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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박사 기자의 스포츠용어 산책 1886] 왜 ‘종합격투기’라고 말할까

2026-08-26 07:36

 종합격투기 경기 모습
종합격투기 경기 모습
2026 아시안게임 정식 종목인 '종합격투기'는 복싱이나 킥복싱 같은 타격 기술뿐 아니라 레슬링, 유도, 주짓수 등 그래플링 기술까지 한 경기 안에서 사용하는 스포츠이다. 영어 이름은 Mixed Martial Arts이며, 줄여서 MMA라고 말한다. 말 그대로 풀이하면 ‘섞인 무술’ 또는 ‘혼합된 무술’이다. 우리말 ‘종합격투기’는 이 개념을 옮긴 이름이다.
MMA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면 처음부터 ‘종합’이었던 것은 아니다. 서로 다른 무술을 가진 사람들이 직접 맞붙는 ‘이종’의 대결로 시작했다. 한국에서도 한동안 이런 형태의 경기를 ‘이종격투기’라고 불렀다. 서로 다른 종류의 무술이 맞붙는다는 뜻이었다.

하지만 대결이 반복되면서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한 가지 무술만 잘해서는 한계가 있다는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아무리 훌륭한 복서라도 상대가 자신을 넘어뜨려 바닥에서 싸우면 약점이 생긴다. 반대로 뛰어난 레슬러라도 상대가 거리를 유지하며 타격한다면 어려움을 겪는다. 결국 선수들은 한 가지 무술만 고집할 수 없었다. 서로 다른 무술을 ‘상대방의 것’으로 바라보던 시대에서, 서로 다른 무술을 ‘내 것’으로 만들어야 하는 시대로 넘어간 것이다.

바로 이 지점에서 ‘종합’이라는 단어의 의미가 살아난다. 그래서 종합격투기의 역사는 단순히 경기 방식의 변화가 아니라 사고방식의 변화이기도 하다.

이 변화는 현대 MMA의 탄생 과정과도 맞닿아 있다. 고대 그리스의 판크라티온처럼 여러 신체 기술을 사용하는 격투의 전통은 오래전부터 존재했지만, 현대적인 MMA의 형성에는 20세기 브라질의 발리투도, 그레이시 주짓수의 확산, 일본의 격투기 문화 등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 이후 1993년 UFC 출범과 2000년 미국의 종합격투기 규정 정비 등을 거치면서 현대적인 스포츠로 자리 잡았다.

흥미로운 것은 이 과정에서 ‘강한 무술 하나’를 찾는 실험이 결국 ‘여러 무술을 갖춘 선수’를 만들어냈다는 점이다. 현대의 파이터는 복싱을 하면서 레슬링을 하고, 레슬링을 하면서 주짓수를 한다. 타격과 그래플링을 상황에 맞게 연결하고, 상대가 무엇을 잘하는지에 따라 자신의 전략을 바꾼다.

종합이라는 말은 바로 이 연결을 의미한다. 각각의 무술을 단순히 더해놓은 것이 아니다. 서로 다른 기술이 연결되고, 충돌하고,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면서 하나의 경기 언어가 만들어진다.

그래서 종합격투기는 역설적인 스포츠다. 가장 다양한 무술을 인정하면서도, 결국에는 그것들을 하나의 체계로 만들어야 한다.

주먹을 잘 쓰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발차기만 잘해서도 안 된다. 넘어뜨리는 기술만으로도 부족하고, 바닥에서 상대를 제압하는 기술만으로도 충분하지 않다.

그런 의미에서 MMA는 단순히 여러 무술을 섞어놓은 스포츠가 아니다. 복싱의 거리 감각과 레슬링의 압박, 주짓수의 제압, 킥의 타이밍이 한 선수의 움직임 속에서 하나의 전략으로 작동할 때 비로소 ‘종합’이 된다. 어쩌면 종합격투기의 역사는 우리에게 익숙한 한 가지 질문의 답을 보여주는 과정이었는지도 모른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기자 /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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