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5.26(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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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철의 스포츠 브레인] 네 번 수술대에 올랐어도, 뇌는 한 번도 공을 내려놓지 않았다...백절불굴(百折不屈)

- 류현진 한미 통산 200승을 뇌과학으로 읽다

2026-05-26 10:11

한화 류현진 / 사진=연합뉴스
한화 류현진 / 사진=연합뉴스
한화 이글스 류현진 선수가 5월 24일 일요일, 한미 통산 200승이라는 금자탑을 세웠다. 대전 한화생명 볼파크에서 두산 타선을 6과 3분의 2이닝 동안 2실점으로 막고 승리투수가 되었다.

불과 일주일 전 수원 KT전에서 승리 요건을 갖추고 내려왔는데 불펜이 무너지며 허무하게 날렸던 그 기록이었기에, 그리고 무엇보다 그가 걸어온 길을 알고 있었기에 이건 그냥 이긴 경기가 아니었다.

류현진은 그의 야구 인생에서 수술대 위에 네 번 누웠다. 고교 시절이던 2004년 왼쪽 팔꿈치 인대 접합 수술을 시작으로, 메이저리그 입성 후 2015년 왼쪽 어깨 관절와순 봉합 수술, 2016년 왼쪽 팔꿈치 괴사 조직 제거 수술, 2022년 다시 왼쪽 팔꿈치 인대 접합 수술이 뒤를 이었다.

올해 39세, 프로 데뷔 20년 차에 KBO 122승과 MLB 78승으로 200승을 달성했다. 그 숫자 뒤에 쌓인 공백의 무게가 적지 않았지만 이겨냈다.

뇌과학적으로 보면, 류현진의 200승 여정에서 가장 경이로운 장면은 마운드가 아니라 수술 회복실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어깨와 팔꿈치를 수술하고 회복하는 동안 그의 몸은 공을 던지지 못했다. 그러나 뇌는 달랐다.

뇌 속에는 '전운동 피질'이라는 영역이 있다. 쉽게 말하면 '움직임의 리허설 룸'이다. 실제로 팔을 들지 않아도, 던지는 장면을 머릿속으로 그리거나 동료의 투구를 눈으로 따라가는 것만으로 이 리허설 룸은 불을 켠다.

신경과학 연구들은 심상 훈련이 실제 동작 훈련과 상당히 유사한 신경 회로를 점화한다는 것을 반복해서 보여준다. 재활 침대에 누운 류현진의 뇌는 수술 직후에도 꾸준히 투구 시뮬레이션을 돌리고 있었던 셈이다. 근육은 쉬어도 회로는 쉬지 않는다.

거기에 역경 자체가 뇌를 단련시킨다는 사실이 겹친다. 신경과학에서는 이것을 '스트레스 면역화'라고 부른다. 뇌의 앞쪽 중앙에 자리한 전대상피질, 이른바 '고통의 사령관'은 신체적 통증과 정신적 인내를 함께 처리하는 구조물이다.

네 번의 수술, 그때마다 찾아온 긴 공백이 있었지만 이 반복된 고통은 아이러니하게도 류현진의 뇌가 회복의 루틴을 체득하게 만들었다. 첫 번째 복귀보다 두 번째가, 두 번째보다 세 번째가 흔들림이 덜했던 것은 의지만의 문제가 아니다. 뇌가 이미 그 어두운 터널을 아는 길로 인식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공포는 낯선 것에서 온다. 익숙해진 터널은 더 이상 뇌를 무너뜨리지 않는다.
2006년, 신인 류현진은 팀의 선배 송진우가 통산 200승을 달성하는 순간을 더그아웃에서 직접 목격했다. 영구결번 21번, 한화의 전설로 남았다. 그로부터 꼭 20년이 흘러, 같은 유니폼을 입은 39세의 류현진이 그 자리를 이었다.

해마는 에피소드 기억, 즉 '그때 거기서 있었던 일'을 새기는 구조다. 강렬한 감정이 함께 실릴수록 그 기억은 더 깊이 부호화된다. 신인의 눈으로 목격한 선배의 200승 장면은 류현진의 해마에 선명하게 각인됐을 것이다.

재활의 긴 복도에서 그 기억이 어떤 역할을 했는지는 MRI로 측정할 수 없지만, 눈으로 직접 목격한 경험이 목표를 추상적 바람이 아닌 구체적 신경 회로로 만든다는 것을 우리는 안다.

백절불굴(百折不屈). 백 번 꺾여도 굽히지 않는다는 뜻이다. 중국 후한 말의 역사서 《후한서》에서 비롯된 이 말은 외부의 압력에 굽히지 않는 강직한 선비의 자세를 가리켰다.

류현진의 경우, 꺾인 것은 팔이었다. 고교 시절 팔꿈치에서 한 번, 메이저리그에서 어깨 한 번과 팔꿈치 두 번, 모두 네 번 수술 칼이 들어갔다. 그러나 뇌의 리허설 룸은 한 번도 불을 끄지 않았다.

200이라는 숫자는 단순한 승수가 아니라 그 모든 꺾임의 합산이다. 꺾인 횟수만큼 회로가 단단해졌고, 그 회로가 마운드 위의 류현진을 지탱했다.

당신의 뇌 속에도 아직 닫지 않은 리허설 룸이 하나쯤 있지 않을까. 다쳐서, 나이 들어서, 혹은 그냥 오래 쉬어서 잠시 멈춰둔 무언가 있다면 그 룸의 불은 당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천천히 꺼진다. 당신이 내려놓았다고 생각한 그것, 뇌는 아직 기억하고 있다.

[김기철 마니아타임즈 기자 / maniarepor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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