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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박사 기자의 스포츠용어 산책 1734] 북한에서 왜 '라운드'를 '회차'라고 말할까

2026-03-25 05:46

 국제대회에 참가한 북한 양궁 대표 선수들 [연합뉴스 자료사진]
국제대회에 참가한 북한 양궁 대표 선수들 [연합뉴스 자료사진]
‘라운드’는 영어 ‘round’를 음차한 말이다. 사전적 정의는 복싱 경기에서 한 회를, 골프에서 코스 18홀를 한 바퀴 도는 일이다. 영어용어사전 등에 따르면 원래 둥글다는 의미인 라운드는 1250년에서 1300년 사이 공식적인 문서에 처음 등장한다. 라틴어 ‘rotundus’를 거쳐 고대 프랑스어 ‘ront’에서 영어로 변형됐다. 미국 폴딕슨 야구용어사전에 의하면 라운드는 야구에서 이닝을 의미하는 말로 미국 야구 초창기인 1859년부터 쓰기 시작했다. 이 말은 권투에서 차용한 것이라고 이 사전은 설명한다. (본 코너 775회 ‘왜 '라운드(Round)'라고 말할까’ 참조)
현재는 라운드라는 단어를 가장 많이 쓰는 종목은 골프이다. 골프는 매 회 경기를 라운드라고 부른다. 대개 PGA나 LPGA는 4회 경기를 갖는 4라운드로 열린다. 때에 따라선 LPGA는 3라운드 경기를 갖기도 한다. 골프용어에서 영어 ‘round’를 줄여 ‘r’로 표기하는 경우가 많다. 양궁에선 48강전, 24강전, 16강전, 8강전, 4강전 등을 가질 때, 라운드전이라고 한다. 올림픽이나 컴파운드에서 두 단어를 묶어서 ‘매치 라운드’라는 말을 쓰기도 한다.

우리나라는 라운드라는 말을 일제강점기 때부터 사용했다. 네이버 뉴스 라이브러리에 따르면 조선일보 1925년 3월14일자 ‘데뷔스컵전(戰) 여러가지 결정(决定)’ 기사는 ‘미국정구협회(米國庭球協會)는 유육(紐育)에서 연차총회(年次總會)를 열고 금년(今年)의『데뷔스켑·챠렌지·리운드』의경기(競技)의날스자는 구월십일(九月十日)부터삼일간비부(三日間費府)『쟈만다운·크리켓트』구락부(俱樂部)의『코트』에서열기로하얏다 또일월이십오일(一月二十五日)에 발표(發表)한 미국정구(米國庭球)『런킹』중제육위(中第六位)의『왓드손·웟슈빤』선수(選手)는 위원회(委員會)에서제명(除名)하얏슴으로제십팔위(第十八位)까지순위(順位)의 다소변동(多少變動)이잇다더라’고 전했다. 이 기사에 나오는 ‘『데뷔스켑·챠렌지·리운드』’에서 핵심은 바로 “리운드(round)”, 즉 오늘날의 라운드이다. 이것은 오늘날로 치면 ‘데이비스 컵 챌린지 라운드(Davis Cup Challenge Round)를 말한다.

북한에선 라운들르 한자어 ‘회차’라고 부른다. ‘돌 회(回)’와 ‘버금 차(次)’의 합성어로 차례로 돈다는 의미이다. 경기가 일정한 순서에 따라 반복된다는 의미를 직관적으로 담고 있다. 북한 매체는 “조선팀은 예선 1회차 경기에서 강팀을 이기고 다음 단계에 진출하였다”, “선수는 제3회차에서 상대를 압도하며 승리를 거두었다”, “우리 선수들은 첫 회차 경기를 성과적으로 치르고 준결승에 올라섰다” 등으로 보도한다.

라운드는 영어식 표현으로, 원래 ‘둥글게 돈다’는 의미에서 출발했지만 한국어 사용자에게는 그 어원이 잘 드러나지 않는다. 북한은 이런 불투명한 외래어 대신 의미가 분명한 자국어 표현을 선호한다. 회차는 그 자체로 경기의 구조를 설명해 주는 말이기 때문에 교육적이고 체계적인 용어로 간주된다.

북한의 언어 정책은 일관되게 외래어를 줄이고 우리말 중심으로 정비하는 데 초점을 맞춰 왔다. 스포츠 분야 역시 예외가 아니다. 국제 규격을 따르되, 용어만큼은 가능한 한 자국식으로 바꾸려는 경향이 강하다. 라운드를 회차로 바꾸는 것은 이러한 원칙의 연장선에 있다. 이는 단순히 번역을 넘어서, 언어를 통해 문화적 자립성을 유지하려는 시도로 볼 수 있다.

흥미로운 점은 회차라는 표현이 실제로 경기의 흐름을 더 명확하게 전달한다는 것이다. 라운드가 관습적으로 익숙한 용어라면, 회차는 처음 듣는 사람도 의미를 유추할 수 있다. 즉, 이해 가능성과 직관성을 중시한 선택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북한식 용어가 갖는 기능적 장점이기도 하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기자 /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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