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 감독은 오랜 기간 프로를 경험했기에 그 냉혹함과 무서움을 잘 안다. 그렇기 때문에 아들에게 하나라도 더 가르쳐 주려는 마음에 주말에도 뙤약볕 아래에서 배팅볼을 던지는 수고로움을 마다하지 않았다. 그러한 아버지의 마음을 잘 아는지, 김동엽 본인도 “사실 오늘(토요일) 쉬려고 금요일에 공익 근무가 끝나자마자 많은 운동량을 소화했다. 그런데 아버지께서 전날 갑자기 계룡시로 내려오라고 하시더라.”라며 두말없이 먼 길을 내려 온 사연을 밝히기도 했다.
난데 없는 방출 통보, 그리고 임창용과의 ‘짧고 굵었던 만남’
미국 진출 당시 김동엽은 에이전트 계약 없이 시카고 입단을 선언했다. 대신 그와 관련한 모든 계약 사항은 아버지 김상국 감독이 모두 챙겼다. 이 때문인지 김동엽은 애이전트로 인하여 크고 작은 송사에 휘말렸던 다른 선수들에 비해 비교적 편하게 운동에만 전념할 수 있었다고 한다. 지난해 스프링캠프에서 맹타상을 받은 것도 이러한 외적인 영향에서 비교적 자유로웠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러나 당시 감독의 전력 구상에서 김동엽은 철저하게 ‘전력 외’ 선수였다. 익숙지 않은 왼쪽 어깨로 수비에 임해야 한다는 것만으로는 설명이 되지 않는 것들이 많았다.
“스프링캠프 당시의 좋은 타격감을 잃어 갈 무렵, 신인 드래프트가 열렸다. 이제 후배들이 들어오는 만큼, 코칭스태프도 나에게 좋은 소식이 들여 올 것이라고 했다. 그래서 내심 승격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러나 당시 코치에게 걸려 온 전화는 전혀 뜻밖의 소식이었다.” 그 소식은 바로 김동엽의 방출을 알리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에게 주어진 것은 승격 선물이 아닌, 귀국 티켓이었다.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소식에 김동엽은 누구보다도 당황해 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다른 코치가 티켓팅을 10일 정도만 늦춰 보자고 하더라. 다른 팀을 찾아보기 위한 순서였다. 그래서 10일 정도 귀국을 늦춰 놓은 상황에서 당시 임창용 선배님 집에서 잠시 신세를 졌다.” 당시 일본 야쿠르트를 떠나 메이저리그로 새로운 출발을 선언했던 임창용은 컵스 소속으로 그 해 6경기에 등판하여 승패 없이 평균자책점 5.40을 기록했다. 그랬기에 임창용도 같은 팀 산하 마이너리그에 소속되었던 김동엽을 흔쾌히 받아들일 수 있었다. 이 과정에서 김동엽은 임창용으로부터 적지 않은 조언을 받았다고 했다.

“귀국을 늦춰놨지만, 사실 새로운 팀으로 들어갈 수 있을지도 미지수였다. 드래프트가 끝나 로스터가 꽉 찬 상태에서 트라이아웃(마이너리그 공개 선수 선발)부터 시작할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이에 임창용 선배님도 ‘아직 젊으니까 한국 가서 야구해도 늦지 않을 것이다.’라는 이야기를 해 주셨다. 또한, 군 복무를 해결해야 하는 문제도 있던 만큼, 방출 통보 후 열흘이 지난 이후 곧바로 귀국을 선택했다.” 김동엽의 회상이다. 또한, 임창용은 어깨를 다쳐 왼쪽으로 송구해야 하는 김동엽에게 ‘50m 라이너로 던질 수 있도록 어깨를 만들 것’과 ‘짧은 거리를 집중해서 던질 것’에 대한 조언을 전했다고 한다. 이에 김동엽도 수비 훈련 때에는 임창용의 조언을 머리에 새기고 몸을 만드려고 한다.
작년 7월 귀국을 선택한 그는 두 달 후 바로 공익근무에 임했다. 근무 이후에는 웨이트 트레이닝과 배팅/수비 연습을 병행하며 여전히 몸 만들기에 집중하고 있다. 현재는 부상 후유증 없이 타격에 자신감을 갖고 임한다고 한다.
“사실 고교 때에는 많이 뛰지 않았지만, 발도 꽤 빠른 편이다. 추후 프로에 간다면, 잘 치고, 잘 던지고, 잘 달리는 선수가 되고 싶다. 특히, 미국에 다녀 온 이후에는 부쩍 배트 스피드가 늘었다. 자신감이 생긴 만큼,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도록 하겠다.” 김동엽의 진심이다. 항간에는 그를 둘러싸고 ‘군 복무 이후 다시 미국에 도전하는 것 아닌가’라는 소식이 들려오기도 했지만, 김동엽은 “절대 그럴 일 없다.”라며 못을 박았다. 귀국 순간부터 국내 외에는 염두에 두지 않았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그는 “김용주(한화, 현재 상무 복무), 홍성갑(넥센) 등 같은 시기에 뛰었던 친구들이나 후배들을 보니, 프로에 가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내년에 지명 대상자가 되는 만큼, 어느 구단이든 나를 원하는 곳에 입단하여 최선을 다 하고 싶다.”라며 내년 신인지명 회의에 대한 솔직한 심정을 밝히기도 했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라는 격언이 있는 만큼, 김동엽 본인도 현재 몸 상태에 안주하지 않고, 내년을 바라본다는 마음가짐으로 꾸준히 노력한다면, 좋은 소식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짧지만 강렬했던 미국 생활을 토대로 국내에서 좋은 선수로 거듭날 수 있기를 기원한다.
[eugenephil@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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