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덕여 감독이 이끄는 여자 축구대표팀은 4일 일본 오사카의 얀마 스타디움에서 호주와 2016 리우올림픽 여자축구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3차전에 나선다. '윤덕여호'는 국제축구연맹(FIFA)가 산정하는 여자축구 세계랭킹 18위로 호주(9위)보다 순위가 낮다. 역대전적에서도 2승1무11패로 일방적인 열세를 기록 중이다.
하지만 한국 여자축구는 앞서 북한(6위), 일본(4위)와 대등한 경기를 선보인 끝에 모두 무승부를 거두며 사상 첫 올림픽 본선 진출의 희망을 키우고 있다. 객관적인 전력의 열세를 극복하고 값진 승점을 챙긴 ‘윤덕여호’의 선봉에는 ‘간판스타’ 지소연(첼시 레이디스)이 아닌 정설빈(인천 현대제철)이 있다.
이 대회 전까지 A매치 49경기에서 12골을 기록했던 정설빈은 북한과 일본을 상대로 짜릿한 골 맛을 보며 물오른 골 감각을 과시했다. 윤덕여 감독은 정설빈의 최고 강점으로 슈팅과 체력을 꼽는다. 무한 체력으로 쉴 새 없이 그라운드를 누비고도 회복이 빨라 2, 3일 간격으로 연이어 경기를 치러야 하는 올림픽 최종예선에서 좋은 활약을 해줄 것이라는 기대도 한몸에 받았다. 결국 정설빈은 감독의 기대에 부응이라도 하듯 자신이 선발로 출전한 2경기에서 모두 골 맛을 봤다.
사실 정설빈은 지소연이나 전가을(웨스턴 뉴욕 플래시), 조소현(고베 아이낙) 등 한국 여자축구를 대표하는 스타 플레이어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만한 재능이다. 2010년 독일에서 열린 FIFA 20세 이하 여자 월드컵에서 한국의 3위를 이끌기도 했다. 다만 잦은 부상으로 기대만큼의 경기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이 때문에 마음고생을 하던 정설빈은 지난 2011년 여름에 본명인 정혜인에서 정설빈으로 개명했다. 평소 적극적으로 딸의 축구선수 생활을 지원했던 어머니가 거듭된 부상에 시달리는 딸을 보다 못해 뿌리 깊은 나무처럼 흔들림 없이 우뚝 서라는 의미에서 ‘설빈’이라는 새 이름을 지어줬다.

WK리그를 주관하는 한국여자축구연맹의 관계자는 “정설빈은 외국인 공격수가 득세하는 WK리그에서도 확실한 자기 역할을 하는 선수”라며 “현대제철에서도 공격수로 비중이 크다”고 설명했다.
특히 정설빈은 큰 대회에 강했다.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에서는 북한과 준결승에서 무회전 프리킥 슛을 성공하는 등 6경기 중 5경기에서 골 맛을 봤고, 지난해 여름 중국 우한에서 열린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동아시안컵 중국전에서는 기막힌 중거리 슛을 꽂아 넣기도 했다.
윤덕여 감독은 리우 올림픽 본선 진출을 위해 최종예선에서 3승2무 이상의 성적이 필요하다고 예상했다. 정설빈의 맹활약 속에 ‘2강’과 경기에서 모두 무승부를 거둔 한국 여자축구는 남은 3경기에서 전승을 목표로 한다. 정설빈은 승점 9점을 향한 ‘윤덕여호’의 힘찬 항해에 다시 한 번 최선봉에 선다.CBS노컷뉴스 오해원 기자 ohwwho@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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