 리그 발전에 긍정적으로 작용하기를 기대해 보지만 자칫 선수들의 신체조건이나 야구 환경과는 동떨어진 메이저리그식으로 지나치게 좌클릭하지는 않을 지도 한편으로 걱정되는 것도 사실이다.
[정태화 마니아타임즈 기자/cth082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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