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러나 경북고는 7, 8회 공격서 다시 타선이 힘을 내며 4점을 뽑는 등 힘겨운 경기 끝에 승리를 거머쥘 수 있었다. 이 과정에서 경북고 4번 타자 강효빈이 대회 2호 홈런을 기록하며 팀 승리를 이끌었다. 9시 42분에 시작된 경기가 1시 반을 훌쩍 넘겨 끝난 만큼, 대단한 대전이었다.
LG 양상문 감독, NC 박종훈 이사가 청룡기에 모습을 드러낸 까닭은?
그런데 경기가 한창 진행 중이었을 때, 기자실에 있던 LG 정성주 스카우트 차장이 갑자기 바쁘게 움직였다. 이유를 물으니, “양상문 감독님께서 오셨다고 한다. 빨리 올라가 봐야 할 것 같다.”라는 대답을 들려줬다. 바로 전날(18일), 광주에서 올스타전이 열렸음을 감안해 본다면, 프로야구 1군 감독이 큰 일정을 치르자마자 바로 현장에 나타난다는 것은 상당히 보기 드문 일이었다. 그런데 관중석에 나타난 이는 양 감독뿐만이 아니었다. 박종훈 NC 이사 역시 양 감독과 함께였다. 전/현직 LG 감독이 ‘눈에 띄지 않는 복장’을 갖춘 채 목동구장 내야석에서 평범하게 야구를 관전하는 묘한 장면이 연출된 셈이다.
이에 대해 필자는 “전/현직 감독님께서 나란히 앉아 계시는 모습을 보는 것도 참 보기 드문 장면이다.”라고 운을 떼어봤다. 그러자 박 이사는 “제가 (프로야구) 감독직을 경험 한 일이 있었나요?”라며 주위의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두산 2군 사령탑을 거쳐 LG 감독직을 역임한 그도 이렇게 그라운드 밖에서 보는 야구의 참맛을 알아가는 것에 내심 만족하는 듯한 눈치였다. 그러면서도 “나는 어쩌다 한 번씩 아마야구 현장을 찾는 것이지만, 여기 스카우트 팀은 하루에 4~5경기씩 봐야 하지 않는가. 구단에서 상 줘야 한다.”라며 밤/낮을 가리지 않고 그라운드를 향하여 스피드건을 내려놓지 않은 스카우트 팀에 대해 감탄사를 연발하기도 했다.
NC 합류 이후 그라운드 안팎에서 선수들을 지원하는 데 인색하지 않았던 박종훈 이사와는 달리, 양상문 감독의 목동구장 출입은 그 자체만으로도 큰 관심거리가 될 만했다. 물론 ‘공부하는 사령탑’으로 유명한 양 감독이 휴식일에도 그라운드에 나타난다는 것은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었지만, 그것이 프로가 아닌 아마야구의 공간이라는 점이 다소 특이했다. 하지만, 양 감독 또한 1978년 제33회 청룡기 대회에서 모교 부산고를 우승으로 올려놓은 경험이 있던 ‘좌완 에이스’ 출신이었다. 옛 기억을 떠올림과 동시에, 한 달 앞으로 다가온 2차 드래프트에서 자신의 의견을 허심탄회하게 밝힐 수 있는 식견을 넓힐 필요는 있었던 셈이다.
물론 현재 LG의 팀 분위기는 나쁘지 않은 편이다. 삼성과의 홈 2연전을 모두 쓸어 담으며 반등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이번 청룡기 대회를 통하여 ‘양상문의 눈’에 든 신인이 누구일지 점쳐 보는 것도 자못 흥미로울 것이다. 이러한 ‘어른’들이 있기에 아마야구 선수들이 더욱 힘을 내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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