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34회째를 맞는 윔블던 테니스대회가 코로나19 감염병 확산으로 취소됐다. 4대 메이저 대회 가운데 유일하게 잔디 코트에서 열리며 선수들이 흰색 유니폼을 입는 오랜 전통을 갖고 있다. [사진=연합뉴스]](https://cgeimage.commutil.kr/phpwas/restmb_allidxmake.php?pp=002&idx=3&simg=20200403063146029445e8e9410872233823169.jpg&nmt=19)
대회관계자는 "우리에게 가장 중요했던 것은 윔블던 대회를 방문하고 준비하는 모든 사람들의 건강과 안전이다"고 밝혔다. 이어 "인류의 문제로 번진 코로나19를 막기 위한 사회적 책임감을 느낀다"라고 덧붙였다.
1877년 창설되어 133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윔블던 테니스 대회는 단 세 차례만 취소되었다. 그 취소 배경에는 전세계에 영향을 미치는 악재가 있었다. 1,2차 세계대전때는 전쟁으로 취소됐고, 이번에는 감염병으로 대회를 열지 못하게 됐다. 하지만 윔블던은 대회가 취소됨에도 불구하고 사회적 역할은 쉬지 않았다. 대회를 중단해야 할 정도로 국가와 사회가 위기에 처한만큼 애국적인 활동과 의료 봉사활동을 한 것이다.
윔블던 대회가 첫번째로 취소된 이유는 1차세계대전 때문이다. 윔블던 대회는 영국이 1차대전에 참전한 1914년부터 1919년까지 열리지 않았다. 당시 윔블던 대회에는 3연속 우승을 거둔 챔피언이 있었다. 안토니 윌딩이 그였다. 윌딩은 1910년부터 1913년까지 4연속으로 윔블던 대회 우승을 차지하며 스타로 떠올랐다. 하지만 그는 1차대전이 발발하자 해군으로 참전했다가 1915년 프랑스 북부 전선에서 전사했다. 1차세계대전이 윔블던 테니스대회와 함께 윔블던 대회의 챔피언까지 앗아간 셈이다.
1차 대전이 끝난 1919년에 재개된 윔블던 대회는 남자 단식의 참가선수를 현재 대회의 참가 규모인 128명으로 늘리고 대회기간도 6월 마지막 주에서 7월 첫째주에 여는 등 새로운 형식을 취했다. 또한 영국 국왕 죠지 5세와 매리 여왕도 참관했다.
2차세계대전도 윔블던에 대회 취소를 불렀다. 2차대전 기간인 1939년부터 1945년까지 독일 공군은 런던 서남쪽의 윔블던 지역에 1000발의 폭격을 가했다. 윔블던 대회를 관장하는 전영테니스클럽에 16발의 폭탄이 떨어졌고 윔블던 지역에는 만 4천호의 집이 소실됐다. 전영테니스클럽은 2차세계대전 기간인 1939년부터 1945년까지 운영됐다
윔블던 대회의 센터코트는 1940년 10월 11일 금요일 밤 경기장 지붕에 0.25톤짜리 폭탄 5발을 연속적으로 맞는 등 무차별 폭격을 당했다. 센터코트 경기장의 피해는 너무 심각해서 2차대전 후 3년간 1200좌석을 복구하지 못한 채로 대회를 진행해야 했을 정도였다.
윔블던 대회 경기장이 무차별 폭격을 맞은 이유에는 소방·구급 시설과 오염정화 시설이 갖춰져있는 경기장이 영국군의 진지로 사용되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윔블던 대회때는 군복과 경찰제복,소방복을 입은 경기요원이 관중들을 통제한다.
또한 윔블던 구장은 2차대전동안 식량 보급시설로도 사용되었다. 경기장 부지에서 농작물과 돼지, 닭, 오리, 당나귀 등을 키웠다.
2020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여파로 윔블던 테니스 대회는 3번째 취소를 맞았다. 하지만 전영테니스클럽은 75년 전인 2차세계대전때처럼 어려운 사람들에 도움의 손길을 주고 있다.
전영테니스클럽(AELTC)의 이사장인 리차드 루스는 "전영테니스클럽은 코로나19와 싸우고 있는 영국국민건강서비스(NHS)와 런던 도시재생 협력기관들에 의료장비를 분배하고 시설을 제공한다"고 밝혔다. 또한 AELTC는 머튼과 완스워스 지방의 자치단체와 협력하여 무료 배식을 제공하고 있다.
윔블던이 '테니스의 성지'라고 불리는 이유는 가장 오래된 대회의 역사와 전통 때문이다. 윔블던은 인류의 건강과 행복을 위해 취소라는 가장 어려운 결정을 내렸지만 사회적 책임을 갖고 각계에 도움의 손길을 주기로 했다. 1896년 시작한 올림픽보다도 역사가 긴 윔블던은 다시 '최고 중의 최고'임을 입증해 보였다.
[이태권 마니아리포트 기자/report@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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