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날 치인트 1회에서는 대학가에서 벌어진 개강파티 회비 횡령과 수강신청 에피소드가 그려졌다. 자칫 캠퍼스 판타지로 소비되기 십상인 이들 에피소드 안에는 가치보다 물질을, 협력보다 경쟁을 강권하는 현실의 대학가 풍경이 슬며시 녹아들어 있다.
홍설(김고은)은 선배 유정(박해진)과 자꾸만 엮이는 게 싫다. 유정은 여자 후배들의 마음을 단번에 사로잡는 인물인데도 말이다. 하지만 홍설은 우연히 보게 된 그의 살벌한 미소만 생각하면 몸서리를 치게 된다.
자신의 본모습을 눈치챈 것 때문인지 유정은 주변인들을 통해 홍설을 괴롭힌다. 개강파티 때 한 선배의 회비 횡령 비리를 학교 게시판에 알린 내부고발자로 의심받게 된 데도 유정의 계략이 있는 것만 같다. 그렇게 홍설은 휴학을 하기로 마음먹을 만큼 학교 내에서 시련을 겪어야 했다.
그런데 홍설은 다음 학기에 전액 장학금을 받게 되면서 휴학 생각을 접는다. 문제는 이 일에 또 유정이 엮여 있다는 것이다. 유정이 장학금을 의도적으로 포기한 덕에 홍설에게 돌아온 것이다. 그 이후 어찌 된 일인지 유정은 홍설의 주변을 맴돌며 그녀를 챙기는 듯한 모습을 보인다.
이야기가 진행되는 동안 펼쳐지는 풍경은 낭만적인 대학 생활을 그린, 소위 캠퍼스 판타지물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럼에도 여타 캠퍼스물과 치인트를 구분짓는 것이 있으니, 바로 현실 인식이다. 사실 기존 캠퍼스물은 현실을 외면하도록 만드는 데 나름의 목적이 있었다. 1980년대, 90년대 등장한 드라마 속 대학생들의 고민은 오직 사랑과 우정이었다. 바깥 현실의 대학생들은 매일같이 경찰과 대치하고 있었는데도 말이다.

무한경쟁을 강요하는 대학과 사회는 그 시스템을 더욱 공고히 하고 있는 모양새다. 이러한 보편화된 대학 문제는 이제 더 이상 외면할 수 없는, 한국 사회의 부조리를 대변하는 현상이 됐다. 상업성을 전제로 한 드라마인 치인트 역시 극중 주인공의 또래인 현실의 청년 시청자들로부터 외면받지 않기 위해 이를 차용해야 했으리라.
치인트 속 대학생들의 면면은 의도했든, 그렇지 않든 파편화된 개인의 전형들로 다가온다. 회비를 횡령하고, 수강신청에서도 후배에게 피해를 준 한 학생은 칙칙한 자취방에 앉아 주린 배를 채우면서도, 어머니로부터 온 전화에 "고급 회덮밥 먹고 있다" "대기업 취직 준비 잘 되고 있다"고 너스레를 떤다. 대다수가 비슷한 처지에 있음에도 남에게는 "난 너보다 나은 환경에 있다"는 걸 보여주려는 듯 의도하는 개인들의 슬픈 연극.
주인공 홍설은 비싼 등록금 마련을 위해 공강 시간 등을 활용해 쉴 틈 없이 아르바이트를 하는 반면, 또 다른 주인공 유정은 남부러울 것 없는 삶을 누리고 있는 분위기다(물론 그런 그에게도 나름의 시련이 있을 테지만).
금수저, 흙수저로 대변되는 부의 대물림 탓에 세대 내 빈부격차는 갈수록 벌어지고 있다. 이 드라마가 남자 잘 만나 호의호식하게 되는 여자 주인공을 그려 온 전형적인 로맨스 멜로 드라마의 뒤를 따를지는 앞으로 두고 볼 일이다. 홍설 역을 맡은 김고은이라는 큰 그릇을 신데렐라로 머물게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시청자들은 눈여겨보는 분위기다.
2회에서는 1회 막바지에 모습을 드러낸 반항아 백인호(서강준)가 홍설과 유정 사이에서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간다고 한다. 서로 다른 면모를 지닌 이 청년 세대의 전형들이 앞으로 어떤 공감의 에피소드를 빚어낼지 지켜볼 일이다.CBS노컷뉴스 이진욱 기자 jinuk@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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