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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니아 노트] 대한체육회장은 ‘체육 대통령’이 아니고, 체육계를 위해 봉사하는 자리다

2021-01-10 08:25

제51대 대한체육회 선거를 앞두고  현 대한체육회장인 이기흥 후보는 9일 정책토론회에서 이종걸 후보가 이기흥 후보 자녀가 체육회 산하단체에 위장 취업하고, 범죄수익은닉 등의 도덕적 문제가 있다고 주장한 데 반발해 이종걸 후보를 선거법 위반 등의 혐의로 경기도 선거관리위원회, 대한체육회 선거운영위원회에 제소했다. [대한체육회 제공]
제51대 대한체육회 선거를 앞두고 현 대한체육회장인 이기흥 후보는 9일 정책토론회에서 이종걸 후보가 이기흥 후보 자녀가 체육회 산하단체에 위장 취업하고, 범죄수익은닉 등의 도덕적 문제가 있다고 주장한 데 반발해 이종걸 후보를 선거법 위반 등의 혐의로 경기도 선거관리위원회, 대한체육회 선거운영위원회에 제소했다. [대한체육회 제공]
새해 벽두부터 체육계가 시끌시끌하다. 오는 18일 실시될 제51대 대한체육회장 선거 때문이다. 일부 후보들끼리 인신 비방도 불사하며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

현 대한체육회장인 이기흥 후보는 9일 제51대 대한체육회장 선거 후보자 정책토론회가 끝난 뒤 이종걸 후보를 선거법 위반 등의 혐의로 경기도 선거관리위원회, 대한체육회 선거운영위원회에 제소했다. 기호 1번을 받은 이종걸 후보가 이날 정책토론회 도중 이기흥 후보의 자녀를 체육회 산하단체에 위장 취업시켜 사실상 업무상 횡령의 혐의가 있을 뿐 아니라 범죄수익은닉 등의 혐의도 있어 도덕성에 문제가 있다고 주장한 것이 전혀 사실무근이라며 반발하며 관련기관에 진상 규명을 요청한 것이다.
이날 기호 4번 유준상 후보 역시 "이기흥 후보의 윤리적 문제가 사실이라면 문제가 확실시될 가능성이 크다"며 이종걸 후보 주장에 호응하는 모습을 보였다 .
이기흥 후보는 "이종걸 후보가 어디서 가짜뉴스를 접했는지 한심하다. 이 자리에 같이 앉아있는 자체가 수모"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이어 "5선 의원을 하신 분이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모두가 보는 자리에서 공개한 만큼 반드시 형사소추를 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토론회는 SBS TV와 대한체육회 유튜브 등을 통해 생중계돼 많은 이들이 이를 지켜보면서 대한체육회장 선거의 혼탁한 상황을 우려하는 모습이었다. 후보들끼리의 공방전은 접어두더라도 체육회장이라는 자리에 대한 이해가 제대로 서 있지 않은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올만큼 현재 벌어지는 후보들의 과열 양상을 정상적이지 않다. 마치 정치판을 보는 느낌이다.

이번 선거 등록을 앞두고 ‘반 이기흥 연대’를 구성하기 위한 단일화 협상이 벌어졌다. 하지만 협상과정에서 전 의원출신들의 입장 번복 소동 등으로 단일화를 이루지 못하고 오히려 분열상을 드러냈다. 혼선은 4선의원 출신의 장영달(72) 우석대 명예총장부터 시작됐다. 장 명예총장은 2번이나 기자회견을 통해 대한체육회장에 출마하겠다고 밝히며 단일화 논의에 불을 지폈다. 장 명예총장은 2004년 아테네올림픽 태권도 금메달리스트인 문대성(44) 전 국회의원의 지지를 받아 단일화를 주도했다. 하지만 제19대 대선에서 선거법 위반으로 박탈당한 피선거권 시비에 휘말리며 끝내 중도하차했다.
이종걸 전 농구협회장은 장 명예총장의 지지를 받으며 후보 등록 2일 전 출마를 전격선언 했다. 하지만 이 전 의원도 강신욱 단국대 교수와 등록 하루 전 밤새 논의를 거쳐 불출마를 결정했다가 입장을 번복하고 후보 등록 마감 직전 깜짝 등록을 했다.

후보자 가운데 최고령자인 4선의원 출신인 유준상 대한요트협회회장은 강신욱 교수, 불출마를 선언한 윤강로(64) 국제스포츠연구원장, 이에리사 전 의원 등과 함께 후보 단일화 협상 논의를 가졌다가 단일화 가능성이 희박해지자 마감 직전 후보 등록을 마쳤다.

언론에서 통상 ‘체육 대통령’으로 묘사한 대한체육회장이라는 자리가 엄청난 체육 권력을 갖고 있는 것이라도 되는 양, 후보들은 '이합집산'을 되풀이하는 모습을 보여줘 뜻 있는 체육인들에게 큰 실망감을 안겨주었다.

역대 대한체육회장은 상징성이 높은 자리였다. 한국 현대사의 중요한 한 페이지를 장식하며 스포츠에서 한 시대를 풍미했던 이들이 대부분 맡았다. 1920년 조선체육회 창립 이래 기라성 같은 민족지도자, 정치인, 관료, 기업인, 체육인들로 이어진 대한체육회장의 면모는 시대상을 잘 반영했다.
일제강점기에는 윤치호, 여운형 등 민족 지도자와 유억겸 같은 교육자들이 어두운 식민 현실에서 체육을 극일의 발판으로 삼았다. 1960년대 중반부터 1970년대 후반까지 한국체육발전의 기틀을 든든히 세우고 가장 확실하게 자리를 잡는 역동적인 기회를 만들었던 민관식 회장과 김택수 회장은 국민의 표심에 좌우되는 정치인이었지만 태릉선수촌을 만들고 체육인들의 포상제도를 확립하며 온갖 궂은 일을 마다하지 않았다. 1981년 서울올림픽을 유치한 이후에는 정주영, 김종하 등 기업가와 노태우, 김운용, 이연택 등 관료들이 체육계의 수장으로 재력과 권력을 바탕으로 한국스포츠의 세계화에 이바지했다.
2016년 엘리트체육과 생활체육을 합쳐 역사적인 통합 대한체육회가 출범한 이후 대한체육회장은 체육계 통합을 공고히 해야하는 무거운 시대적 사명을 잘 이끌어 나가야 할 인물을 원하고 있다. 지금처럼 선거전에서 ‘진흙탕 싸움’을 벌이며 싸움질을 하는 상황에서 시대에 부합하는 체육회장이 나올 수 있을지 우려된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편집국장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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