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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

[인터뷰①] ‘엄마 골퍼’ 홍진주의 유쾌한 에너지 “계획도 없이 여기까지 왔어요. 대-박”

2016-11-21 08:11

홍진주가서울강남구청담동의소속사사무실에서자신의골프백과함께포즈를취했다.사진=김상민기자
홍진주가서울강남구청담동의소속사사무실에서자신의골프백과함께포즈를취했다.사진=김상민기자
[마니아리포트 이은경 기자] 2016년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에서는 공식 기록은 아니지만 의미 있는 기록이 나왔다.

올해 투어를 소화한 단 두 명의 ‘엄마 골퍼’가 각 한 번씩 우승을 거둔 것이다. 홍진주(33, 대방건설)가 11월 팬텀클래식 with YTN에서, 안시현(32, 골든블루)이 6월 한국여자오픈에서 우승했다. 홍진주는 10년 만에, 안시현은 12년 만에 추가한 우승이었다.

한국 여자골프가 실력 면에서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극찬을 받지만, 여자 선수로서 결혼과 출산 후에도 꾸준히 투어 생활을 이어가는 사례는 그동안 찾아보기 힘들었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올해 홍진주와 안시현의 우승은 많은 후배 선수들에게 어떤 영감을 줬다. 그 어느 때보다 기억할 게 많았던 시즌을 마친 홍진주를 지난 18일 만났다.

2016년 시즌을 마쳤다. 지금 소감은 어떤가.
“우승하고, 그 뒤로 한 대회 하고 바로 시즌이 끝났다. 남들은 아쉽지 않느냐고 하는데 난 더 잘 된 것 같다.”

최근 김혜윤(27, BC카드)이 인터뷰에서 ‘올 시즌 뒤 은퇴하려 했는데 홍진주, 안시현 언니의 우승을 보고 마음을 바꿨다. 더 뛰겠다’고 했더라.
“혜윤이가 그렇게 말해줘서 우리는 너무 고맙다. 아무래도 요즘 어린 친구들이 실력에서 대세를 이루고 있다. 또 어린 선수들이 볼 때는 톱클래스 선수들만 동경하는 게 당연하다. 그런데 후배가 우리 둘을 보면서 뭔가 생각을 바꿨다는 게 고마웠다. 어찌 보면 내가 열심히 한 것 인정 받는구나 생각에 기분이 좋았다.”

2003년 프로에 입회했으니 벌써 13년이 흘렀다. 어찌 보면 KLPGA투어의 산 증인인데, 그동안 달라진 게 뭔가.
“정말 선수들 실력이 너무 좋아졌다. 나 어릴 때는 대회를 3라운드 하면, 하루만 잘 치면 된다는 생각도 했던 게 사실이다. 조금 지나고는 ‘컷만 통과하면 된다’였는데, 지금은 컷 통과도 너무 어렵다(웃음).”

2003년 스무 살 홍진주가 만일 지금 프로에 데뷔했다면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인지.
“네. 나는 지금 비거리든, 실력이든 뭘 끌어올리려고 하는 게 아니라 떨어지는 비율을 최대한 낮추는 걸 목표로 훈련한다. 비교적 잘 유지하고 있다고 생각하는데도 상금 랭킹이나 이런 게 점점 떨어진다. 내 실력이 조금씩 떨어지는 부분도 없지 않겠지만, 그보다도 다른 선수들 실력이 막 치고 나오기 때문에 그렇다. 후배들, 진짜 잘 친다. 언더파로 컷이 정해지고 그럴 때 보면 진짜 경악한다. 아, 얘네들은 대체 어떻게 이런 상황에서 언더파를 치지.”

그런데 도대체 어떻게 우승을 했나.
“그니까요. 하하. 도가 텄나.”

홍진주가아들은재와함께팬텀클래식withYTN우승트로피를들고있다.마니아리포트자료사진.
홍진주가아들은재와함께팬텀클래식withYTN우승트로피를들고있다.마니아리포트자료사진.

팬텀클래식에서 우승 할 때, 세 번째 연장 끝에 우승했다. 진짜 마음을 비웠던 건가.
“네. 진짜로. 나중에 중계 화면을 다시 보니까 내 표정에서 그게 나타나더라. 뭐가 저렇게 신났을까 싶었다. ‘우승 아니면 죽는다’, ‘내가 어떻게 온 연장인데 우승 놓칠 수 없다’ 이런 생각 전혀 안 했다. 아마 그런 생각을 했다면 연장 첫 홀에서 탈락했을 거다.”

우승 순간 뭐가 제일 먼저 떠오르던가.
“별 생각 없었다. 감탄사 같은 단어만 떠올랐다. ‘대-박’, ‘미쳤다’ 이런 것. ‘진짜 내가?’ 이런 생각도 들었다.”

‘계획 없어요’ 즐겁게 걸어가는 홍진주

어릴 때 구체적으로 ‘난 언제쯤 결혼하고, 이렇게 준비해서 계속 뛰고, 우승 해야지’ 이런 계획을 머릿속에 그리고 있었나.

