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5.0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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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철의 스포츠 브레인] 3타 앞서다 무너진 뇌, 기호지세(騎虎之勢)의 역설...리드할수록 뇌는 왜 더 위험해지는가

2026-05-04 10:33

우승자 송민혁 / 사진=GS칼텍스 대회조직위 제공. 연합뉴스
우승자 송민혁 / 사진=GS칼텍스 대회조직위 제공. 연합뉴스
제45회 GS칼텍스 매경오픈 골프대회 최종라운드 17번 홀 티박스, 조민규는 3타 차 단독 선두였다. 중계 화면을 보던 나는 속으로 '이건 끝났다'고 생각했다. 아마도 그 자신도 그렇게 느꼈을 것이다. 그러나 바로 그 순간이 문제의 시작이었다.

뇌과학에는 '리드의 저주'라 부를 만한 메커니즘이 있다. 앞서 달릴 때 뇌는 조용히 모드를 바꾼다. '버디를 잡겠다'는 도전 회로, 즉 접근 동기에서 '보기를 피하겠다'는 방어 회로, 즉 회피 동기로 전환되는 것이다. 이 전환은 뇌의 신호 체계를 근본부터 뒤흔든다.

도전 모드에서는 뇌의 보상 쿠폰 창고인 복측 선조체가 활성화되어 몸이 저절로 움직인다. 클럽을 쥔 손에 힘이 빠지고, 루틴은 부드럽게 흘러간다.

하지만 방어 모드로 전환되는 순간, 감정의 경보기인 편도체가 켜지며 스트레스 호르몬 코르티솔이 분비된다. 코르티솔은 단기적으로 집중력을 높이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정밀한 근육 조절을 담당하는 소뇌-전전두엽 회로를 교란한다.

수천, 수만 번 연습으로 몸에 새겨진 스윙 루틴이 갑자기 낯설어진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초킹(choking)'이라 부른다. 17번 홀 보기, 18번 홀 더블보기, 조민규의 마지막 두 홀은 그 교란의 선명한 흔적이었다.

반면 송민혁은 달랐다. 최종 라운드 내내 버디 3개, 보기 2개, 1언더파 70타, 화려하지 않았지만 흔들리지 않았다.

2024년 투어에 데뷔해 신인상을 받은 그에게 이 대회는 사실상 '잃을 것이 없는 경기'였다. 잃을 것이 없을 때 뇌는 방어 회로 대신 도전 회로를 유지한다. 편도체의 경보음이 울리지 않고, 소뇌에 저장된 자동화된 동작이 그대로 발현된다. 연장전 18번 홀, 그는 파를 적어냈다. 드라마틱하지 않았지만, 그것이 정확히 뇌가 제대로 작동한 증거였다.

이날 경기에는 또 하나의 장면이 있었다. 전날 경기위원회의 뒤늦은 스코어 수정으로 연장 진출 기회를 박탈당한 허인회는 "너무 억울하다"고 했다. 당연히 억울하다. 통제할 수 없는 외부 요인에 의한 좌절은 감정과 이성이 만나는 교차로인 전대상피질을 과활성화시킨다. 그 분노는 지극히 정직한 뇌의 반응이다.

다만 뇌는 억울함을 오래 붙잡는 경향이 있다. 그것도 일종의 에너지 낭비라는 것, 허인회 본인도 알고 있을 것이다.

기호지세(騎虎之勢), 호랑이 등에 올라탄 형세라는 뜻이다. 한번 올라타면 내릴 수도 없고, 멈추면 오히려 더 위험해지는 역설적 상황을 가리킨다.

3타 차 선두는 안전지대가 아니었다. 조민규의 뇌에게 그 리드는 지켜야 할 호랑이 등이었다. 올라탄 순간부터, 내리는 법을 잊어버린 것이다.

22세 송민혁은 처음부터 호랑이를 타지 않았다. 그래서 흔들리지 않았다.
혹시 필드에서 후반 9홀이 유독 무너지는 경험을 해보셨는가. 7번 홀 버디 이후부터가 아니었는지 떠올려보시라.

뇌는 앞서가는 당신을 가장 흔들고 싶어 한다. '잘하고 있다'는 인식 자체가 자동 조종 장치의 스위치를 끄는 순간이 있다. 다음 라운드에서 좋은 스코어가 나오기 시작하거든, 기억하시라. 지금 당신은 호랑이 등에 올라탔다고.

[김기철 마니아타임즈 기자 / maniarepor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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