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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

[인터뷰②] ‘센 언니’ 홍진주의 충고 “후배들아 결혼해라. 단, 결혼은 도피가 아니다”

2016-11-21 08:22

홍진주가인터뷰도중환하게웃고있다.홍진주는유쾌하게대화를이끌어가는달변이다.사진=김상민기자
홍진주가인터뷰도중환하게웃고있다.홍진주는유쾌하게대화를이끌어가는달변이다.사진=김상민기자
[마니아리포트 이은경 기자] 홍진주(33, 대방건설)에게는 따라붙는 수식어가 많다. 지금은 ‘엄마 골퍼’, 10여 년 전에는 ‘필드의 모델’ ‘얼짱’ 같은 별명이 붙었다.

홍진주에게 물어 봤다. “올 시즌에 상금 2억원이 넘게 벌었고, 경쟁이 치열한 투어프로로 뛰고 있다는 건 사실상 전문직과 다름 없는데, ‘주부 골퍼’라는 수식어는 개인적으로 싫지 않나”라고 말을 건넸다. 홍진주는 호탕하게 웃으면서 “사실 주부라고 하기엔 집안 일을 그렇게 많이 하진 못 한다. 훈련하고 투어 다니려면 시간이 많이 안 난다”면서 “나는 ‘엄마 골퍼’라는 말이 더 좋다. 지금 투어에 나랑 안시현 두 명 밖에 갖지 못하는 수식어 아닌가. ‘얼짱’, ‘미녀’ 같은 건 후배들에게 양보하겠다”며 웃었다.

홍진주는 현재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의 선수분과위원장을 맡고 있다. 후배들의 애로 사항, 협회가 제도적으로 고치길 바라는 점 등 현장의 목소리를 모아서 협회 이사회에 전달하는 역할이다. 한 가정의 구성원으로서, 그리고 이제 투어의 ‘큰 언니’로서 선수 외 또 다른 역할을 해내고 있는 홍진주의 이야기를 들어 봤다.

결혼한 선수로서 투어 생활을 하기에 가장 힘든 점은 뭔가.
“아무래도 시즌 중반쯤 되면, 집에서 쉬고 싶을 때가 많다. 그런데 애기도 있고 하니까 집에서 쉬질 못 한다. 집안일을 도와 주시는 분이 있다고는 해도, 놀아 달라고 매달리는 아이와 시간을 보내다 보면 혼자만의 시간이 없어진다. 애가 사내아이라서 같이 있으면 엄마 말도 안 듣고 참 힘들다(웃음). 내년 1월에는 미국으로 전지훈련을 가야 하는데, 아이랑 오래 떨어져 있어야 하는 게 가장 힘들다.”

체력관리는 어떻게 하나.
“어릴 때부터 내 스타일이 그렇다. 훈련 시간이 그렇게 길지 않다. 연습 시간을 줄이는 대신 집중적으로 한다. 많이 자고 많이 쉬려고 한다.”

홍진주가지난6일팬텀클래식우승을확정한직후남편박준성씨와포옹하고있다.마니아리포트자료사진.
홍진주가지난6일팬텀클래식우승을확정한직후남편박준성씨와포옹하고있다.마니아리포트자료사진.

혹시 남편과 함께 골프를 즐기는 일은 없나.
“남편은 그냥 회사원이다. 평일엔 회사 다니고, 주말엔 내가 나가는 대회장에 응원 온다. 아, 부부싸움 안 할 때만(웃음). 남편 골프 실력은 그냥 ‘백돌이’다. 예전에 한 번 같이 라운드한 적이 있었는데, 내가 옆에서 좀 가르쳐 주니까 자존심 상해 하더라. 다시는 치지 말자고도 했다. 그래도 이번에 우승했을 때 가장 좋아한 사람이 남편이다. 결혼 직후에 내가 슬럼프가 왔었는데, 사실 결혼과 전혀 상관 없는 일이었는데도 남편이 마음고생을 했다.”

2011년 SNS에 ‘나이 먹고 실력 없으면 골프 치지 말라는 거야? 예쁘고 어린 것들만 찾는 이 더러운 현실’이라는 과격한 글을 쓴 적이 있었다.
“어머, 그거 다 지웠는데 어떻게 봤지. 내가 그때 너무 강하게 쓰긴 했다. 그게 너무 파장이 커져서 스폰서 계약도 못 했다. 그런데 정말 그때 현실적으로 느낀 걸 쓴 것이고, 지금도 생각은 별반 다르지 않다.”

