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1.22(토)

야구

텍사스의 에이스, 부산고 스타 그리고 안태경

화랑대기 활약 앞세워 텍사스 입단, 그리고 방출까지의 이야기

2014-08-14 23:00

▲부산고1학년시절을함께한내야수김동민(사진좌)과안태경(사진우).사진│김현희기자
▲부산고1학년시절을함께한내야수김동민(사진좌)과안태경(사진우).사진│김현희기자
[마니아리포트 김현희 기자]지난 2007년 7월, 화랑대기 고교야구 대회가 한창이었던 부산 구덕 야구장은 그 어느 때보다 뜨거운 열기를 자랑했다. 많은 명승부가 펼쳐졌지만, 결승전에 오른 부산고등학교와 경남고등학교의 일전은 말 그대로 '물러설 수 없는 한 판 승부'였다. 부산 지역 전통의 라이벌이었던 두 학교는 '다른 팀에 져도 상대에게는 절대 질 수 없다.'라는 생각으로 경기에 임했고, 이에 전교생들도 구덕야구장을 찾아 동창들을 적극 응원했다.

초반은 경남고의 페이스였다. 경남고는 부산고 선발 2학년 정수민(전 시카고 컵스)의 난조를 틈타 3점을 득점하며 기분 좋은 출발을 선보였다. 바로 그 때 부산고 벤치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1회 초 원 아웃에 불과했지만, 부산고 김민호 감독(현 롯데 2군 타격코치)은 주저 없이 비밀병기를 꺼내 들었다. 또 다른 2학년 에이스 안태경(24)이 그 주인공이었다. 그리고 안태경은 10회 말 경기가 끝날 때까지 9와 2/3이닝을 소화하며, 경남고 타선에 단 1점만 허용했다. 마운드에서 안태경이 역투를 펼치는 사이에 부산고 타선도 김태군(NC)과 최우정(전 LG) 등이 힘을 내며 기어이 역전에 성공했다. 결과는 5-4 부산고 승. 그리고 거의 10이닝 완투를 기록한 안태경은 당시 화랑대기 우수 투수상을 받으며, 일약 '전국구 스타'로 떠올랐다.

텍사스의 에이스, 부산고 스타 그리고 안태경

"사실 당시에는 내가 마운드에 오를 상황이 아니었다. 하지만 감독님께서 결승전 전에 나에게 언질을 주시더라. 선발은 내가 아니더라도 두 번째 투수로 마운드에 오를 준비를 하라고. 그래서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그 기회가 너무 빨리 왔다. 그래서 얼떨결에 마운드에 올랐는데, 이후 내 뒤에 나온 투수 없이 그대로 경기를 끝낼 수 있었다." 당시를 떠올린 안태경의 회상이다.

그렇게 2007년 화랑대기 결승전은 '전국구 에이스로 안태경도 있다.'라는 사실을 어필하기에 충분했다. 그리고 이는 메이저리그 극동 스카우트들의 발걸음을 바쁘게 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그 중 가장 적극적이었던 팀은 텍사스 레인저스였다. 그 동안 극동 스카우트에 크게 관심을 가지지 않던 텍사스였지만, 이례적으로 안태경에게 80만 달러의 계약금을 쥐어 주면서 좋은 대우를 보장해 줬다. 존 데니얼스 단장 역시 "안태경은 빅리거 자질이 충분한 선수다."라며 기대를 감추지 않았다.

그렇게 청운의 꿈을 안고 태평양을 건넌 안태경은 '내일의 빅리그'를 꿈꾸며 마이너리그 생활의 어려움을 마다하지 않았다. 하지만, 부상으로 기대만큼의 활약을 보여 주지는 못했다. 그렇게 몇 년간 애리조나 루키리그를 벗어나지 못했던 안태경은 2011년 11월에 오랜만에 그라운드에 모습을 드러냈다. 당시 현대자동차 주관으로 사직구장에서 시행했던 '부산고, 경남고 라이벌 열전'에서였다.

"당시 집에서 쉬고 있는데, 김민호 감독님께서 전화를 주셨다. '뛸 수 있는 선수가 많이 부족하니, 와서 좀 도와달라'고. 그래서 참가했는데, 솔직히 쉬고 있는 상태에서 마운드에 올라서 좋은 모습을 보여 줄 것이라는 기대는 안 하고 있었다." 당시 상황을 덤덤하게 풀어갔던 안태경이었지만, 사실 당시 안태경은 빠른 볼 최고 구속 147km를 기록하며 '내일의 메이저리거'다운 모습을 보여줬다. 그렇게 예상대로 성장해 줄 경우, 상위 리그 승격은 시간 문제로만 보여질 수 있었다. 아프지 않았던 몸도 '내일의 밝은 미래'를 약속해 주는 듯 보였다. 하지만, 2012 시즌을 앞두고 안태경은 다시 선택의 갈림길에 놓일 수밖에 없었다.


"2012년 스프링 캠프 때 정말 좋았다. 바로 전년도(2011년)에는 구단 측의 배려로 호주리그에도 다녀올 수 있어서 자신감은 최고조에 올라 있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집안 문제 때문에 잠시 방황을 했었다. 야구에 그만큼 집중이 안 됐다. 결론은 '이제 내가 집안에 보탬이 되어야 한다'라는 사실이었다. 그래서 스프링 캠프때부터 좋은 페이스에도 불구하고 구단측으로부터 지속적으로 한국 복귀에 대한 의사를 표현했다." 안태경의 진심이다. 홀어머니를 모셔야 하는 안태경은 이때부터 메이저리그 도전에 대한 생각을 새롭게 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 텍사스는 안태경의 의사를 존중하여 그 해 5월, 그를 방출하기에 이르렀다.

"미국야구는 정말 살벌한 곳이다. 방출 결정이 나면, 락커룸에 이름부터 사라지고, 바로 그 위에 비행기 티켓만 놓여진다. 그리고 검은색 비닐 봉투로 락커룸을 감싸 둔 이후 다음 주인이 올 때까지 기다린다. 다행히 나는 감독님이 직접 불러 한국행 비행기 티켓을 건네 주셨다. 사실 이게 더 맞는 것 같아 보여도, 미국야구에서는 나처럼 대우 받는 것이 오히려 파격적인 셈이다." 그렇게 안태경은 시즌이 종료되기 전에 '메이저리그'에 대한 꿈을 접고 가족과 군 복무를 위해 귀국을 선택했다. 해외 진출 전, 병역 신체검사에서 '2급 현역' 판정을 받았던 만큼, 재 검사를 통하여 이는 얼마든지 조정될 수 있었다.

- 2부, '전역 그리고 안태경의 새로운 도전'에서 계속 -

[eugenephil@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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