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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박사 기자의 스포츠용어 산책 1887] 왜 ‘주짓수’라고 말할까

2026-08-27 06:41

항저우 대회 주짓수 금메달 구본철[연합뉴스 자료사진]
항저우 대회 주짓수 금메달 구본철[연합뉴스 자료사진]
‘주짓수’는 더 이상 체육관 안에서만 존재하는 무술이 아니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부터 정식 종목으로 채택되면서 국제 종합 스포츠 무대에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한국은 첫 정식 종목 대회에서 금메달 2개, 은메달 2개, 동메달 4개를 따냈고,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도 메달을 추가했다. 오는 9월 열릴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에서도 정식종목으로 지정돼 한국의 선전이 기대된다. 우슈·가라테·주짓수·쿠라시·MMA까지 이른바 '격투 5종목'에 걸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금메달은 총 60개에 달한다. (본 코너 1882회 ‘왜 ‘우슈(武術)’라고 말할까‘, 1884회 ’왜 ‘가라테’라고 말할까‘, 1886회 ’왜 ‘종합격투기’라고 말할까‘ 참조)

종합격투기 선수들이 수련하는 주짓수는 보통 '브라질리언'을 가리키고, 아시안게임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주짓수는 '유러피언'을 뿌리로 한다. 주짓수의 한자 표기는 ‘柔術(무술)’이다. 일본어로는 ‘주주쓰(Jūjutsu)’에 가깝게 발음한다. 여기서 ‘柔(유/주)’는 ‘부드럽다’, ‘유연하다’는 뜻이고, ‘術(술)’은 ‘기술’, ‘방법’, ‘기예’를 의미한다. 글자 그대로 풀이하면 ‘부드러움의 기술’ 또는 ‘유연함을 활용하는 기술’ 정도가 된다.

주짓수의 어원을 이해하려면 일본 무술의 전통적인 사고방식인 ‘유(柔)’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여기서 말하는 부드러움은 무조건 약하게 행동한다는 뜻이 아니다. 오히려 상대의 힘을 정면으로 받아치기보다 그 힘의 방향을 읽고, 흘리고, 이용한다는 개념에 가깝다.

강한 사람이 밀어붙일 때 그 힘을 그대로 맞받아치면 결국 더 큰 힘이 필요하다. 그러나 상대가 앞으로 움직이는 순간 그 움직임을 이용해 균형을 무너뜨린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상대가 가진 힘 자체가 오히려 자신의 약점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본 코너 1231회 ‘왜 ‘유도(柔道)’라고 말할까‘ 참조)

오늘날 주짓수라고 부르는 무술의 역사를 이야기할 때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 과거 일본에서 주짓수라는 이름은 오늘날 브라질리언 주짓수와 정확히 같은 하나의 체계를 가리키는 고유명사가 아니었다.

일본에는 여러 유술(柔術) 계통의 유파가 존재했고, 각각의 기술 체계와 교육 방식이 달랐다. 따라서 주짓수라는 말은 특정 한 유파의 이름이라기보다 여러 전통적인 무술 체계를 포괄적으로 가리키는 성격을 갖고 있었다.


이후 근대 일본에서 여러 유술 유파의 기술을 연구하고 체계화하면서 새로운 무도인 유도가 탄생한다. 특히 '일본 유도의 아버지' 가노는 상대를 힘으로 제압하는 것보다 균형과 움직임, 효율적인 힘의 사용을 중시했다. 이 과정에서 유술의 전통적인 기술과 철학은 유도라는 새로운 형태로 정리되었고, 그 유도는 훗날 일본을 넘어 세계로 퍼져 나간다. (본 코너 1232회 '가노 지고로(嘉納治五郎)는 왜 ‘일본 유도의 아버지’로 불리나' 참조)

20세기 초 일본의 유도와 유술 계통의 기술은 브라질에도 전해졌다. 브라질에서는 특히 실전적인 대련과 그라운드 기술이 강조되면서 독특한 발전이 이루어졌다. 상대를 넘어뜨린 뒤 바닥에서 자세를 잡고, 포지션을 개선하며, 조르기와 관절기 등으로 상대를 제압하는 기술 체계가 점점 정교해졌다.

이렇게 발전한 무술이 오늘날 알고 있는 브라질리언 주짓수(Brazilian Jiu-Jitsu)다. 따라서 일본의 전통적인 주짓수와 현대의 브라질리언 주짓수는 역사적으로 연결되어 있지만 완전히 같은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긴 시간 동안 여러 지역과 사람들의 영향을 받으며 서로 다른 형태로 발전했기 때문이다.

유러피언 주짓수는 유도와 여러 유술 계통의 영향을 받아 스포츠로 발전했고, 크게 파이팅(Fighting), 듀오(Duo), 네와자(Newaza) 등의 형태로 나뉜다. 이 가운데 아시안게임에서는 타격이 허용되지 않는 그라운드 대결인 네와자가 펼쳐진다.

주짓수가 아시안게임에 들어왔다는 것은 단순히 메달 하나가 늘었다는 의미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무술은 오랫동안 ‘싸움’과 ‘스포츠’ 사이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고민해왔다. 스포츠가 되기 위해서는 규칙과 안전장치가 필요하고, 국제대회가 되기 위해서는 통일된 경기 방식과 체급, 판정 기준이 필요하다. 주짓수 역시 그런 과정을 거쳤다. 그 결과 과거의 유술은 오늘날 국제 스포츠 무대에서 국가대표 선수들이 메달을 놓고 경쟁하는 종목으로 자리 잡았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기자 /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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