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즈베크 유도'라 불리는 중앙아시아 무예 쿠라시[연합뉴스 자료사진]](https://cgeimage.commutil.kr/phpwas/restmb_allidxmake.php?pp=002&idx=3&simg=202608280658550622505e8e941087118222121234.jpg&nmt=19)
쿠라시는 우즈베키스탄어로 싸움, 투쟁, 겨루기, 레슬링을 가리키는 말이다. 영어로 ‘struggle, fight’, ‘wrestling’ 등으로 풀이한다. 동사형으로는 ‘싸우다, 투쟁하다, 겨루다, 경쟁하다’라는 의미를 갖는다.
흥미로운 것은 이 말이 우즈베키스탄에만 갇혀 있지 않다는 점이다. 카자흐스탄에는 퀴레스(küres), 키르기스스탄에는 퀴뢰시(küröş), 튀르키예에는 귀레시(güreş), 투르크메니스탄에는 괴레시(göreş), 타타르어에는 쾨레시(köräş)와 같은 형태가 존재한다. 발음은 조금씩 다르지만 의미의 중심에는 ‘싸우다, 겨루다, 레슬링하다’라는 공통된 개념이 놓여 있다. 언어학적으로는 이 단어들이 고대 튀르크계 어휘와 연결된다.
쿠라시라는 말은 우즈베키스탄에서 갑자기 만들어진 스포츠 브랜드가 아니다. 오랜 시간 중앙아시아의 여러 튀르크계 민족들이 공유해온 ‘겨룸’의 언어로 살아남은 것이다. 현재는 우즈베키스탄을 비롯해 타지키스탄, 카자흐스탄, 이란 등 중앙아시아와 중동에서 널리 즐긴다. 기술과 경기 방식 등이 유도와 비슷한 점이 많은데, 차이점이라면 하체를 공격하면 안 된다.
스포츠 종목 이름들은 대개 특정 국가의 언어에서 출발해 국제어가 된 경우가 많다. 유도(Judo)는 일본어이고, 태권도(Taekwondo) 역시 한국어다. 종목들이 국제 스포츠가 된 뒤에는 그 이름이 더 이상 한 나라만의 말로 머물지 않는다. 이름 자체가 그 종목의 정체성이 된다.
쿠라시도 마찬가지다. 우즈베키스탄 정부는 쿠라시를 자국의 대표적인 전통 스포츠로 소개하면서, 쿠라시라는 말과 함께 여러 우즈베크어 용어들이 국제 스포츠 어휘로 들어왔다. 특히 쿠라시에서 중요한 것은 상대를 넘어뜨리는 기술만이 아니다. 서로에 대한 존중 역시 종목의 핵심 가치로 강조된다. 경기 시작 때의 인사인 ‘타짐(Tazim)’부터 경기 중단을 뜻하는 ‘토흐타(Tokhta)’까지, 쿠라시는 규칙뿐 아니라 언어 자체를 통해 자신의 문화적 뿌리를 드러낸다. 국제 쿠라시 경기 규정에도 이러한 우즈베크어 명령어들이 그대로 사용되고 있다.
2026년 아시안게임에서 쿠라시라는 단어가 메달과 함께 전 세계에 울려 퍼진다면, 우리가 듣게 되는 것은 단순히 한 종목의 이름이 아니다. ‘겨루다’라는 오래된 인간의 행위가 중앙아시아의 언어를 거쳐 현대 스포츠의 국제어가 된 순간이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기자 /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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