본인이 얼짱 골퍼로 불렸던 선수였는데도 과격하게 썼다.
“안 그래도 그런 댓글이 있었다. ‘야, 네가 제일 많이 득 본 선수야’. 그 댓글 보고 그랬다. 맞네, 맞어. 스스로 ‘맞습니다’ 라고 생각했다(웃음). 그런데 현실적으로 그런 건 있다. 여자 선수들이 선수 생활을 오래 하고 싶어도 결혼하고 나이 먹고 그러면 스폰서사 계약이 이전에 비해 어려워진다. 스폰서가 없으면 스스로 상금을 벌어서 투어 비용을 충당해야 하는데, 그러면 성적이 조금만 떨어져도 ‘그만 하자’는 생각이 쉽게 든다. 스폰서사들이 지나치게 여자 선수들의 외모와 젊은 나이에만 집중하면 선수 수명이 길어지는 걸 가로막을 수 있다.”

“은퇴 전에 언니가 이건 약속할게”

안시현이지난6월우승했을때홍진주가달려가서포옹하며축하해주는모습.마니아리포트자료사진.
안시현이지난6월우승했을때홍진주가달려가서포옹하며축하해주는모습.마니아리포트자료사진.

선수분과위원장을 맡고 있는데.
“작년까진 부위원장이었다가 올해부터 위원장을 맡았다. 이를테면, 선수들의 의견을 협회에 전하는 대변인 역할을 하는 것이다. 후배들에게서 의견이 많이 나온다. 이를테면 티타임 같은 문제들이다.”

중계방송 위주로 짜여져서 출발이 너무 늦어지고, 그런 것들 말인가.
“맞다. 그리고 선수의 대회참가 취소에 관한 문제도 있다. 대회는 너무 많이 늘었고, 특히나 여름에는 날씨가 지나치게 더워서 갑자기 아픈 선수들이 많이 나온다. 컨디션이 급격히 안 좋아져서 대회 참가를 취소한다고 보고했는데, 상벌위에 올라가고 벌금을 내는 경우가 있다. 이건 아닌 것 같다. 후배들에게 약속한 게 있다. ‘언니가 은퇴하기 전에 이건 꼭 고쳐주겠다’고 했다. 올해 이사회에 들어가서 공식적으로 건의할 예정이다.”

후배들에게 결혼하라는 이야기를 자주 한다던데.
“선수들이 젊은 나이에 돈을 많이 벌어서 그런지 남자 보는 눈이 너무 높다. 물어보면 ‘그냥 평범한 사람이 좋아요. 눈 안 높아요’ 하면서 원하는 스펙을 줄줄 말하고 그런다. 후배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 정해진 틀에 이 사람이 들어오길 바라지 말고, 한 두 개만 맞으면 같이 지내면서 맞춰가고 변화시키면서 사는 게 결혼이더라. 나도 연애 오래 하고 결혼했지만, ‘알콩달콩’ 보다도 ‘지지고 볶는’ 걸 더 많이 했다. 아마 후배들도 지금은 무슨 소린지 몰라도 시간 지나면 내 말 뜻을 알 거다.”

좋은 선수 한 명을 만들어내는 게 얼마나 힘든데, 결혼하고 출산했다고 좋은 선수자원이 은퇴해 버리면 투어 전체의 손해 아닌가.
“맞는 말이다. 그런데 또 이런 면도 있다. 결혼이란 걸, 운동이 안 되니까 다른 돌파구로 보는 선수도 있다. 지난 번에 안시현이랑 같이 인터뷰를 하는데, 시현이가 그런 고백을 하더라. 자긴 정말 안 되니까 다른 방법을 찾은 게 결혼이었다고. 그래서 은퇴했다가 다시 돌아온 거라고. 많은 선수들이 다른 쪽으로 돌파구를 만들려고 결혼을 선택하기도 하는데, 그러진 말았으면 한다. 막상 결혼적령기에 있는 정말 잘 하는 후배들한테 물어보면 또 결혼 생각이 없다고 하는 후배도 많고... 돌이켜 생각해 보면, 나는 너무 어릴 때 아무 생각 없이 결혼 했던 것 같기도 하다.(웃음)”

남은 목표는 홀인원?

올해 우승으로 2년간 시드가 보장된다. 내년 목표는 뭔가.

“원래 매년 목표는 시드 유지였는데, 시드가 생겼다. 그래서 목표가 구체적으론 없다(웃음). 우승을 더 하면 좋긴 한데 그건 마음대로 되는 건 아니고. 부상 없이 시즌 치르는 게 가장 큰 목표다.”

은퇴하기 전에 꼭 이루고 싶은 게 있다면.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은퇴 전에 우승 하고 아들이랑 같이 트로피 들고 사진 찍는 게 소원’이라고 했다. 그런데 그건 이뤘다. 내가 좀 특이하게도 20년 넘게 골프 치면서 홀인원을 한 번도 못 해봤다. 프로-아마추어 통틀어서, 연습라운드며 미국이며 일본이며 다 통틀어서 그렇다. 홀인원 한 번 해보고 싶고, 이왕이면 상품 걸린 홀에서 하고 싶다(웃음).”

이은경 기자 kyo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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