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로 그 때, 북일고의 반격이 시작됐다. 상대 에이스 김진영의 빠른 볼을 통타하여 그대로 목동 구장 정 중앙을 넘긴 사나이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대회 2호 홈런을 그렇게 장식한 그는 홈런상 수상을 확정했다. 그리고 8-8로 끝난 그 날 4강전은 결국 익일 서스펜디드로 진행됐다. 저녁 10시 45분 이후에는 새로운 이닝에 들어갈 수 없다는 규정 때문이었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에 속개된 준결승전에서 전날 홈런을 기록했던 그 선수는 또 다시 12회 말 결승타를 기록하며 ‘청룡기 스타’로 거듭났다. 주인공은 그 해 고교 유망주들 중 가장 먼저 해외 진출을 선언했던 ‘거포’ 김동엽(24)이었다. 일찌감치 시카고 컵스와 입단 계약을 맺은 그는 2학년 때부터 봉황대기에서 만루 홈런을 기록하는 등 거포로서의 자질을 인정받았던 유망주였다.
전 시카고 컵스 유망주 김동엽이 밝히는 ‘마이너리그 시절 이야기’
당시 그가 프로 스카우트 팀으로부터 주목을 받았던 이유 중 하나가 바로 ‘타격 폼’에 있었다. 가장 이상적인 타격 폼을 지닌 것으로 평가받는 김태균(한화)과 상당히 유사한 자세로 타격을 했고, 그것이 전국대회에서 결과로 나타났기 때문이었다. 또한, 그는 빙그레 이글스(한화 이글스 전신)에서 주전 포수로 활약했던 김상국 전 북일고 감독의 아들이기도 했다. 아버지와는 정 반대 유형의 타자로 성장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많은 스카우트 팀의 관심을 가질 만했지만, 특히 한화 이글스에서는 그를 특히 더 지켜봤다는 후문이다. 배수희 전 한화 스카우트 차장은 “뽑을 선수가 제한되어 있는 상황에서 오랜만에 연고지에 거포 외야수가 배출됐다. 외야 자리가 부족한 팀 사정상 저 친구(김동엽)에게 1라운드 지명권 행사도 고려했다. 그런데 해외로 간다니, 안타까울 뿐이다.”라며 입맛을 다시기도 했다.
그렇게 그는 동양에서 보기 드문 거포 유망주라는 자부심을 가진 채 미국으로 떠났다. 하지만 김동엽은 머지않아 그의 몸에 문제가 생겼음을 알았다.
“어깨가 문제였다. 그래서 가자마자 슬랩 수술(어깨 부상으로 인한 회복 수술)을 받았다. 수술을 받고, 재활 프로그램을 소화하다 보니, 1년 반 동안 마이너리그 기록조차 없었다. 수술하고 나서 많이 위축된 내 자신을 발견했다. 이렇게 힘든 경우는 생애 두 번째였다.” 김동엽의 회상이다. 사실 그는 유독 ‘해외’와 관련된 경험이 많다. 중학교 3학년 졸업 이후 일본 니치난(日南) 학원으로 야구 유학을 떠난 이후 북일고로 다시 전학왔기 때문이었다. 당시 일본에 처음 갔을 때 힘들다는 이야기를 많이 했던 김동엽은 태평양을 건넌 이후 비슷한 느낌을 가졌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그는 다시 일어서기 위해 절치부심했다.
“원래 우투우타였는데, 어깨 수술을 받은 이후 좌투로 전향했다. 하지만 나도 사실 왼손으로 던질 줄 알았다. 그러다가 수비에서 완전히 좌투로 전향한 것은 미국 진출 2년째 부터였다.” 그렇게 그는 수술한 어깨를 대신할 만한 자신만의 무기를 만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성과는 곧 나타났다.
“2013년 스프링캠프는 내가 생각해도 정말 잘 됐다. 너무 잘 치다 보니, 당시에 상도 받았다. 이대로라면 승격도 무리가 아닐 것이라 생각했는데, 당시 마이너리그 단장이 ‘송구하는 왼쪽 어깨를 조금 더 만들고 승격하자’고 하더라.” 작년 스프링캠프를 떠올렸던 김동엽은 ‘치는 것’에 대한 자신감이 붙은 만큼, 상위 리그 승격도 시간문제로 봤다. 그러나 온전한 몸 상태로 승격되는 것 또한 구단에서 원하는 일이었다. 하지만, 문제는 이때부터 전혀 엉뚱한 방향으로 흐르기 시작했다.
“그렇게 잘 했었는데, 정작 시즌이 시작되고 나니까 시합에 잘 못 나갔다. 솔직히 당시 감독의 선수 기용 기준이 무엇인지도 잘 몰랐다. 그래서 의욕이 많이 떨어져 열심히 안 했다. 그럴 때 성민규 코치님께서 많이 도와주셨다. 그렇다 해도 감독이 나를 쓰지 않으면 소용 없는 것 아닌가. 결국 스프링캠프 당시의 좋은 감각이 시즌이 지날수록 떨어지기 시작했다.” 바로 이러한 때에 신인 드래프트가 열리고, 또 새로운 선수들이 루키리그와 싱글A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이쯤 되면, 김동엽에게도 좋은 소식이 들려올 법 했다. 신인들이 들어오는 만큼, 본인도 이제는 상위 리그 승격에 대한 기대가 컸기 때문이었다.
- 2편, ‘귀국 이후의 김동엽’ 편에서 계속 -
[eugenephil@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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