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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데미상에서도 확인했네…'언론' 대신하게 된 '영화'

2016-02-29 15:55

제88회아카데미시상식에서작품상을받은영화'스포트라이트'의배우들(사진=더쿱제공)
제88회아카데미시상식에서작품상을받은영화'스포트라이트'의배우들(사진=더쿱제공)
'신문, 잡지, 방송 등을 통해 뉴스나 사실을 알리거나 의견과 논의를 전개해 여론을 형성하는 활동.'

'언론'에 대한 사전적 의미다. 기자가 '기레기'로 불릴 만큼 한국 사회에서 언론의 위상은 추락해 있다. 자본과 권력의 치밀한 통제 안에서 언론이 사회 구성원 대다수의 목소리를 전달하지 못하고 있다는 불신이 팽배한 탓이다.

한국 사회의 맨얼굴을 들춰냄으로써 청소년 관람불가라는 한계를 뛰어넘어 크게 흥행한 '내부자들'. 최근 들어 이 같은 사회고발 영화들이 각광을 받는 이유도 여기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영화가 언론의 역할을 대신하고 있다"는 목소리도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다.

이러한 현상은 28일(현지시각) 미국 로스앤젤레스 돌비극장에서 열린 제88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도 확인됐다. 이날 아카데미상 최고 영예로 꼽히는 작품상은 '스포트라이트'에게 돌아갔다. 이 영화는 각본상까지 2관왕에 올랐다.

영화 스포트라이트는 지난 2002년 가톨릭교회에서 수십 년에 걸쳐 벌어진 아동 성추행 스캔들을 폭로한 미국 3대 일간지 보스턴 글로브 탐사보도팀 기자들의 실화에 바탕을 두고 있다.

지난 2001년 여름, 보스턴 글로브에 신임 편집장으로 임명된 마티 배런은 부임 즉시 탐사보도팀 '스포트라이트'에 30년에 걸쳐 수 십 명의 아동을 성추행한 혐의로 기소된 지역교구 신부에 대해 심층 취재하라는 지시를 내린다. 유난히 신도들이 많은 보스턴에서 가톨릭 교회를 수사할 경우 큰 반발과 반향을 불러올 것이 분명했지만, 편집장의 지시에 따라 스포트라이트팀은 사건을 파헤치기 시작한다.

그리고 마침내 2002년 600여 개의 스캔들 기사를 통해 보스턴 지역에서만 약 90명의 사제들이 아동을 성추행해 왔던 사실을 폭로했다. 스포트라이트팀은 집요한 취재를 바탕으로 사건의 진실을 밝힌 공로를 인정받아 2003년 미국 최고의 언론상인 퓰리처상을 수상했다.

영화 스포트라이트는 이 시대 언론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온힘을 쏟는다. 수많은 외압에 부딪히면서도 은폐된 진실을 밝히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기자들의 모습을 담아내는 데 주력한 이유도 여기서 찾을 수 있다.

이 영화를 연출한 토마스 맥카시 감독은 "처음 제의가 왔을 때는 다른 작품을 하고 있어서 거절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왜 지금 이 영화를 만들어야 하는지, 왜 그렇게 눈을 뗄 수 없었는지에 대해 생각하게 됐다"며 "서서히 시들어가고 있는 저널리즘과 독립적인 조사보도를 응원하자고 결정을 내렸다"고 강조했다.

◇ "피부색이 머리카락 길이만큼 의미 없는 것이 되기를 바란다"

아카데미상에서도 확인했네…'언론' 대신하게 된 '영화'
이날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는 멕시코 출신의 알레한드로 G. 이냐리투 감독이 '레버넌트'로 2년 연속 감독상을 탔다. 그는 "아직도 피부색 때문에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며 "피부색이 우리 머리카락 길이만큼이나 의미 없는 것이 되기를 바란다. 제 아버지의 말"이라고 강조했다.

유색인종으로서 이냐리투 감독의 말에는 뼈가 있었다. 지난해에 이어 남녀 주연·조연상 후보에 오른 20명의 후보들이 모두 백인들로만 채워졌던 탓이다. 이로 인해 올해 아카데미는 시상식을 앞두고 인종차별 논란에 휩싸였다.

이를 무마하려는 듯이 시상식에서는 유색인종 영화인들이 시상을 위해 무대에 오르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사회자로 나선 크리스 록은 오프닝 멘트를 통해 "우리는 동등한 기회를 얻기를 바란다. 디카프리오는 항상 후보에 오르는데, 흑인들의 경우에는 그런 좋은 역할을 맡기 힘들다"며 인종차별 논란을 정조준했으며, '마션' 등 주요 영화에 흑인을 등장시키는 등 다양한 패러디를 선보이기도 했다.

남녀 주연상은 레버넌트의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룸'의 브리 라슨에게 각각 돌아갔다. 두 배우는 모순 가득한 극한의 상황에서도 삶의 끈을 놓지 않는 캐릭터를 뛰어난 연기로 소화함으로써, '인간으로 산다는 것'에 대한 통찰을 전해 줬다는 공통점을 지녔다. 디카프리오의 경우 그동안 4차례나 주연상 후보에 이름을 올린 끝에 첫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올해 아카데미 최다 수상작에는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가 이름을 올렸다. 이 영화는 시상식 초반 의상상·분장상·미술상·편집상·음향편집상·음향상을 휩쓸며 돌풍을 일으키는 듯했지만, 작품상·감독상 등 주요 부문에서 수상하지 못하면서 아쉬움을 남겼다.

이날 시상식에는 한국인으로 배우 이병헌과 성악가 조수미가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이병헌은 아시아 배우로는 처음으로 시상자로 무대에 올랐으며, 조수미는 주제가상 후보에 오른 영화 '유스(YOUTH)'의 '심플 송(Simple Song)'을 불러 함께했다.

조수미의 공연은 아카데미 측에서 "생방송 특성상 6분짜리 노래를 3분으로 축소해 불러줄 것"을 요청했지만, 성악곡을 줄이는 데 한계가 있었던 까닭에 불발됐다.CBS노컷뉴스 이진욱 기자 jinuk@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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