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야구장에 나타난 북한 전력 분석원 [연합뉴스 자료사진]](https://cgeimage.commutil.kr/phpwas/restmb_allidxmake.php?pp=002&idx=3&simg=20251208043352034495e8e9410871751248331.jpg&nmt=19)
주자는 영어 ‘베이스러너(baserunner)’를 번역한 말이다. 미국에서 1845년 야구 규칙을 만들 때 처음 등장한 이 말은 일본 메이지 시대, 미국에서 야구를 받아들이면서 일본식 한자어로 주자(走者)라고 명명했다.
우리나라 언론은 일제강점기 때부터 주자라는 말을 썼다. 네이버 뉴스 라이브러리에 따르면 조선일보 1924년 10월9일자 ‘이승이패(二勝二敗)의 세계선수쟁패(世界選手爭覇)’기사에서 ‘세계야구선수권쟁패제사회전(世界野球選手權爭覇第四回戰)은 칠대사(七對四)로 화성돈(華盛頓)셰녯터군(軍)이 승리(勝利)를 득(得)하얏는데 제이회전(第二回戰)에 사대삼(四對三)으로익이엇슴으로 이승이패(二勝二敗)가되얏다고 뉴욕칠일발전(七日發電)) 경과(經過)=제사회전(第四回戰)은셰녯터군 맹렬(軍猛烈)히 공격(攻擊)하야 거인군(巨人軍)은 투수(投手)를두번박고앗스니『셰』군(軍)의 타격(打擊)은 수(遂)히 승리(勝利)를엇디『셰』군(軍)은 주자(走者)를 내인후(後)『고수린』목루타(木壘打)를쳐셔 제오(第五)·팔량회(八兩回)이기세(氣勢)를 올리고 거인군(巨人軍)은 제일(第一)·육(六)·팔(八)·구회(九回)에각일점식(各一点式)을어들뿐이엇다’고 전했다. 당시 미국 프로야구를 ‘세계 야구 선수권을 놓고 다투는 전(爭覇戰)’으로 소개한 기사였는데, 주자(走者)라는 표현이 등장했다. 1920년대 조선일보는 일본식 표현을 거의 그대로 썼는데, 일본에서도 당시 기본 용어는 ‘走者(そうしゃ)’였다. 한국에서는 오늘날까지 주자라는 말이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북한의 체육용어는 1950~60년대 대대적인 정비 과정에서 순우리말화와 군사화라는 두 축 위에서 재탄생했다. 체육 활동을 단순한 놀이가 아닌 ‘혁명정신을 기르는 훈련’으로 규정하면서, 스포츠의 모든 장면에 전투적 서사를 입혔다. 축구의 태클을 ‘달라붙기’, 인터셉트를 ‘끊기’라 부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기술적 행위를 명쾌하게 묘사하면서도, 그 속에 전투적 이미지를 심어 넣는 방식이다. (본 코너 1600회 ‘사회주의 관점으로 본 북한 스포츠 언어’ 참조)
야구 역시 예외가 아니다. 북한은 베이스를 향해 달리는 행위를 단순한 이동으로 보지 않는다. 1루에서 2루, 다시 3루를 거쳐 홈으로 들어오는 과정은 목표 지점을 향해 돌파하는 진격 행위로 해석된다. 이때 ‘주자’는 더 이상 단순한 러너(run)가 아니다. 상대의 허점을 찔러 전진하는 공격 부대원이 된다. 그래서 ‘진격수’라는 이름이 붙는다. ‘진격(進擊)’이라는 표현은 군사 용어의 대표적 단어이고, ‘수(手)’는 이를 수행하는 전투원을 상징한다. 즉, 진격수는 야구장 위에서 ‘목표를 향해 전진하는 전사’인 셈이다. (본 코너 14회 ‘‘선수(選手)’에 ‘손 수(手)’자가 들어간 까닭은‘ 참조)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기자 /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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