“전혀. 나는 장기 계획을 세우는 타입이 아니다. 그냥 당장의 하루하루, 바로 다음 해의 목표, 그 정도만 생각한다. 결혼이든 출산이든 계획하고 여기까지 온 건 아니다. 오히려 계획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여기까지 왔고, 10년 만의 우승이라는 선물도 받은 것 같다. 앞으로도 계속 이럴 거고, 만약에 한계에 부딪힌다면 그땐 또 받아들일 거다.”

홍진주 프로가 어릴 때는 출산 후 투어를 뛰는 롤모델이 없지 않았나.
“지금 내 나이까지 하는 언니들을 봤을 때, 어릴 때는 철 없이 ‘뭘 힘든데 저렇게 열심히 하나’ 싶었다. 그런데 내가 지금 그 나이다. 그때 왜 아무 생각 없이 그랬는지 선배들에게 미안하다(웃음). 지금 생각해 보니 그때 선배들이 정말 좋아서 열심히 한 것 같다. 내가 그 나이가 되어서 뛰어 보니 재미있다. 골프도 정말 좋다.”

10년 만에 우승을 해서 세 살 짜리 아들과 트로피도 들고, 남편과 포옹도 하고, 과거 ‘얼짱 골퍼’로 불렸던 이야기도 다시 나오고 한다. 지금은 다 좋아 보이지만, 사실 홍진주 프로의 선수생활이 사실 늘 순탄한 건 아니지 않았나.
“2006년 첫 우승을 했을 때(2006년 9월 SK엔크린 솔룩스 인비테이셔널)도 우승을 전혀 기대 안했던 상황이었다. 그때 드라이버 입스가 와서 선수를 할지 말지까지 고민했는데 갑자기 우승을 했다. 그리고 그해 한국에서 열린 LPGA대회(10월 코오롱-하나은행 챔피언십)에서 우승하면서 갑자기 미국에 진출했고, 2007년부터 두 시즌간 미국에서 뛰었다. 하지만 별 소득 없이 한국에 돌아왔다.”

슬럼프, 해외에서 부진…파란만장 투어 생활

미국에서 힘든 경험을 했기 때문에 미국 진출을 꿈 꾸는 후배들에게 아주 현실적인 조언을 해줄 수 있을 것 같다.

“단순히 공만 잘 치면 될 일이 아니더라. 미국 문화에 대한 이해, 언어 문제를 비롯해 각 대회별 코스별 정보가 많아야 된다. 나는 생각도 없이 갔다가 다른 선수들과 잘 어울리지도 못했다. 미국 가면 이동하는 게 힘들다고 하는데, 말로 듣는 것과 경험하는 게 완전히 달랐다. 정말 힘들더라. 다만 요즘 어린 선수들은 성은정 같은 경우도 그렇고 어릴 때부터 미리 미국 대회에 참가해 보면서 경험을 쌓던데 아마 그런 것들이 엄청난 도움이 될 거다.”

일본에서도 뛴 경험이 있지 않나.
“미국에는 우승 때문에 시드를 얻어서 갑자기 진출하게 된 거고, 사실 그 시기에 원래 계획은 일본에 진출하는 거였다. LPGA투어에서 뛰다가 한국으로 유턴하고, 2011년에 결혼을 했다. 2012년에 일본 퀄리파잉 테스트를 거쳐서 2013년에 일본에 갔다. 갔는데, 그때 임신을 하는 바람에 5~6개월 정도 대회 치르고 다시 한국에 왔다. 일본은 시드권자가 아니었기 때문에 출산 후에는 시드를 갖고 있던 한국에서 뛰게 됐다.”

인터뷰하는홍진주.사진=김상민기자
인터뷰하는홍진주.사진=김상민기자

일본 투어는 어떻던가.
“일본 선수들 진짜 잘 친다. (웃으면서) 코스가 진짜 어렵고, 무엇보다 코스가 너무 좁다. 나에게는 너무 어려웠다. 당시에 내가 골프가 잘 안 될 때여서 더 그렇게 느꼈을 수도 있다. 당시 일본 여자골프는 지금 우리나라 이상으로 선수층이 두터웠다. 그리고 일본 투어는 컷 통과자가 50명 선으로 적은 편이다. 컷 통과하기도 진짜 어려웠다. 경험은 많이 하고 왔다.”

이야기를 들어 보니 안 해 본 게 없는 것 같다.
“맞다(웃음). 지금도 그런 얘기 자주 한다. 나는 한국, 미국, 일본에서 다 뛰어 봤고, 결혼도 했고, 애도 낳았고 할 거 다 했다.”

중국이라든가 또 다른 투어에서 도전해 볼 생각은 없는지.
“예전에 안 그래도 친구들이랑 그런 이야기를 종종 했다. 중국 시장이 분명 커질 텐데 한 번 가보자고. 한국에서 시드를 잃으면 중국에 도전하겠다는 생각도 해 봤다. 그런데 아직까지 중국 여자골프투어의 시장이 그렇게 빨리 성장하지는 않더라. 언젠가 기회가 되면, 그리고 중국 시장이 더 커지면 한 번 가보고 싶다는 막연한 생각은 있긴 하다.”

이은경 기자 kyong@maniareport.com

▶2편에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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