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한민국 야구의 상징이자 '코리안 몬스터'로 불리던 류현진의 성벽이 허무하게 무너져 내린 날, 팬들은 영웅의 가장 고독한 퇴장을 마이애미의 찬바람 속에서 무력하게 지켜봐야 했다.
2008년 베이징에서 한국 야구의 황금기를 열었던 그 왼손은 세월의 무게를 이기지 못한 채 무거워져 있었다. 도미니카의 무자비한 화력 앞에 난도질당한 그의 제구력은 더 이상 마법을 부리지 못했고, 2회초 아웃카운트 하나를 남기고 마운드를 내려오는 그의 뒷모습은 차마 눈을 뜨고 볼 수 없는 처절한 풍경이었다.
0대 10, 7회 콜드게임 패배라는 냉혹한 스코어보드는 20년간 마운드를 지켜온 거장에게 허락된 마지막 성적표치고는 너무나도 잔인했다. 경기 후 "이제는 마지막인 것 같다"며 나지막이 뱉은 은퇴의 변은 승부의 세계가 지닌 비정한 속성을 다시금 일깨워 주었다.
비록 방패는 부서지고 성문은 열렸으나, 그가 흘린 땀방울이 적신 마운드의 흙먼지는 여전히 그가 대한민국 야구의 위대한 영웅이었음을 증명하고 있다. 한 시대가 장렬하게 저무는 이 참혹한 피날레 속에서, 팬들은 슬픔을 넘어선 경의로 노병의 마지막 짐을 함께 나누고 있다.
[강해영 마니아타임즈 기자/hae2023@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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