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하주석의 MHN 스포츠와의 인터뷰는 이 평범한 진리를 가장 극적으로 보여주며 깊은 여운을 남겼다. 오랫동안 한 팀의 주전으로 헌신하다 새로운 유니폼을 입게 된 그에게 언론과 팬들의 관심이 집중된 것은 당연지사. 이적 후 연일 맹활약을 펼치고 있기에 현 소속팀인 KIA 타이거즈에 대한 속내를 들을 수 있을 것이라 기대했다.
그러나 그는 "하지 않겠다"고 했다. 그는 "더 중요한 건 한화 때문이다. 내가 이야기를 하면 자칫 전에 있던 팀에 오해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이는 프로야구 팬들을 넘어 수많은 직장인들의 등골을 서늘하게, 또 숙연하게 만들고 있다.
흔히 우리는 이직이나 퇴사를 할 때 '할 말은 하고 나온다'는 태도를 당당함이나 솔직함으로 포장하곤 한다. 내가 겪은 부조리, 시스템의 한계, 혹은 사람과의 갈등을 세상에 폭로하면 속이 시원해질 것 같다. 하지만 냉정하게 돌아보자. 남의 눈에 비친 퇴사자의 뒷모습은 과연 어떠할까.
전 직장을 향한 날 선 비난은 결코 용기 있는 고발로 포장되지 않는다. 오히려 그 조직을 선택했던 과거의 자기 자신을 깎아내리는 일이자, 새로운 조직에 '언제든 칼을 겨눌 수 있는 사람'이라는 불안한 시그널을 주는 자승자박이 된다. 남을 헐뜯어 얻어지는 사이다 같은 해방감은 잠시뿐, 그 비난의 화살은 결국 자신의 품격과 신뢰도를 관통해 부메랑처럼 돌아오기 마련이다.
하주석이 보여준 태도의 본질은 '침묵' 그 자체가 아니라 '자기 객관화와 절제'에 있다. 그에게도 한화에서의 마지막 시간은 섭섭하고 힘든 기억이 분명 존재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감정을 앞세워 구설에 오르는 대신, 그라운드 위에서의 플레이와 새로운 팀을 향한 집중으로 자신의 가치를 증명해 냈다. 과거를 존중할 줄 아는 사람이 현재의 자리에서도 진정으로 인정받는다는 사실을 몸소 증명한 셈이다.
누구나 삶의 고비마다 앙금이 남기 마련이다. 하지만 입술 밖으로 튀어나오려는 불평을 꾹 눌러 담고, 조용히 앞을 향해 걸어가는 것, 그것이야말로 올바른 처세이자 진정한 프로의 자격이다.
[강해영 마니아타임즈 기자/hae2023@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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