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치열한 경기가 전개될 것으로 예상됐던 제1경기는 그러나 수비 실책에서 판가름나며 다소 싱겁게 끝이 났다. 신일고가 8-1, 7회 콜드게임 승리를 거두었기 때문이었다. 용마고 김성훈 감독도 경기 중반부터는 에이스 김민우를 가동했지만, 경기 결과를 뒤집지 못했다.
한화 이글스 노재덕 단장도 ‘청룡기 무대’에 등장!
관중석에서는 프로야구 10개 구단 스카우트 팀이 스피드건을 들고, 기록지를 기록하며 이 모습을 모두 지켜봤다. 하지만, 관중석에는 스카우트 팀만 있던 것은 아니었다. 전날, 광주일고와 경북고와의 경기를 지켜봤던 LG 양상문 감독과 NC 박종훈 이사가 이틀 연속으로 목동 구장에 모습을 드러낸 것과 동시에 한화 노재덕 단장까지 경기 관전을 위해 목동 구장을 찾았다. 정영기 스카우트 팀장이 “LG나 NC만 (구단 관계자가) 온 것이 아니다. 우리 한화도 왔다.”라고 귀띔해 준 것이 시초였다.
사실 국내에서는 감독이나 단장 등 프로야구 1, 2군을 아우르는 관계자들이 아마야구 현장에 등장하는 일 자체가 거의 없는 편이다. 그러나 한화 노 단장의 경우 ‘아무도 모르는 사이에 조금씩’ 아마야구 현장에 등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정영기 팀장은 “북일고 경기가 있을 때마다 노 단장께서 직접 오셔서 경기를 관전하고 가신다.”라고 귀띔했다. 북일고 야구부 재단이 한화 그룹임을 감안해 본다면, 노 단장의 이러한 행보는 충분히 이해 가고도 남을 일이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하위권을 형성하고 있는 한화는 사실 구단 자체를 바꿔야 하는 대수술을 진행 중이다. 말 그대로 ‘하나부터 열까지’ 바꾸어야 미래가 보장되는 셈이다. 이는 2000년대 중반까지 신인 선수 스카우트에 소홀한 결과이기도 했다. 이러한 점을 만회하려는 듯, 지난해에는 단 한 번의 타임 없이 2차 지명에서 10명의 선수를 뽑고, 그것도 성치 않았는지 신고 선수를 다수 영입하여 ‘프로 3군’부터 활성화하기 위해 노력했다. 북일고가 최근 5년간 다수의 상위 라운들 배출(LG 신정락, NC 윤형배, 두산 김인태, KT 유희운, 한화 김범수)한 것도 ‘밑에서부터의 투자가 결실을 맺은’ 결과이기도 했다.
노 단장이 제1경기인 신일고와 용마고전을 먼저 관전한 것도 ‘2차 1번 지명권’을 지닌 한화의 유력 후보 대상자인 김민우를 보러 오기 위함이었다. 그리고 경기 결과에 관계없이 김민우가 최고 구속 149km에 이르는 빠른 공을 던지자 노 단장 또한 흡족한 모습으로 다음 경기를 관전했다는 후문이다.
공교롭게도 제2경기에서는 한화가 연고지 우선 지명권을 행사한 좌완 김범수의 북일고가 경기를 펼쳤다. 북일고는 노 단장이 지켜보는 가운데, ‘복병’ 마산고에 영봉승하며 경기를 마무리했다. 선발로 나선 김범수 역시 7이닝 무실점 역투로 팀 성적을 이끌었다. 미래의 에이스가 자신을 지켜봐 주는 단장 앞에서 인상적인 투구를 한 셈이었다.
LG 양상문 감독과 NC 박종훈 이사, 그리고 한화 노재덕 단장까지 ‘프로야구의 어른’들이 이렇게 아마야구 현장에 등장한다는 사실은 상당히 보기 좋은 장면이다. 메이저리그에서나 볼 법한 장면이 국내에서도 재현됐기 때문이다. 특히, 이들은 기자실이나 VIP 석을 굳이 마다하고 관중석에서 평범한 차림으로 ‘아무도 모르게’ 야구를 관전했다. 프로야구의 어른 되는 이들이 모범을 보일 때 아마야구도 같이 발전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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