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영은 전날 3라운드 16번과 17번홀에서 잇따라 보기를 범하며 지은희(30.한화)에게 선두를 내줬다. 앞서 김세영은 파5 15번홀에서 파를 한 다음부터 흔들렸다. 15번홀은 대회가 열린 와일드파이어 골프장의 4개의 파5 홀 중 가장 짧다. 485야드여서 장타자들은 대부분 2온을 하는 곳이다. 그래서 ‘서비스 홀’로 불린다.
김세영은 2라운드 때 이 홀에서 이글을 잡았고, 첫째 날에는 버디를 기록했다. 하지만 3라운드에서는 두 번째 샷을 벙커로 보내며 파를 기록했다. 김세영은 스코어를 잃지는 않았지만 사실상 보기를 범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여겼다. 김세영은 3라운드를 마친 직후 곧장 연습장으로 향했다.
- 어제 막판 연속 보기를 범하고 연습을 했는데 도움이 됐나.
“드라이빙 레인지에 가자마자 페이드 샷부터 시작했다. 전날 15번홀에서 두 번째 샷을 페이드로 보내려고 했지만 실수로 볼이 말리면서 벙커에 빠졌다. 더구나 버디 퍼트마저 놓치면서 화가 났다.”
- 연습은 몇 시까지 했나.
“어제 해 질 때까지 연습하고, 오늘 새벽 6시에 다시 나와서 1시간반가량 연습했다. 어제 안 됐던 부분을 연습했다. 평소 지고는 못 사는 성격이라 잠도 잘 오지 않았다. 속으로 ‘씩씩’ 거렸다. 그게 오늘 새벽에 연습장에 간 힘이다. 원래는 귀찮아서 새벽에 잘 안 간다. 페이드 샷을 연습했던 게 오늘 진짜 잘 됐다. 핀이 오른쪽에 있을 때 계속 문제가 됐었는데 오늘은 연습한 대로 딱 맞아 떨어졌다. 연습한 상황이 다 나왔다. 좋은 연습을 해서 좋은 결과를 얻었다.”
김세영은 이날 전날 한풀이를 하듯 버디 8개에 이글 1개를 곁들여 27언더파를 기록했다. LPGA 투어 72홀 최소타 타이 기록이다. 버디를 잡을 때 거의 3m 이내에 붙이는 등 아이언샷 감각이 좋았다. 김세영은 마지막 홀을 마친 직후에는 마치 골프의 신(神)에게 감사하다는 듯 하늘을 향해 두 팔을 벌리는 포즈를 취했다.
김세영은 기자회견을 마친 직후 곧바로 다음 대회인 KIA 클래식이 열리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칼스배드로 이동했다. 2주 후에는 시즌 첫 메이저 대회인 ANA 인스퍼레이션이 열린다. 김세영은 메이저 우승과 관련, “메이저 대회도 정말 우승하고 싶다”며 “이번에 좋은 경험을 했으니까 준비를 더 열심히 한다면 좋은 결과 있을 것이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그것 밖에 없다”고 했다.
애리조나 사막에서 뜨거운 일요일을 보낸 그는 새로운 새벽을 맞으러 떠났다.
피닉스=김세영 기자 freegolf@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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