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교롭게도 양 팀 감독은 여러 차례 맞대결 경험이 있어 누구보다도 서로 잘 알고 있었다. 또한, 한때 청소년 국가대표팀에서도 한솥밥을 먹으며 선수 조련의 노하우를 공유하기도 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충암고 이영복 감독은 전날 준결승전에서 129개의 투구 수를 기록한 에이스 조한욱을 잠시 쉬게 하는 작전을 펼쳤고, 덕수고 정윤진 감독은 에이스 엄상백 카드를 바로 선발로 투입했다. 제2선발 홍정우로 1이닝이라도 더 길게 끌고 가겠다는 것이 이영복 감독의 승부수였다면, 엄상백의 투입은 정윤진 감독이 아닌, 본인 의지에 따른 선발 등판이었다.
‘전통의 야구 명문가(家)’의 대결에서 덕수고 웃다!
경기는 시종일관 양 학교의 뜨거운 응원 속에서 진행됐다. 양 교 동문회의 전폭적인 후원 속에 ‘프로 구단 응원에서나 볼 법한’ 스피커까지 동원하는 등 선의의 응원 문화를 펼친 장면은 프로야구 평일경기 그 자체나 다름없었다. 이러한 동문의 응원에 보답이라도 하듯, 양 교는 결승전이라는 격(格)에 맞는 경기 내용을 선보이며, 내일의 프로선수다운 모습을 보여줬다.
선취점은 덕수고의 4번 타자 강준혁의 손에서 나왔다. 강준혁은 1회 초 1사 1, 3루 찬스서 깊숙한 2루 땅볼로 3루 주자를 홈으로 불러들이며 결승전 첫 타점을 신고했다. 이후 2, 3회 공방전에서 잠시 소강상태를 맞은 양 교의 대결은 덕수고가 4회 초 공격서 상대 실책에 편승하여 한 점을 더 추가하면서 절정을 맞이했다. 4회부터는 충암고 이영복 감독도 ‘청룡기 최대 스타’ 조한욱을 투입하면서 승부를 걸었다. 이때부터 ‘엄상백의 덕수고’와 ‘조한욱의 충암고’가 본격적으로 정면 대결을 펼친 셈이었다.
하지만, 경기가 후반부로 다가올수록 연투를 펼친 조한욱의 어깨는 점점 지쳐갔다. 7회 초 수비를 맞이했을 때, 이틀 합쳐 던진 200번째 투구가 그대로 포수 미트에 꽂혔기 때문. 전날 129개의 투구 수를 기록하고 마운드를 내려온 조한욱의 어깨 상태를 생각해 보았을 때 더 이상의 연투는 불가능해 보였다. 볼과 스트라이크의 비율도 1:1에 이를 만큼 상당히 좋지 않았다. 그러나 조한욱은 이를 정신력으로 극복하며, 9회까지 마운드를 지켰다. 팀 타선이 엄상백의 구위에 눌려 이렇다 할 공격 찬스를 맞이하지 못한 채 삼자 범퇴를 자주 당한 것도 조한욱에게는 치명타였다. 그만큼 이닝 중간에 어깨를 쉴 수 있는 타이밍을 잡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결국, 덕수고는 지친 조한욱을 상대로 스퀴즈 등 작전 야구로 두 점을 더 뽑으며 청룡기 3연패를 완성했다. 본 대회에서 3연패를 기록한 사례는 1955~57년에 신인식을 앞세워 동산고가 차지한 이후 무려 57년 만의 일이었다. 또한, 경기 MVP로 선정된 덕수고 에이스 엄상백은 혼자 마운드를 책임지며, 9이닝 6피안타 10탈삼진 무사사구 완봉 역투를 선보였다. 또한, 팀이 기록한 5승을 모두 책임지며, 2011년 변진수(두산) 이후 3년 만에 ‘전국대회 전승 투수’로 이름을 남기게 됐다. 이는 곧 내년 시즌 1군 무대에 합류하는 KT 마운드의 핵심 요원으로 부각되었음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했다.
비록 팀은 패배했지만, 충암고 조한욱은 이번 청룡기 대회가 낳은 최고의 스타임이 틀림없었다. 그는 1회전부터 시작하여 결승까지 5경기에 모두 등판하면서 무려 32와 2/3이닝을 소화했고, 4승 무패, 36탈삼진, 평균자책점 1.65를 기록했다. 준결승과 결승전을 합쳐 이틀간 무려 225개, 5경기 총합 456개(경기당 평균 91.2개)의 공을 던지며 분전했다.
※ 제69회 청룡기 쟁탈 전국 고교야구 선수권대회 최종 결과
우승 : 서울 덕수고등학교
준우승 : 서울 충암고등학교
3위 : 경기 야탑고등학교, 경기 유신고등학교
MVP : 덕수고 투수 엄상백
우수투수상 : 덕수고 투수 엄상백
감투상 : 충암고 투수 조한욱
수훈상 : 덕수고 포수 김재성
타격상 : 유신고 지명타자 김민석
타점상 : 충암고 내야수 석호준
도루상 : 충암고 내야수 강인호
홈런상 : 상우고 내야수 박상시
최다안타상 : 충암고 외야수 김해현
최다득점상 : 충암고 내야수 강인호
감독상 : 덕수고 감독 정윤진
지도상 : 덕수고 야구부장 김창배
공로상 : 덕수고 교장 이상원
모범심판상 : 대한야구협회 심판위원 양재만
배움의 야구상 : 경기 유신고등학교
[eugenephil@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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