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1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정연욱 의원은 대한축구협회 이용수 회장 직무대행에게 일부 선수들이 손흥민을 이름 대신 '7번'이나 '그분'으로 부른다는 주장을 거론했다. 김민재·황인범·황희찬 등 이른바 1996년생 선수들을 둘러싼 갈등설과 대표팀 운영에 대한 불만도 도마 위에 올랐다.
이 직무대행은 선수들이 대표팀 운영 과정에서 어려움을 호소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라커룸 내에서 일어난 일은 라커룸에서 해결한다는 원칙"에 따라 내부에서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로베르트 모레노 임시 감독을 중심으로 선수단이 결속해 11월 A매치와 내년 1월 아시안컵을 준비하기를 기대한다는 입장도 내놨다.
그러나 과연 라커룸에서 해결하겠다는 원칙만으로 사태를 수습할 수 있을까? 선수들 사이의 사소한 오해나 일시적인 감정 충돌이라면 당사자들이 대화를 통해 풀 수 있다. 하지만 갈등이 반복되고 대표팀 운영에 대한 불만까지 공개적으로 거론되는 상황이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겉으로 화해하는 모습을 연출한다고 해서 쌓인 감정과 불신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이미 갈등설은 언론 보도를 넘어 국정감사에서 다뤄질 정도로 확대됐다. 이제는 선수들끼리 알아서 해결하라는 식으로 접근하기 어려운 단계에 이른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손흥민에게 모든 갈등의 책임을 돌려서도 안 된다. 반대로 그를 무조건 감싸는 것도 해답이 아니다. 김민재와 황희찬, 황인범을 비롯한 선수들 역시 대표팀 운영에 어떤 문제가 있다고 느꼈는지 설명할 필요가 있다. 다만 각 선수의 구체적인 입장과 갈등의 원인이 명확하게 공개되지 않은 만큼, 확인되지 않은 의혹만으로 특정 선수에게 책임을 씌우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책임의 중심에는 대한축구협회가 있다. 선수단 내부의 모든 문제에 직접 개입할 수는 없더라도 대표팀 운영 과정에서 문제가 반복되고 있다면 원인을 파악하고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 협회가 해야 할 일은 선수들에게 화해를 권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감독의 역할과 주장 체제, 선수단 내 소통 방식까지 점검하고 정상적인 팀 운영이 가능한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무엇보다 우려되는 것은 시간이다. 대표팀은 11월 A매치를 거쳐 내년 1월 아시안컵을 준비해야 한다. 갈등의 원인을 해결하지 못한 채 대회에 들어간다면 경기 결과에 따라 잠잠해졌던 문제가 다시 불거질 가능성도 있다. 성적이 좋다고 해서 내부 문제가 해결됐다고 볼 수도 없다.
손흥민과 동료 선수들이 정말 루비콘강을 건넜는지는 아직 단정할 수 없다. 그러나 이미 공개적으로 확산한 갈등을 단순한 화해로 되돌리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라커룸에서 봉합했다고 발표하는 것과 선수들이 서로를 신뢰하며 한 팀으로 뛰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대한축구협회가 지금 해야 할 일은 갈등이 없었던 것처럼 덮는 것이 아니라, 무엇이 문제였는지 파악하고 실질적인 해결책을 제시하는 것이다.
아시안컵을 앞두고 필요한 것은 화해를 연출하는 대표팀이 아니다. 갈등을 해결하고 경기장에서 하나로 움직일 수 있는 대표팀이다.
[강해영 마니아타임즈 기자/hae2023@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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